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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JY 재판 '삼성물산 주주 소송'에 영향 미칠까…"주총 거쳤기에 합병 무효는 어려울듯"

  • 설성인 기자

  • 안상희 기자

  • 입력 : 2017.02.22 14:02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주주총회 전) 김신 삼성물산 사장을 만나 국민연금은 다 됐다(합병에 찬성한다)는 얘기를 들었다.”(윤석근 일성신약 대표)
    “삼성이 물산 합병을 진행하면서 법을 어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당한 타이밍도 아니었고 정당한 (주식합병) 비율로 결정하지 않았다.”(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과 국민연금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를 열기 전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이미 합병에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합병 비율이 삼성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반면 삼성물산 주주에게는 불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리조트, 패션 등의 사업을 하며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17.23%를 가진 최대주주로 삼성물산 지배를 통해 삼성그룹을 경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일부 주주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다. 제약회사인 일성신약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시절부터 이어진 친분으로 삼성물산 주식 2.11%를 갖고 있었는데 합병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삼성이 합병을 추진하자, 일성신약은 법원에 주식매수청구(회사의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 가격 결정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합병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재계와 법조계는 특검 수사결과와 향후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삼성물산 주주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은 일부 주주의 합병 반대에도 2015년 9월 공식 출범했다./조선일보DB
    통합 삼성물산은 일부 주주의 합병 반대에도 2015년 9월 공식 출범했다./조선일보DB
    ◆ 특검 수사결과 삼성물산 주주 소송에 영향 미칠까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일성신약이 제기한 신청·소송 3건 중 가장 진도가 빠른 것은 주식매수 청구 가격 결정 사건이다.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 등이 제기한 주식매수청구 가격 변경 소송에서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주식매수청구)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1심 결정을 뒤집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회사의 객관적인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주당 5만7234원에서 6만6602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결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 있다”, “(삼성물산 주식을 꾸준히 매도한 국민연금의)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이사회 합병 의결 당시 삼성물산 주가가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삼성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조정될 수 있다는 의심이 들어, 합병설이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주식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결정이 확정되면 주식매수청구 가격 상향 조정으로 삼성물산은 일성신약에 310억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주식매수청구 가격 결정은 이미 2심까지 진행된데다 재판부가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가격만 정하면 되기에 특검수사나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2월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합병무효 소송의 경우 지난해 12월에 판결이 날 예정이었지만, 변론이 재개돼 올해 3월 20일로 변론기일이 정해졌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수사 결과를 확인하고 추가 심리를 위한 변론을 실시한다”고 했다.

    특검 수사·JY 재판 '삼성물산 주주 소송'에 영향 미칠까…"주총 거쳤기에 합병 무효는 어려울듯"
    일성신약 등이 제기한 국민연금에 대한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해 11월 두번의 변론기일을 진행됐으나 합병무효 소송과 마찬가지로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당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비율을 1대0.35로 산정했는데, 주식매수청구 가격이 바뀌면 합병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경우 특검 수사결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개입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손해배상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뇌물죄’ 인정되어도 삼성물산 합병 무효는 어려울듯

    지난 17일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의 5가지 혐의 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것은 ‘뇌물 공여’다. 다시 말해 삼성이 뇌물을 주고 그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도움을 받았는지가 관건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도 연관이 있다고 재계는 분석한다.

    삼성은 지난달 특검이 처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부터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면서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향후 진행될 재판 과정에서 뇌물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게 재계와 법조계의 시각이다. 삼성물산 역시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합병 비율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다른 성격의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주주총회라는 법적 절차를 거쳐 성사된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가 영향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은 별도로 진행되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가 삼성물산 주주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두 회사가 주총이라는 절차를 거쳐 합병을 결의했고, 형식이 적법하다면 합병을 무효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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