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5년 이어갈 '수퍼 사이클' 왔나, 반짝 반등인가

조선일보
  • 박건형 기자
    입력 2017.02.20 03:00

    [전문가 시장 전망 엇갈려]

    삼성·SK하이닉스, 실적 최대 "공급기업 한정돼 여전히 장밋빛"
    일부선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 내년 영업이익 급감 전망도

    사상 최대의 수퍼 사이클(super cycle·장기 호황)인가, 곧 사그라들 일시적 호황(好況)인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10% 이상 성장하고 이런 흐름이 2021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시장 조사기관들은 메모리 반도체가 수퍼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최근 전혀 다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만간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로 바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전 세계 D램 시장의 74%, 낸드 플래시 시장의 47%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선두 기업들이다. 작년 4분기 두 회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두 기업은 물론 한국 경제의 성적까지 좌우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엇갈린 시각을 소개한다.

    공급 부족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시장 조사기관들은 올 초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해 앞다퉈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IC인사이츠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853억달러(약 98조원)로 지난해보다 10.3% 증가하고 2021년에는 1099억달러(약 126조3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7.2% 증가하고, 메모리 반도체가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하반기부터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에서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 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하반기부터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에서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 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SK하이닉스

    이런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 것은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 기업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보·오포·샤오미 등 급성장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한 고급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PC도 화려한 그래픽을 많이 쓰는 게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메모리 용량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D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개 기업이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단번에 생산 물량을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반도체는 생산라인 하나를 짓는 데에만 10조원 이상이 들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하반기부터 수요 줄어들 것"

    장밋빛 시장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 UBS이다. UBS는 지난 8일 "D램 시장은 올해 2분기부터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낸드 플래시 역시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UBS는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내년 급감할 것으로 봤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반도체 평균 가격 그래프

    UBS는 지금의 반도체 경기 호황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분석한다. PC·스마트폰 업체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일시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업체들이 충분한 재고 물량이 쌓였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수요가 줄고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JP모건노무라증권 등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도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노무라증권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호황은 올해가 정점이고 내년이면 꺾일 것"이라며 "전환점이 언제쯤 찾아올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반도체 시장 사이클이 훨씬 짧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급격히 좋아졌다가 급격히 나빠지는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량 늘리기 어렵고 새 수요처 확대

    엇갈리는 전망 속에서 아직까지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기에 접어들면 기업들이 곧바로 공장 증설 등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경기 하락을 대비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추세"라며 "3D 낸드 플래시 같은 첨단 반도체는 생산라인을 짓는 것도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제품 공급량을 단기간에 확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마트카·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 등 메모리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5세대 이동통신이나 IoT처럼 고용량의 메모리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신기술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일시적인 부침은 겪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 플래시(nand flash)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등 각종 IT 기기의 주(主)저장 장치로 쓰인다.

    D램(DRAM)

    빠른 정보 처리를 위한 반도체로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삭제하는 것을 반복한다.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데이터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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