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장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하는 데 사실상 성공했다. 거래금액은 총 80억 달러(9조2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례로는 최대 금액이다.
하만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스탬포드시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유럽연합(EU) 등 경쟁 당국의 반독점규제 승인을 받은 뒤 올해 3분기내로 합병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이날 주총에서 삼성과의 합병안은 일부 주주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무난하게 통과됐다. 하만의 전체 보통주 6988만3605주 가운데 70.78%인 4946만322주의 보통주 주주가 출석했거나 대리인으로 참여해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투표 결과 4692만1832주의 찬성표가 나왔다. 반대는 210만7178주, 기권은 43만1312주에 그쳤다. 안건은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가결된다. 주주 과반의 동의가 성립되면 현지법에 따라 반대한 주주들도 해당 지분을 매도해야 한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카오디오 등 전장사업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 전장사업을 미래먹거리로 보고 투자해왔다.
하만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텔레매틱스(Telematics), 보안, OTA(Over The Air :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의 전장사업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매출이 70억 달러, 영업이익은 7억 달러(직전 12개월 기준)에 달한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카오디오에서는 뱅앤드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전세계 시장점유율 4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만 그룹이 본격적인 전장 부품 사업을 추진한 것은 1995년 독일의 전장 부품 회사인 베커를 인수하며 하만베커를 세운 뒤다. 하만베커는 지멘스, 보쉬, 델파이 등과 같이 대표적인 전장 회사다. 카오디오에서 다져온 영향력에 전장사업이 붙으면서 하만 그룹은 오디오 시장을 넘어 완성차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강자로 거듭나게 됐다.
하만의 매출 중 65%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자동차 전장 업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피아트,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할리데이비슨 등 자동차, 모터사이클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만은 커넥티드, 인포테인먼트, 음향 기술에 강한 기업으로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은 물론 스마트폰, 가전제품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며 “하만과의 합병일정이 예정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이르면 4~5월쯤에는 합병이 모두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