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JY 빠진 '뉴 삼성' 어디로 가나…전문경영인 중심 '비상경영'에 무게

  • 설성인 기자

  • 정준영 기자
  • 입력 : 2017.02.17 13:12

    삼성그룹은 17일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하루 아침에 ‘주인 공백 회사’로 전락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2008년 삼성 특검이나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보다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삼성은 예상치 못한 창사 이후 첫 총수 구속 사태로 일정 기간 리더십 공백과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었던 ‘뉴 삼성’의 사업재편·구조조정은 물론 인사·채용·투자와 같은 일상적 경영 활동마저 ‘올스톱’됐다.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이 1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한다고 해도 6개월 정도의 수감생활은 불가피하다”면서 “법원이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받아들인 상황이라 수감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따라서 전문경영인들이 오너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비상경영’ 상황을 극복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1938년 창사 이래 오너가 처음으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사진은 삼성 서초타운./오종찬 기자
    삼성그룹은 1938년 창사 이래 오너가 처음으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사진은 삼성 서초타운./오종찬 기자
    ◆ 삼성 이끄는 ‘삼각편대’ 체제 무너져…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이 나서기는 부담

    삼성은 평소 국내 1위 그룹 답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장 잘 이룬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날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 반열에 오른 핵심 경쟁력 역시 ‘시스템 경영’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는 삼성을 이끄는 주체인 삼각편대(오너+미래전략실+계열사 CEO)가 온전한 상황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전문경영인이 당장의 실적을 유지할 수 있으나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바이오’ 사업 육성이나 80억달러(9조4000억원)짜리 미국 기업 하만 인수와 같은 결정은 미래전략실이나 전문경영인 차원에서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삼성 입장에서 뼈아픈 사실은 이재용 부회장이 단순히 회사만 경영하는 오너가 아니라 협상가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이라는 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같은 글로벌 거물을 직접 만나 사업상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담판을 지을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런 의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글로벌 IT CEO들과의 ‘테크 정상회담’ 자리에 이 부회장을 초청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출국금지 조치로 행사에 갈 수 없었다.

    총수 공백 상황에서 그룹을 이끌 현실적 대안으로는 미래전략실이 꼽힌다. 그러나 미래전략실을 이끄는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역시 최순실씨 일가 지원 등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았고, 향후 법적 방어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약속한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이 주도적으로 난국을 헤쳐나간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결국 2008년 삼성 특검 직후 이뤄진 계열사 독립경영체제가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그룹보다는 계열사 차원의 현안을 챙기면서 사업과 투자 등 중요 안건은 CEO 협의체인 사장단협의회에서 결정해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너의 승인이 필요한 2017년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등의 작업은 현재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시기조차 예측할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조선일보DB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조선일보DB
    ◆ 이부진, 오빠 대신할 가능성 낮아…JY 공백기간 따라 경영 시나리오 달라질듯

    이재용 부회장이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증권 시장의 시선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쏠린다. 오빠의 경영공백을 동생이 메울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오전 호텔신라 우선주는 상한가를 쳤다.

    그러나 이부진 사장이 등판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장이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서 1990년대에 근무한 적은 있으나, 2000년 이후에는 관련 사업에 간여하지 않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지분도 전혀 없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그룹의 경영구도로 볼 때 이부진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하지는 않을거 같다”며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인 외국인 투자자 역시 전문경영인 중심의 현 체제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 기간에 따라 경영 시나리오를 달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구속 피고인의 재판은 6개월 내에 마쳐야 하는데, 이재용 부회장이 1심에서 무죄나 집행유예를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오는 8월쯤 풀려날 수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삼성 입장에서는 총수 공백 사태가 6개월 이내의 단기에 그친다면 계열사 중심의 독립경영체제 카드가 효과적이나, 장기화된다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처럼 장기 수감생활을 거친 총수의 경우 ‘옥중경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면서 “삼성이 지금의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이겨낼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JY 빠진 '뉴 삼성' 어디로 가나…전문경영인 중심 '비상경영'에 무게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