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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운 최대 비극으로 남은 한진해운 파산...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 조지원 기자
  • 입력 : 2017.02.17 11:05

    수출 한국의 발이 됐던 한진해운이 설립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7일 서울중앙지법 6파산부는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을 선고했다. 세계 7위, 국내 1위였던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국 해운 경쟁력은 크게 후퇴했다. 한국 해운업의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故) 조중훈 한진해운 창업주는 ‘수송보국(輸送報國)’을 내세우며 1977년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선사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한진해운은 국적 선사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고, 2012년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운수업 부문 최우수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2013년에는 미국 로우스(Lowe's) 선정 최우수 선사상을 받았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배 적재용량을 뜻하는 선복량과 화물 운송량을 나타내는 시장 점유율은 모두 반토막났다. 현대상선이 남아있지만 구조조정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한국 해운은 얼라이언스(동맹) 개편과 글로벌 선사간의 인수합병(M&A) 등 세계 해운업계의 흐름에서 사실상 소외됐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조선일보DB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조선일보DB
    ◆ 한진해운 사라지고 초라해진 한국 해운

    한진해운은 본사로 사용하던 여의도 유수홀딩스 건물에서 나와 염창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원 50여명만 회사에 남아 청산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홈페이지는 채권자들을 위한 게시판만 남겨뒀다. 여의도 본사에 붙어 있던 파란색 한진해운 간판(HANJIN)은 지난해 철거됐다.

    한진해운이 사라지면서 한국 국적 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급감했다. 2015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아시아‧미주 시장 점유율은 각각 7.4%, 4.5%였다. 지난해 11월 현대상선의 아시아‧미주 시장점유율은 6.2%로 1.7%포인트 상승했지만, 한진해운이 0.1%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한국 선사들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11.9%에서 6.3%로 5.6%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점유율은 선사가 얼마나 많은 화주를 확보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선사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면 다른 선사로부터 화주를 뺏어 와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어느정도 시장점유율을 늘렸지만, 추가로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국 선사들의 컨테이너 수송 능력도 2016년 8월 106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같은해 12월 51만TEU로 절반 수준이 됐다. 60만TEU를 가지고 있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이후 보유하고 있던 선박을 모두 팔거나 반납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겪은 해외 선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최근 한국 선사를 더이상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현대상선 등 한국 선사들이 해외 영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대상선과 월마트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소문 진화에 나섰지만, 이는 신뢰를 잃은 한국 해운의 현주소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여의도 본사 간판이 철거되는 모습. /한진해운 육상직원노동조합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여의도 본사 간판이 철거되는 모습. /한진해운 육상직원노동조합 제공
    ◆ 덩치 키우기로 살길 찾는 외국…국가 해운 경쟁력 확보 열쇠 찾아야

    해운업계는 주요 선사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100만TEU가 넘는 대형 선사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100만TEU 이상 선복량을 보유한 선사들이 해운시장을 주도하고, 나머지 선사들은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자리를 메워야 하지만 당분간 선복량을 쉽게 늘릴 수 없다. 지난해 83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았고, 재무상태도 불안하다. 무리하게 선복량을 늘릴 경우 비용이 크게 증가해 회사가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 현대상선은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가 해운업 살리기에 6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국가 해운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선박 신조 프로그램 규모를 12억달러에서 24억달러로 확대했지만, 부채비율 400%라는 조건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선사들이 이용하는데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2015년 12월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이를 이용한 선사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한국 해운의 비극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중국, 대만, 일본 등 이웃 국가들은 한진해운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고 자국 해운 살리기에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 한진해운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었던 대만의 양밍, 일본의 K라인에 대한 위기설은 자취를 감췄다.

    대만 정부는 자국 선사인 에버그린과 양밍에 19억달러(2조2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국가개발은행(CDB)은 2012년까지 1800억위원(30조8000억원)을 자국선사 COSCO에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3대 선사 NYK, MOL, K라인의 컨테이너 부분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은 “화주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3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국적 선사를 키울 수 있도록 꾸준하게 노력해야 하고, 국적 선사들도 선대 확충과 영업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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