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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에 인수된 샤프에는 무슨 일이?...'전략보다는 속도' 다이정우 사장의 공격 행보

  • 이다비 기자
  • 입력 : 2017.02.17 06:15

    샤프가 지난해 8월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에 인수된 후 급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다이정우(戴正吳) 샤프 사장은 주도권을 잡고 샤프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고 유럽의 가전 업체를 인수하며 샤프 내 ‘속도전’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샤프 관계자는 샤프가 지난해 8월 폭스콘에 인수된 후 지난 수개월 동안 일어난 변화는 기존 샤프라면 수 년 이상 걸렸을 변화라고 전했다. 이는 샤프의 모회사인 폭스콘이 ‘전략보다 속도’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샤프가 9분기 만에 흑자를 내는 등 실적이 개선되자, 혼란스러워했던 샤프 직원들은 다이정우 사장 스타일에 적응하려 하려고 애쓰고 있다.

    ◆ 싹 바뀐 샤프 경영 스타일...다이정우 사장의 ‘탑 다운식’ 경영

    다이정우 사장은 전임자였던 다카하시 고조 전 샤프 사장과는 전혀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다이정우 사장의 ‘탑 다운(Top-down·상의하달)식’ 과감한 행보에 내부에서는 “너무 빠르게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이정우 신임 샤프 사장은 올해 8월 취임 이후 비용 절감을 강조하면서 주력공장 폐쇄와 이전 등 대규모 공장재편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 내 주력 거점공장 재편은 이번이 처음이다. 샤프는 히로시마현 미하라 공장을 폐쇄하는 계획을 포함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불과 인수 3개월 만에 내린 결정이다. 미하라 공장은 카메라 부품 등을 생산하는 후쿠야마 공장으로 통합될 예정이다. 또 1960년대부터 샤프의 거점 공장 역할을 해온 히로시마 공장은 3개 동을 2개 동으로 축소한다.

     지난해 4월 다이정우 샤프 사장(왼쪽부터)과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다카하시 고조 전 샤프 사장이 악수하고 있다. / 블룸버그 제공
    지난해 4월 다이정우 샤프 사장(왼쪽부터)과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다카하시 고조 전 샤프 사장이 악수하고 있다. / 블룸버그 제공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다이정우 사장은 연간 2조엔(약 20조원)을 벌어들이는 회사 규모에 비해 적은 액수라고 할 수 있는 300만엔(약 3000만원) 정도도 사장의 결재를 받도록 했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 샤프의 한 직원은 불만을 표출하며 “소액 지출 건에도 사장 승인이 필요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을 전했다. 샤프의 한 임원은 “적은 액수도 다이정우 사장이 개입하는 것은 그가 직원들을 ‘교육(educate)’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정우 사장은 샤프의 회의 문화도 바꿨다. 인수 전 샤프 경영진은 한 달에 한 두 번 정기 회의를 하고, 직원들은 이 회의에 필요한 문서들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폭스콘에 인수된 후, 경영진 회의는 사안이 생길 때마다 각 사업부 요청에 따라 열리며, 종이 문서 대신 전자칠판 등을 사용한다. 화상 회의도 이용하고 있다. 샤프 재건과 관련 중요한 결정은 각 사업부 요청에 따라 열린 회의에서 정해지고 있다.

    일본 오사카 사카이시(市)에 있는 샤프의 새 본사도 인테리어가 대폭 바뀌었다. 다이정우 사장은 본사 내 자신의 사무실에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전면에 일렬로 걸어놓으며 LCD 사업 의지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인수합병과 中·美 등 공장 설립 등 공격 행보 이어져

    다이정우 사장은 취임 이후 여러 투자 결정도 내리고 있다.

    신임 사장은 샤프가 폭스콘에 인수된 후, TV 사업을 강화하는 방침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샤프는 지난해 12월 유럽 TV 시장에서 재기를 노리기 위해 자사 브랜드 TV 판매업체인 슬로바키아 UMC사의 모기업인 SUMC사를 올 2월 10일 자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104억엔(약 1060억원)으로, SUMC 지분 57.4%를 사들이기로 했다. SUMC사는 샤프의 옛 폴란드 TV 공장도 가지고 있다. 이는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려온 샤프가 지난 2014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한 자사의 유럽 TV 생산·판매 회사를 다시 사들이는 셈이다.

    또 샤프는 중국 광저우(廣州)에 10조원 규모의 LCD 패널 공장을 짓는다.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지난해 12월 광저우시 정부와 610억위안(약 10조5000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생산단지 투자 협정을 체결하고 10.5세대 LCD 생산라인을 조성하기로 했다.

    샤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투자를 압박하자, 미국에 8000억엔(약 82조1700억원) 규모의 LCD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이다.

    샤프는 지난 8일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샤프가 중심이 돼 미국에 액정패널 공장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착공에 들어가 3년 후인 202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프는 LCD 미국 공장에서 최대 5만명 이상의 현지 직원을 고용할 예정이다.

     샤프 / 블룸버그 제공
    샤프 / 블룸버그 제공
    샤프는 지난 8일 스위스 프린터 제조업체인 ‘프리츠 슈마허’도 19억엔(약 190억원)을 들여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이정우 사장은 협력사에 부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속전속결’로 내려, 협력사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샤프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에 사전 협의 없이 LCD 패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며 계약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샤프를 상대로 4억9200만달러(약 57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60∼70인치 대형 TV는 패널 공급 차질이 일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샤프는 TV 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삼성전자 등 TV 시장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외부 패널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증명된 다이정우 사장의 ‘파격 행보’...지난 분기 실적 흑자전환

    다이정우 사장의 파격 행보로 인한 내부 불만이나 우려와는 달리 샤프는 폭스콘에 인수된 후, 좋은 실적을 내며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3일 샤프는 지난해 10월에서 12월까지 3개월간의 순이익을 공개했다. 샤프는 9분기 만에 최종 흑자를 냈으며, 이 기간 매출액은 1조4912억엔(약 14조8600억원), 영업이익은 189억엔(약 1880억원)을 기록했다.

    산케이비즈 등 일본 현지 매체는 샤프 실적 개선 관련 “폭스콘 산하에서 철저한 비용 절감 대책을 마련한 것이 주요했다”고 분석했다. 샤프는 같은 날 올 1월~3월 연결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최종 손익 적자가 기존 418억엔(약 4170억원)에서 372억엔(약 3708억원)으로 축소될 전망이라고도 발표했다.

    노무라 가쓰아키 샤프 부회장은 “샤프의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졌다”며 “다이정우 사장의 경영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샤프 직원들은 기존 일본 경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합의 기반 경영’을 떠나 다이정우 사장의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고 있려고 애쓰고 있지만, 회사를 떠나는 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를 그만둔 직원과 기존 실적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 등으로 샤프 인력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샤프 인력은 지난해 3월 4만3500명에서 12월 4만2300명으로 약 1200명가량의 인력을 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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