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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vs 정지선 vs 정유경... 재계 오너들, 패션∙뷰티 사업으로 해외에서 리더십 삼파전

  • 김은영 기자

  • 입력 : 2017.02.17 06:00 | 수정 : 2017.02.17 09:02

    ‘이서현 브랜드’로 통하는 에잇세컨즈,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
    정지선의 섬세한 추진력, 한섬 시스템∙시스템옴므 앞세워 중국∙유럽 진출 박차
    정유경 체제 드라이브,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로 글로벌 뷰티 사업으로 스타트

    왼쪽부터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사진=조선DB, 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사진=조선DB, 연합뉴스
    이서현, 정지선, 정유경 등 재계 오너들이 패션∙뷰티 사업을 통한 글로벌 리더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동안 사업 정비와 M&A, 생산공장 건립 등으로 내실을 다진 이들은 올해 ‘글로벌’을 경영 화두로 삼고 해외 무대에서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해외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에잇세컨즈의 중국 사업을 확대하고, 구호와 준지의 미국∙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사장은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한섬의 시스템과 시스템옴므 매장을 중국과 프랑스 파리에 오픈했다. 잡화 브랜드 덱케도 런던패션위크를 통해 세계 무대에 오른다.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이태리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통해 화장품 B2B 사업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 진출한다. 또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보브와 지컷으로 중국 내 영향력을 넓힌다.

    ◆ ‘이서현 브랜드’로 통하는 에잇세컨즈, 상하이에서 유니클로 앞지르기도

    2002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이서현 사장은 2015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오르며 그룹 내 패션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 사장은 외부 노출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삼성물산 부문장이 된 후 사내방송에 출연하고 게시판을 올리는 등 자신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패션업계 불황으로 인해 2014년부터 실적 부진을 겪었으며, 최근까지도 구조조정과 브랜드 정리,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최순실 게이트 의혹 수사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조84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450억 원으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올해도 국내 패션업이 좋지 않을 전망이어서, 해외 사업의 성공 여부가 이 사장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서현 사장은 지난 11일 뉴욕에서 구호 프레젠테이션을 열면서 올해 첫 글로벌 사업을 진행했다. 구호는 지난해 9월 첫 뉴욕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홍콩 레인 크로포드와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 등 해외 주요 백화점과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전 세계 4개국, 13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2020년 2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영국 헤롯백화점에 준지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준지는 2007년부터 파리 컬렉션에 참석해 글로벌 남성복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다. 이 브랜드는 유럽, 북미, 아시아 등 20여 개국 125개 매장에 입점해 있으며, 올해 1000억 원대 매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에잇세컨즈 상하이점 개점 당일 아침부터 10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에잇세컨즈 상하이점 개점 당일 아침부터 10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이서현 브랜드’로 통하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에잇세컨즈는 개점 당일 1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일 매출이 인근 유니클로 매장의 매출을 앞서기도 했다.

    에잇세컨즈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을 브랜드명에 넣을 정도로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브랜드다. 지난해 1700억 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202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10조 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작년 9월 조직 개편에서 사업지원팀과 리테일팀을 신설했다. 회사 관계자는 “GD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등 중국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유통망을 추가해 K-패션 트렌드를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캐주얼 브랜드 빈폴(맨, 레이디스, 키즈, 골프, 아웃도어)과 스포츠 브랜드 라피도가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빈폴은 120개, 라피도는 158개 중국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 정지선 회장, 시스템∙시스템옴므로 중국∙유럽 동시 공략… 2020년까지 1500억 목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한섬의 시스템옴므와 시스템 매장을 중국과 파리에 열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한섬은 지난 1월 중국 항저우 다샤 백화점에 남성복 시스템옴므 매장을 오픈했다. 올 상반기 항저우 지역에 4개 매장을 열고, 연말까지 10개 매장을 추가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5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1500억 원의 매출을 거둔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에는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시스템옴므 단독 매장과 여성복 시스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잡화 브랜드 덱케도 글로벌 무대에 진출한다. 덱케는 17일부터 열리는 런던패션위크에서 최유돈 디자이너의 컬렉션에 협업 형식으로 참가한다. 또 별도의 쇼룸을 운영해 유럽·미국 등 패션 및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세일즈에 나선다.

    한섬 관계자는 "해외 유명 패션 컬렉션에도 참여한 적 없는 토종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나 편집숍 입점 등의 사전 테스트 없이 라파예트 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시스템과 시스템옴므, 덱케를 필두로 나머지 국내 브랜드들도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섬은 중국과 파리에 시스템옴므 단독매장을 열었다. 사진은 파리 라파예트 매장 전경,/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한섬은 중국과 파리에 시스템옴므 단독매장을 열었다. 사진은 파리 라파예트 매장 전경,/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정 회장은 2007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현대가(家) 특유의 안정적인 경영 스타일을 펼쳐왔으나, 지난해부터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이미지와 다방면에서 선보인 추진력으로 인해 ‘리틀 정주영’이라 불리기도 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적극적인 시장 대응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경영방침으로 내세우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한 이후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 한섬은 현대백화점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채널을 활용하고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늘려 지난해 712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인수 첫 해와 비교해 40%가 증가한 것이다.

    2014년부터는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한섬은 2013년 프랑스 파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파리 마레지구에 의류 편집매장 톰그레이하운드를 열어, 해외 브랜드와 시스템옴므, 시스템, 덱케 등 자체 브랜드를 구성해 선보였다. 시스템옴므와 시스템의 갤러리 라파예트 입점도 톰그레이하운드를 통한 소통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파리법인은 2014년 9억 원, 2015년 14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실적을 늘리고 있다. 한섬은 편집매장 내 자체 상표 비중을 현재 15%에서 2~3년 내 40%까지 늘려 자사 브랜드의 해외 진출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온라인과 면세시장도 해외 진출을 앞당기고 있다. 한섬은 지난해 더한섬닷컴을 오픈해 전 세계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글로벌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구축했다. 또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등 시내 면세점에 자사 브랜드를 통합해 선보이는 더한섬몰을 오픈해 해외 브랜드와 경쟁을 시작했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도 해외 사업에 시너지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앞서 오브제, 오즈세컨, SJYP 등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이들을 통한 해외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 ‘정유경 화장품’ 스타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로 글로벌 뷰티 시장 공략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화장품 B2B(Business-to-Business, 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오산공장 조감도/사진=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제공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오산공장 조감도/사진=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제공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설립한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지난 6일 오산 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화장품 생산에 돌입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한국∙미국∙영국 등 화장품 회사에서 주문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의 제품도 생산할 예정이다.

    정 총괄사장은 자체 개발한 네 가지 컨셉의 컬렉션 아이템으로 전 세계 화장품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코스가 보유한 기술력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아시아 시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을 거둔다는 구상이다.

    신세계의 패션∙뷰티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정 총괄사장은 화장품 사업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설립에 앞서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개장한 신세계 대구점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열었다. 시코르는 전 세계 뷰티 브랜드 180 여개를 선보이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그동안 대외활동에 나서지 않아 ‘은둔형 리더’로 불려왔다.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를 통해 대중과 활발한 소통을 펼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 정 총괄사장이 지난해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식에 ‘깜짝’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업계는 이를 두고 ‘정유경 체제의 시작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정 총괄사장은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 부임 이후 백화점과 면세점 유통 출점을 공격적으로 펼쳐왔다. 또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세계 무대를 향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상하이 강후이헝롱광창에 지컷 1호점을 오픈했다./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상하이 강후이헝롱광창에 지컷 1호점을 오픈했다./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한 해외 패션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1년 여성복 보브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 상하이에 여성복 지컷 매장을 열었다. 지컷은 현재 중국에 1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5개 매장을 추가할 예정이다. 중국 내 48개 매장을 운영 중인 보브는 올 연말까지 53개 매장에서 45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보브와 지컷으로 2020년까지 중국에서 매출 15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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