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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개혁 3.0] 김주영 변호사 "지주사 시대…다중대표소송 필요"

  • 이정민 기자

  • 입력 : 2017.02.13 06:00

    - 기관투자자 적극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 장애물 제거해야
    - 주주소송 활성화 위해 법원의 적극적 역할이 매우 중요

    “최근 여러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에 맞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자칫 손 놓고 있다가는 현재의 주주대표소송제도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서초구 소재의 법무법인 한누리 사무실에서 만난 김주영 변호사는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활발한 요즘 현실에 맞추어 대표소송제도를 확대·개선한 제도다. 현재는 자회사가 지주회사에 손해를 보게 했거나, 그룹 총수가 사익을 위해 자회사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지주회사 주주들이 자회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공익적 성격의 소송에 대해서는 소송 제기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를 본 투자자가 자신들의 피해 보전을 요구하는 투자자소송과 달리, 주주소송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영진이 회사에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인 만큼 ‘좋은’ 소송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얘기다. 현행 규정에서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요건이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매우 까다롭게 돼 있다.

    김 변호사는 기관투자자들이 제대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여러 가지 현실적·법적 장애물들이 기관투자자들로 하여금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게 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기관투자자 중심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맘껏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변호사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한누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이정민 기자
    김주영 변호사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한누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이정민 기자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주주로서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받을 수 있는 소송제도는 어떤 것이 있나.

    “투자자소송과 주주소송이 있다. 투자자소송은 주로 분식회계, 주가조작, 허위공시 등으로 손해를 입은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이것은 기업지배구조 문제와는 거리가 멀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것은 주주소송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주대표소송이다. 예를 들면 매수가액 결정이나 합병 무효와 같은 주주로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소송을 말한다.”

    -주주소송제도는 이미 도입돼 있다. 그럼에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소송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다. 주주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주주들이 개인 이득을 취하는 게 아니다. 의무를 위반한 경영진이 회사에 배상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주주소송은 공익적 성격의 소송이다.

    공익적 성격의 소송은 그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주가 소송을 제기하려면 일정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 등 제약이 심한 편이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단 1주(株)만 있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제도가 있다.

    대형 법무법인들이 주주소송 사건을 맡지 않고 피한다는 점도 개인 소액주주들이 주주대표소송 등을 제기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분야별로 전문화된 대형 법무법인들은 주주소송을 맡아 할 경우 주요 고객인 기업들을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주주소송제도가 허점이 있다는 얘기인가.

    “최근 여러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에 맞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하는 것은 경영상 판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합병, 주식교환, 소수주주 주식 강제 매수 등으로 인해 소수주주들이 피해를 보거나 지배주주의 부당한 이득이 있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해당 기업의 기존 자회사나 계열사들은 지주회사 밑의 사업회사가 된다. 기존 사업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은 사업회사의 지분이 아닌 지주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법적으로 기존 주주들은 사업회사에 대한 주주자격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사업회사를 견제할 유일한 주주는 지주회사다. 따라서 자회사의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주주대표소송이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 지주회사의 주주도 사업회사의 문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다중대표소송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다중대표소송제도가 없다.

    한국에는 아직 소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찾기 위한 제도가 미비한데 이를 위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조선DB
    조선DB
    -아무리 제도가 잘 정비됐다고 하더라고 결국 법원의 판단이 중요한 것 아닌가.

    “법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간 법원은 적극적으로 나서길 꺼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슈에서도 법원의 입장이 잘 드러난다. 삼성물산이 상속증여세법상 산정된 가격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굉장히 불만이다. 세법상 산정된 가격은 세무목적으로 산정된 가격이고 사실은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형식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개입하길 꺼렸다. 법원이 회사가 정한 가격을 용인해준 셈이다.

    실제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기업 간 합병이나 이해 상충 거래에 대해 소액주주를 보호해주기 위한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법원이 상당히 소극적이다. 법원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부분에서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주주대표소송에서 법원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최근의 지지부진한 지배구조 개혁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했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어떤 행동이 가능했을까.

    “부지 매입 행위 자체는 경영판단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순수한 경영판단 상 문제라면 소액주주가 이에 대해 관여해선 안 되고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만약 한국전력 부지가 아니라 정몽구씨 일가가 갖고 있던 부동산을 그룹이 샀다면 이해 상충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주주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기업에 불이익한 결정을 한다든지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이해 상충 거래는 굉장히 높은 기준을 적용해 경영상 판단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주주·투자자 소송 실무를 하면서 가장 답답한 점은 무엇인가.

    “실제로 기업을 상대로 소송하게 되면, 원고 입장에서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입증 책임은 원고가 지는데 역설적으로 증거는 피고한테 있기 때문이다. 주주소송이나 투자자소송 대부분이 그렇다. 회계장부열람등사 청구 등 상대방이 가진 증거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그런 것들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 법원이 이에 대한 판단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소송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수는 없나.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움직임이 있고, 곧 도입이 된다고 알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결국 기관투자자에게 어떤 의무를 부과해서 의결권,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투자자들이 돈을 맡겼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주주권을 잘 행사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전제돼 있다.

    현재 기관투자자들은 주주권 행사에 너무 소극적이다.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모니터링을 수시로 해야 하는 등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다. 기관이 기업들한테 돈을 수탁받기 위해서는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그래픽=이철원 기자
    그래픽=이철원 기자
    -기관투자자가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은 기업지배구조를 얘기할 때 단골 메뉴다.

    “기관투자자만 탓할 수는 없다. 기관이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할 때 주주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에 배당을 더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경영 참여로 간주한다. 이는 말이 안 된다. 주식 보유 목적이 경영 참여일 경우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경영 참여의 방식, 향후 계획 등을 상세히 밝혀야 하고 조금만 잘못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사외이사 추천, 배당 확대 요구, 합병에 대한 의견 제시 등이 모두 경영 참여로 간주된다. 경영 참여 목적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주주권 행사를 안 하는 게 낫다는 마음이 들 수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현재의 시스템은 귀찮은 일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드는 구조다.”

    또 공동보유제도라는 개념도 문제다. 기관투자자들 2~3곳이 모여서 단발성으로 문제가 되는 어떤 의사결정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자고 협의하면 한국 법상 해석으로 공동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기관 입장에서는 여러 복잡한 이슈들이 발생한다.

    기관투자자들로 하여금 주주권 행사 적극적으로 하라고 말하기 전에 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리스크 없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법적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 외에 또 어떤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있어야 하는가.

    “전자투표제도, 서면투표제도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 기업들이 배당 주총을 특정 기간에 몰아서 동시에 주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다. 현행법에서는 이런 제도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제도도 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절차도 까다롭고 시간적인 제약도 있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제도란 서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어떤 기관투자자가 나서서 우리는 이것을 반대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다른 주주들에게 동참을 권유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이를 실행하기 며칠 전에 신고해야 한다.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도 받을 수 있다.

    어찌 됐던 궁극적으로는 기관투자자 중심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연기금이 나서야 하고 그 다음에는 자산운용사들도 나서야 한다. 소액주주만으로는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여러 장애물을 치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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