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이 늘어난 기업 중 열에 여덟(86%)이 오너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순이익과 비례해서 배당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난해 실적과 현금배당을 모두 공시한 기업은 총 168개다. 이 중에서 14개 기업은 지난해 순이익이 줄어들었지만 배당을 지난해보다 늘렸다.
14개 기업 중 삼성물산과 이노션 등 7개 기업은 최대주주가 그룹 오너인 곳이다. 그리고 SK하이닉스 등 5개 기업의 최대주주는 오너 아래 있는 계열사다. 14개 중 12개(86%)가 오너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삼성물산(028260)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15년보다 99.2%(2조6648억원) 감소하며 20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50원 늘어난 55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됐다. 배당 총액은 우선주(1주당 600원)까지 총 907억8600만원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외 12인으로 배당 기준일 직전 기준으로 약 39.40%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약 411억원의 배당금이 지급될 예정이고 이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23%)의 몫은 약 180억원이다.
이노션(214320)은 정성이 외 2인이 38.99%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이다. 이노션의 순이익은 지난해 779억7300만원을 기록하며 2015년보다 0.1%(6400만원) 감소했다. 이노션도 1주당 배당금을 900원에서 950원으로 올렸고, 배당 총액 190억원 중 정성이 사내이사가 53억2000만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억8000만원,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17억1000만원을 수령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최대주주로 서기만 대표가 있는 베셀(177350), 이효종 대표의 알엔투테크놀로지(148250), 나우주 대표의 엘엠에스(073110), 전영환 회장의 삼익THK(004380), 최명배 회장의 엑시콘(092870)등 5개 기업도 순이익이 줄었지만 배당을 늘린 경우다.
지난해 순이익이 1조3631억원 감소한 SK하이닉스(000660)는 주식 1주당 배당금을 500원에서 600원으로 늘렸다.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는 SK텔레콤 외 5인으로 20.0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주회사 단계상 위로 올라가면 SK텔레콤(017670)의 최대주주는 SK(25.22%)이고, SK(034730)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23.40%)이다.
마찬가지로 윈스(136540)의 최대주주인 금양통신은 김을재 윈스 이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고,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최대주주인 지란지교는 오치영 대표이사가 지분 31.19%를 보유하고 있다. 또 엔에스쇼핑의 최대주주 하림홀딩스는 김홍국 하림 회장 지배 아래 놓여있다. 교보증권(030610)역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최대주주인 교보생명보험의 종속기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배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의사이고, 주주가 원해서 배당을 확대한 건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며 “다만 순이익이 줄었을 때 배당을 확대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황 실장은 “배당 확대가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성장 가능성에 반하는 방향이라면 소액주주와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배당을 확대했다면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지배주주들의 지분이 높은 기업 위주로 배당이 늘어난 건 안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전체적으로 낮은 편이다 보니 배당을 늘리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