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실수 딛고 재도약"...SK하이닉스, '애증'의 도시바에 러브콜

입력 2017.02.07 06:00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흐름이 D램에서 낸드플래시로 넘어가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7년 전에 저지른 실수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만큼 SK하이닉스가 낸드 분야에서 빠르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도시바와 같은 기업을 인수해야 합니다."

SK하이닉스의 전직 임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LG반도체 시절부터 현대전자, 하이닉스, SK하이닉스에 이르기까지 20년 넘는 세월을 회사에서 보낸 그는 SK하이닉스가 당면한 최대 과제로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꼽았다.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 3D 크로스포인트 등 낸드 기술을 바탕으로 D램을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핵심 기술은 여전히 D램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부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그는 과거의 전략적 판단 실수가 지금까지도 SK하이닉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경부터 SK하이닉스가 트리플레벨셀(TLC), 3차원 구조의 낸드플래시 분야에 선제적으로 진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멀티레벨셀(MLC), 평면(플라나) 구조 낸드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면서 차세대 트렌드에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은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승승장구해온 D램에 비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16나노 미세공정 진입도 삼성전자, 도시바와 비교하면 1~2년가량 느렸다. 현재 업계 주류로 자리 잡은 TLC(낸드의 기본 단위인 셀에 3비트를 저장해 저장 효율을 높이는 기술), 3D 낸드 기술도 삼성, 인텔, 마이크론, 도시바보다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K하이닉스-도시바, 남다른 ‘애증’의 역사

이번에 SK하이닉스(000660)가 지분을 투자하기로 한 도시바는 때로는 협력관계이면서도 동시에 껄끄러운 관계이기도 했다. 두 회사는 오랜 기간 D램의 대체재로 꼽히는 차세대 메모리 STT-M램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한편 기술 유출 문제로 나란히 법정에 서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15년 일본 오이타현에 있는 도시바 이미지센서 공장을 인수하려고 시도한 전례도 있다. 당시 SK하이닉스 경영진은 공장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소니가 선수를 쳐 약 1800억원에 오이타 공장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낸드플래시 기술 유출과 관련해 법정공방을 벌였던 전례도 있다. 지난 2014년 7월 도시바는 2008년에 도시바·샌디스크의 합작 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SK하이닉스로 이직하면서 10기가바이트(GB) 분량의 반도체 제조공정 등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 공방은 같은 해 12월경에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특히 비밀주의 경향이 강한데다 업계 경쟁 기업끼리 공동 개발을 단행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며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때로는 으르렁거리면서도 지속해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사업 전략에 대한 부분을 논의한다는 건 두 회사가 삼성이라는 공동의 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 전경./ 도시바 제공

◆SK하이닉스-도시바, 삼성에 대항할 ‘신의 한 수’ 될까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협력은 삼성전자가 독주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두 회사 모두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우선 도시바 입장에서는 최대 3조원으로 예상되는 자금이 흘러들어오는 만큼, 신규 3D 낸드 공장인 욧카이치 공장이 차질 없이 가동될 수 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낸드 사업 최대의 난관인 컨트롤러 기술을 도시바로부터 받아올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부터 미국 LAMD나 대만 이노스터의 컨트롤러 사업부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우군이 생긴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막강한 자본력과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ARM, 넷리스트 등 혁신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뉴메모리 시대를 준비하고 있고, 인텔과 마이크론은 이미 수년 전부터 혈맹을 맺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강력한 수요로 인한 호황 속에서 빅데이터, IoT, 자율주행 등 신기술로 대변혁을 맞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장기적 전략이 중요한 시기”라며 “특히 올해부터 슈퍼사이클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과감한 M&A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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