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 넵튠 대표는 한때 고스톱, 포커 등 국내 웹보드게임을 이끌던 수장이었다. 그는 2009년부터 3년간 NHN(네이버와 한게임 합작법인)에서 한게임 대표를 역임했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 이제 게임업계는 그를 캐주얼 게임의 강자로 기억한다. 정 대표는 2012년 회사를 설립한 후 ‘프렌즈 사천성 포 카카오(for Kakao)’와 같은 퍼즐 게임을 앞세워 코스닥에 입성해 화제를 모았다.

많은 모바일 게임회사들이 역할수행게임(MMORPG)에 집중하는 동안 캐주얼 게임으로 일본 현지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킨 것이 주효했다. 일본 매출 비중이 전체의 52%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14일 넵튠의 코스닥 상장 소식이 전해지자, 15년에 걸친 그의 탄탄한 업력을 거론하며 예고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게임 산업이라는 것이 한번에 훅 갈 수도 있는 흥행성 산업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롱런(장기 순항)’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인업을 탄탄히 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외 시장에서 인기있는 지식재산권(IP·게임 업계에서는 유명한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 등에 대한 라이선스를 종합해 일컫는 말)을 확보해 퍼즐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중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 IP를 활용한 게임을 올해 중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월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넵튠 사무실에서 만난 정욱 대표는 캐주얼 게임 회사 대표답게 개성있는 헤어스타일과 편안한 포근한 터틀넥 니트 차림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정 대표는 2000~2004년 프리챌에 몸담았다가 2005년부터 NHN에 합류해 2009~2011년 NHN 한게임 대표를 역임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정욱 넵튠 대표는 대형 게임사들이 대작 모바일 MMORPG로 승부를 보고 있는 상황이 언제든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정 대표는 넵튠이 꾸준히 캐주얼 게임으로 승부수를 띄우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웹보드의 절정기 시절을 경험한 웹보드 게임의 강자가 캐주얼 게임으로 창업한 이유가 궁금하다.

“NHN의 한게임 본부에서 일하면서 웹보드 게임을 담당했다. 이후 나머지 종류의 게임까지 총괄하게 됐다. 당시 한게임의 목표가 웹보드 말고 다른 영역에서 큰 성공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MMORPG인 ‘테라(TERA)’는 한게임 본부에서 야심차게 퍼블리싱했던 기대작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에 비해 테라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당시 한게임이 퍼블리싱을 성공시켰다면, 내가 한게임을 떠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저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회사를 나와 모바일 시대에 맞춘 게임 회사 넵튠을 창업했다.

물론 넵튠에서 모바일 버전의 웹보드 게임을 개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도 ‘웹보드 게임’ 분야에서 끝까지 가 봤던 사람 중 한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게임업계 동료이자 위메이크프라이스 창업자인 허민 대표도 내가 창업할 때 “왜 웹보드 게임을 하지 않느냐, 투자를 받기에도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창업 당시에는 더이상 웹보드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한게임에 있을 때 웹보드게임 규제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시달렸기 때문인 것 같다. 웹보드 게임을 사행성이라고 지적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지쳐 있었던 것이다.

넵튠을 창업하고 퍼즐 게임과 야구 게임을 선택했다. 퍼즐 게임 등 캐주얼 게임은 사용자 층이 넓다. 또 한게임에서 자체 개발한 ‘야구 9단’이라는 게임의 성과가 좋아 야구 게임 개발에도 애착이 있었다.”

― 상장하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일 힘들었던 것은 버티는 것이었다. 버티려면 돈과 인력이 필요하다. 투자 받는 것도 어렵지만 계약을 성사시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인력도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중소업체로서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모바일게임 시장 초기에 창업을 해서 투자를 받았다. 게임업계에서 투자받기가 좋은 시기에 창업했는데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으니, 최근 창업한 분들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게임업계에 15년 정도 있다보니, 게임 투자에 열광하는 시기와 게임 투자는 아예 하지도 않는 시기가 반복되는 것 같다.”

넵튠이 개발한 ‘프렌즈 사천성 포 카카오’.

장르를 다양화할 계획은 있나.

“장르 다양화에 집중하기 보다 시장을 넓히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넵튠은 대형 게임사가 자리를 잡은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과 북미가 주력 시장이다. 앞으로는 미개척 시장인 동남아시아와 인도 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여 볼 생각이다. 동남아 및 인도 시장은 빅플레이어들이 자리 잡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여러 게임사들과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 올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한국에서는 상반기에 모바일 야구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와 협력해 올해 ‘프렌즈 사천성 포 카카오(for Kakao)’와 같은 2~3개 캐주얼 게임을 출시하려고 한다.

넵튠 매출액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곳은 일본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의 52%를 차지한다. 일본 시장에서는 라인(LINE) 터치터치, 라인 퍼즐탄탄이라는 게임을 성공시켰는데, 후속작을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소셜 카지노를 기반으로 사업하고 있다. 소셜카지노게임 전문 자회사인 에이치앤씨게임즈가 현재 ‘리얼카지노’와 ‘베가스타워’를 서비스 중이고 ‘세븐럭 베가스’와 ‘카지노 프렌지’ 등을 추가로 오픈했다. 리얼카지노가 현재 분기당 25억원 가량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데, 나머지 3개 소셜 카지노 게임의 매출액을 이정도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 상장 후 중장기 성장 전략은.

“자체 IP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자리잡은 ‘탄탄’ 브랜드를 IP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해당 국가에서 인지도가 높거나 인기를 끌고 있는 IP 보유사와 제휴해 게임을 만들 계획이다. 유명 IP를 보유한 미국 대형 회사와도 협상 중이다. 사천성에 쓰면 좋을 IP다.어느정도 진척이 되면 공개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나.

“중국시장도 한국시장과 마찬가지로 경쟁이 격화돼 있고, 여러 강자들이 이미 자리잡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국내 대형 게임사도 중국에서는 모바일 게임으로 제대로 경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넵튠은 퍼즐 게임을 통해 중국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중국 란투와 함께 ‘짱구는 못말려’ IP를 활용한 퍼즐 게임을 제작중이고 룽투를 통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인수합병(M&A) 계획은 없는지.

“동남아나 인도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회사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 지역의 모바일 인프라는 좋지 않다. 저사양 스마트폰이나 느린 네트워크에서 원활하게 돌아가는 게임을 잘 만드는 곳을 찾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인수한 게임사 오올블루가 ‘헌터스리그’라는 RPG를 3월에 세계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

정욱 넵튠 대표는 웹보드 게임 규제로 인해 오히려 악성 도박 게임 시장이 형성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오히려 통제가 가능한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 대형 게임사들이 대작 모바일 MMORPG에만 집중하고 있다.

“게임의 플랫폼은 언제든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한 장르에 시장이 치우치면 성공 확률도 낮아진다. 블록버스터(대작) 위주로 시장이 움직일 때 위험도는 더 커진다.

이럴 때는 분위기를 뒤집는 참신한 게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PC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도 MMORPG, 블록버스터 대작이 평정하고 있을 때 전략시뮬레이션과 RPG를 섞은 AOS(캐릭터 성장형 진지 점령 게임) 장르의 ‘리그오브레전드(LOL)’가 나타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도 새 장르가 빛을 발할 때가 온다. 작은 회사들이 살 길은 큰 회사들과 한판 붙는게 아니라, 대형사들이 참가하고 있지 않은 부분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장르일 수도 있고, 새로운 지역일 수도 있다.”

― 대형 게임사들이 대작에 ‘올인’하다보니, 게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형 게임사들이 수익성만을 보고 자신들의 자회사나 계열사 게임 위주로 출시하고 있다. 자회사나 계열사가 아닌 중소개발사 게임을 퍼블리싱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가면, 게임 개발 생태계는 무너진다.

또 길게 보면 현재 잘나가는 게임과 과금 모델이 계속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모바일 MMORPG를 소비하는 세대는 PC에서 MMORPG를 즐겼던 세대고, ‘현질(현금으로 게임 내 아이템을 사는 것)’이라는 개념을 만든 세대라 과금에 대한 저항감이 적다.

지금 10대들은 리그오브레전드(LOL)나 1인칭총격게임(FPS)인 서든어택, 오버워치처럼 과금이 승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르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세대가 성인이 되고 수입이 생기게 되면 현재의 모바일 MMORPG 과금형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왕자영요’같은 모바일 AOS 게임이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넷마블게임즈가 이 게임을 국내에 ‘펜타스톰’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을 예정데,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넵튠처럼 작은회사나 벤처는 참신한 게임 개발에 신경 써야 한다. 해외에서는 HTML5 기반 웹 게임을 ‘넥스트 게임’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안에 플래시가 크롬 브라우저에서 빠진다고 하는 등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카지노 역시 HTML5 기반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게임 개발에 관심을 두고있나.

“VR과 AR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다. 플랫폼 초기에는 사용자수도 적고 수익모델도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콘텐츠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게임 콘텐츠가 주목받는다.

현재 모바일 게임업체들은 투자받기 어려운데 VR이나 AR 기반 게임회사들은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있다. 다양한 VR기기들이 등장하고 AR 게임 포켓몬고(Pokémon Go)가 흥행했기 때문이다.
그런디 솔직히 말하면, 현재 VR·AR 투자 붐에는 거품이 있다고 보고 있다. 거품이 빠졌을 때 이 분야 투자할 하면 좋을 것 같다. 그 때 좋은 회사를 인수할 수 있고 좋은 인력도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한게임 시절부터 웹보드의 강자였다. 국내 웹보드 게임 규제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우선 더이상 웹보드 안해서 마음이 편하다.(웃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웹보드 게임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불법 도박 사이트 같은 음성적인 시장을 만드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실제로 필리핀 서버를 둔 사설 카지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50년 파칭코 시장 역사를 참고할 필요 있다. 일본 파칭코 업체 중에는 일본 10대 기업에 들어선 기업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파칭코에 너무 빠진 사람은 중간에 돌려보내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고객을 관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국내에는 여전히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이다. 학부모 모임에서 아버지가 게임회사 대표라는 이야기를 못할 정도라는 모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웃음). 이렇게 게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면 대학교를 졸업한 인재들이 게임업계에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 마지막으로 주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구제척인 금액을 제시하며 실적을 보여주겠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꾸준히 게임을 출시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게임은 1년만에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많게는 10배씩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다. 앞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해 시장을 꾸준히 넓혀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