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48년前 차 한 대 값 세이코 시계, 오메가와 다른 길… 정확도에 매달리다 쇠락

  • 최원석 기자

  • 입력 : 2017.01.21 03:00

    두 브랜드의 엇갈린 운명

    세이코 손목시계
    1969년 세이코가 내놓은 최초의 '쿼츠 시계' 아스트론. 당시 차 한 대 값인 45만엔에 팔렸다.
    세이코 손목시계는 과거 일본 정밀공업 제품의 정수(精髓)였다. 1917년 하토리 긴타로가 세운 수입 시계 취급점 하토리 시계상에서 출발한 세이코는 이후 일본 최초 손목시계와 세계 최초 쿼츠(수정 발진자) 탑재 손목시계를 내놓는다. 1969년 처음 나온 쿼츠 손목시계 한 개 가격은 45만엔으로 당시 차 한 대 값이었다. 그런데도 기계식 손목시계가 넘볼 수 없는 '한 달 오차 5초 이하'라는 정밀도를 무기로 세계를 석권했다. '일본이 스위스 시계 산업을 앗아갔다'는 말이 나왔다. 스위스 시계 협회에 따르면, 스위스 시계 산업 종사자는 1970년 9만명에서 1984년 3만명으로 격감했다.

    그러나 45만엔이나 했던 쿼츠 시계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1000만원짜리나 1만원짜리나 시간 오차를 따지는 건 이제 무의미해졌다. 명품 마케팅의 전쟁터인 프리미엄 손목시계 시장에서 세이코는 오메가 등 유럽세에 밀려 존재감이 희미하다. 급속히 보급된 스마트폰은 정밀도를 내세운 세이코의 시계 사업을 빈사 상태로 몰아갔다.

    무엇이 오메가와 세이코의 명암을 갈랐을까.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CEO의 말대로 '기술' 차이였다. 그러나 그 기술이란, 단순히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적 정밀도를 뜻하는 게 아니다. 오메가는 자신들의 오랜 역사에 담긴 열정과 스토리를 포함한 총체적 가치를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즉 오메가는 정확도를 쫓아가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신의 가치를 다른 형태로 알리는 고차원적 기술을 갈고 닦은 셈이다.

    세이코의 후신인 세이코엡손은 현재 시계보다는 정밀기기 제조가 주력이다. 우스이 미노루 세이코엡손 사장은 위클리비즈 인터뷰에서 과거 시계 사업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을 들려줬다. "세이코엡손의 시계 기술력은 지금도 최고입니다. 하지만 최종 제품(손목시계)의 브랜드 파워가 충분치 않으면 결국 어려워진다는 것을 미리 알았어야 했어요."

    일본은 세계 최초의 쿼츠 손목시계뿐 아니라, 위성에서 전파를 수신해 현지 시각에 자동으로 맞춰주는 GPS(위성항법장치) 손목시계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등 여전히 시간의 정확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기술과 브랜드에 관한 경영 전략의 차이가 오메가와 세이코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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