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국이 부패로 걸면 경쟁국도 우르르… 삼성 '글로벌 뭇매' 위기

  • 이진석 기자

  • 김지섭 기자

  • 입력 : 2017.01.18 03:00

    [이재용 부회장 뇌물죄땐… 삼성합병 반대했던 엘리엇, 수천억원 손해배상 소송 걸 수도]

    - 경쟁국엔 삼성 견제할 기회
    美, 수천억 과징금에 사업 규제… 기업 인수·합병도 막을 수 있어
    한미 FTA 재협상 거론 트럼프, 삼성을 '협상 인질'로 삼을 수도

    - 해외 투자자 소송도 줄잇나
    삼성 합병 무효로 할순 없지만 합병 비율 등 놓고 법정공방 가능

    최순실 게이트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번 수사는 국내 정치·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국경을 넘어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입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430여억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 수사를 근거로 미국 등 주요국이 부패방지 관련 법을 꺼내 들고 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주요국들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를 견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20일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까지 거론했던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한·미 무역 협상의 '인질'이 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지난 12일 서울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12일 서울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그룹 해외 신뢰도가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해외에서 동네북 신세 될 수도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 처리되면 미국 정부는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을 통해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1977년에 만들어진 이 법은 미국 기업만이 아니라 외국 기업이라도 미국 증시 상장기업 등에 대해서는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공정한 경쟁을 해쳤다고 판단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재 권한은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장기업이 아니고, 미국에서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한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한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개정으로 해외부패방지법의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게 확대돼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다래의 최승재 변호사는 "한국 본사에서 미국 자회사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니 (뇌물로 얻은 이익이) 미국 사업에 도움을 줬다고 간주해 해외부패방지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를 이유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미국 대표기업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기 맞은 세계 브랜드 7위 기업 삼성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미국이 해외부패방지법을 적용해 국제 기업을 단죄한 사례
    해외부패방지법에 따른 제재의 강도가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것도 문제다. 법에 따라 기업의 경우 최대 200만달러, 개인에게는 최대 10만달러의 벌금과 최고 5년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는데, 소송이나 합의 과정에서 금전적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독일 전기·전자업체 지멘스는 중국·러시아·베네수엘라·멕시코·이스라엘 등에서 공무원들에게 총 14억달러(약 1조6300억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법무부에 4억5000만달러, 미국 SEC에 3억5000만달러 등 총 8억달러(약 9350억원)를 벌금으로 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430여억원의 뇌물 등 혐의를 받고 있으니, 뇌물 규모만을 기준으로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삼성전자 역시 수천억원대 벌금을 내게 될 수도 있다. 또 미국 연방정부와의 사업이 금지되고, 기업 인수·합병(M&A)도 거부되는 등 다양한 페널티(벌칙)를 부과받는다. 삼성전자는 2015년의 경우 200조6500억원의 매출 가운데 25%(약 50조원)를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였을 정도로 미국 시장의 비중이 큰 회사다. 만약 이 같은 각종 벌칙·제재가 현실화된다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엘리엇 등 헤지펀드, ISD 소송 가능성

    정부와 재계에서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근거로 투자자·국가간소송(ISD)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SD는 투자대상국 정부가 인가나 규제 폐지 등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아 외국인 투자자가 손해를 볼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삼성물산 합병은 이미 마무리된 만큼 무효가 되진 않지만, 합병 비율 등을 놓고 법정공방을 벌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엘리엇 측이 직접적인 손해배상 액수에 기회비용까지 포함해 4000억~50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