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자동차, 죽어야 산다

  • 디트로이트(미국)=진상훈 기자

  • 디트로이트(미국)=남민우 기자

  • 라스베이거스=박정현 기자

  • 라스베이거스=최원석 기자

  • 입력 : 2017.01.14 03:00

    [2017 디트로이트 선언]

    자율 주행차 시대… IT·車업계 수익모델 어떻게 변하나

    "우리의 전통적 수익 모델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의 변화가 지난 50년의 변화보다 훨씬 더 클 것입니다."

    [2017 디트로이트 선언]
    (좌) 메리 바라 GM CEO. (우)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 블룸버그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의 GM(제너럴모터스) 부스. 뒤쪽의 초대형 화면으로 묵시록을 전하는 듯한 한 여성의 외침이 들렸다. 올해로 창립 109년째인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의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인 메리 바라(56)였다. 그는 37년 전 GM공장의 고졸(高卒) 견습공으로 시작해 미국 자동차업계 최초로 여성 CEO에 오른 전설이다.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안다는 그가 한 세기 넘도록 굳건했던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실토한 순간이었다.

    그의 말은 정확히 6년 전 당시 세계 휴대전화 1위 노키아의 CEO 스티븐 엘롭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의 비장함을 연상케 했다. 엘롭은 "우리는 바다 한가운데 불타오르는 시추선 갑판에 서 있다"고 했었다. 노키아는 그 후 2년 뒤 공중분해됐다.

    GM, 차량 공유 추세로 신차 수요 급감

    GM의 CEO는 왜 2017년 새해 벽두부터 자동차업체들의 잔치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이런 우울한 얘기를 꺼낸 것일까.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서비스가 확대되면 차의 소유 개념이 희박해진다. 신차 수요가 급감하고 자동차업체 매출·수익이 쪼그라든다. 영국 바클레이스 증권은 앞으로 25년간 미국의 신차 판매가 40% 감소하며, GM·포드의 생산량이 각각 68%, 58% 줄어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2017년이 '자율주행시대로의 격변을 알리는 분수령(watershed)'이라고 했다.

    "다가올 지각 변동에 대비해야 합니다.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지배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운송 수단으로서의 자동차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공유로) 완전히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이날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만난 피터 코작 GM 도시운송계획 총괄은 "대비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했다. 그의 뒤쪽 GM 전시장에서는 줄리아 스틴 부사장이 GM이 10년 만에 새로 내놓은 브랜드 '메이븐(Maven)' 홍보에 한창이었다. 그런데 이 브랜드는 실제 차량이 아닌, GM의 차량공유 서비스 이름이었다. 물론 자동차 업종은 IT 쪽에 비해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노키아처럼 순식간에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격변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구글, 車 광고시장 진출위해 자율차 출시

    GM 전시장에서 충격을 받기 바로 전날, 디트로이트모터쇼의 성격을 바꿀 만한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모터쇼장의 메인 전시관 중 하나인 아트리움홀은 1000여명의 인파로 자리가 모자라 뒤편 계단까지 꽉 찼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특명을 받고 지난달 출범한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Waymo)'가 출범 후 첫 자율주행차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웨이모의 CEO 존 크래프칙과 함께 자율주행 미니밴 신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GM CEO인 바라와 56세 동갑이자 자동차 업계 30년 경력의 전문가인 크래프칙은 "우리는 자율주행차를 단순히 자동차의 대체 수단으로 개발하는 게 아니며, 웨이모도 자동차 시장에만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위클리비즈는 그에게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씩 웃으며 이렇게 얘기했다. "자동차 시장을 넘어서는 빅 픽처(큰 그림)를 그리고 있습니다."

    미국·독일·일본 등 세계 최고의 자동차업체들이 모인 모터쇼 장소였지만 어떤 자동차업체도 이런 자신감을 보이지 못했다. 구글은 디트로이트모터쇼의 손님이 아니라, 주최자이자 등불처럼 보였다. 관객석에서는 도요타·닛산·벤츠·GM 등 전통 차업체 마크가 붙은 표찰을 목에 두른 수백여명이 IT 업체인 구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2017 디트로이트 선언]
    구글이 올해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신형 자율 주행차. 기존 자동차업체인 크라이슬러와 협력해 만들었다. / 김현국 기자·Getty Images / 이매진스
    '2017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3일(현지 시각) 저녁. 업계 관계자 1000여명이 몰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월드마켓센터 전시장. SF영화에서나 볼 만한 첨단 자동차가 등장했다. 중국 자본의 미국 업체인 패러데이퓨처(Faraday Future)의 전기 자율 주행차였다. 이 차는 페라리보다도 빨리 출발했고 여러 대의 자동차가 주차된 야외 주차장에서는 운전자 없이 혼자서 빈 공간을 찾아 정확히 주차했다. 관객석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017 디트로이트 선언]
    CES에 이어 지난 10일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구글의 자율 주행 신차가 온통 화제였다. 한 주 사이에 잇달아 열린 CES와 모터쇼에서 기존 자동차업체보다 무명의 중소업체와 구글이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이다. 특히 구글의 자율차 발표는 자동차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차를 팔아 돈을 버는 자동차업계의 전통적 수익 모델이 IT 공룡들의 공격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차업계의 세 가지 탈출구

    [2017 디트로이트 선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구글 자율 주행차에 크게 동요하는 것은 구글이 이에 대한 명확한 수익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기존 인터넷 검색 광고에 이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활용한 모바일에서 광고·앱 등으로 고수익을 창출해 왔다. 앞으로는 자동차용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자율 주행 플랫폼)'를 만들어 자동차 쪽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차에서 보내는 소비자들의 시간·정보를 활용해 새 수익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자동차업계는 수익 모델이 명쾌하지 않다. 자율 주행차와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확대되면 신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때 자동차업체가 택할 탈출구는 세 가지다. 첫째, 자체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율 주행차를 만들어 기존처럼 차를 팔아 돈 버는 모델이다. 이 모델에는 큰 약점이 있다. 자율 주행 기술을 탑재하려면 차값 이상으로 많은 비용이 든다. 비싼 값에 자율 주행차를 사줄 소비자가 많지 않으면 만들어봐야 팔리지 않는다.

    둘째, 기존의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와 연합하는 방법이다. 도요타가 우버 지분을 사들인 이유다. GM(제너럴모터스)은 아예 우버와 함께 미국 내 양대 차량 공유업체인 리프트를 인수하려 했지만 리프트가 거부해 무산됐다. 리프트는 느긋한데 GM은 다급하다.

    셋째, 구글의 자율 주행 플랫폼을 탑재한 차량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 수익을 선점하는 것이다. FCA(피아트·크라이슬러)가 이런 방식을 택했다. 저항해봐야 소용없으니 제일 먼저 손들고 투항해 이득을 취하는 편이 살아남는 데 오히려 유리하다는 전략이다.

    IT업계, 스마트폰 장악 전략 재시도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것과 똑같은 일이 자동차업계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구글은 거액을 들여 개발한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휴대전화업체에 무상 제공해 자신들 시장을 급속히 확대해 갔다. 당시 업체들은 애플에 밀려 죽든지, 애플에 맞설 독자 체제를 만들어 반격하든지 혹은 안드로이드에 빨리 올라타 판매량을 늘릴지의 갈림길에 있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에 재빨리 올라타 대성공을 거뒀고, 기존 피처폰에 미련을 두면서 스마트폰 운영 체제를 자체 개발하려던 업계 거인 노키아는 몰락하고 말았다.

    구글은 자동차업체에 파격적인 가격에 운영 체제를 포함한 자율 주행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 시스템을 싼값에 도입해 자율 주행차 시대에 살아남는 것이 자동차업체에는 큰 유혹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글은 자신들 시스템을 탑재한 전 세계 자동차를 마치 안드로이드폰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변신하는 포드·도요타

    도요타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운전대 없는 차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2020년까지 완전 자율 주행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작년부터 자율 주행용 AI(인공지능) 개발에 1조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따라잡지 않으면 도요타가 (자율 주행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의 하도급업체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드자동차의 마크 필즈 CEO는 지난 10일 디트로이트모터쇼장에서 "포드가 2021년에 가속 페달이나 운전대가 없는, 즉 인간이 운전에 개입할 필요가 전혀 없는 완전 자율 주행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불과 4년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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