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진단 반기문]① 潘디노믹스 중심축은…제프리삭스 '지속가능 발전'+MB '녹색성장'

  • 전슬기 기자
  • 입력 : 2017.01.12 14:11 | 수정 : 2017.01.13 15:52

    정치권, 반기문 경제 정책 주목
    潘, 아직 구체적 검토 안해 내부 혼선
    제프리 삭스 교수와 귀국 전까지 논의
    MB노믹스 설계자 곽승준 교수도 합류

    유력한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귀국했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반 전 총장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경제 정책인 ‘반디노믹스’를 주목하고 있다.

    반디노믹스가 대선판의 변수로 부상한 것은 최근의 정치·사회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정치권은 4당 체제가 되면서 정당들의 정책 경계선이 모호해졌다. 여러 당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고 있는 반 전 총장이 어떤 경제 정책을 구상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 행보를 엿볼 수 있다.

    또 유권자들은 ‘최순실 사태’를 겪으며 부패와 비리, 사회 양극화 등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고 있다. 4당이 모두 대선을 앞두고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 등을 내세우는 것도 이러한 문제들이 대선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은 아직 참모진들과 구체적인 경제 정책에 방향을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알려졌다. 경제 정책에 대해 캠프 내에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혼선을 빚는 모습도 발생하고 있다.

    다만 반 전 총장이 귀국 전까지 경제 정책을 논의한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 교수와 반기문 캠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곽승준 고려대 교수의 발언을 통해 ‘반디노믹스’의 기초는 엿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삭스 교수, 정부 적극적 재분배 정책, 신산업·친환경 발전 강조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반 전 총장의 특별고문으로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를 추진해왔다. 반 전 총장은 ‘UN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UN SDSN)’ 설립을 주도했고, 제프리 삭스 교수가 대표를 맡았다. 반 전 총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공관을 떠나며 귀국 일정을 발표하는 자리에 제프리 삭스 교수를 배석시키기도 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한국의 젊은층이나 노년층이 좌절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삭스 교수와 의견을 나누고 협의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은 제프리 삭스 교수와 경제 정책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왔다”며 “그의 철학을 반 전 총장이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고 전했다.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는 국제사회가 오는 2030년까지 추진할 새로운 개발 목표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화, 불평등 완화, 양성평등, 양질의 일자리 등 17개가 포함돼 있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평소 이를 달성하기 위해 3가지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빈곤 종식을 포함한 경제적 발전, 불평등을 해소하는 번영을 공유하는 사회 정의와 통합,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다.

    그의 발언을 감안하면 제프리 삭스 교수는 재분배 정책과 신성장 산업을 통한 친환경 정책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富)의 재분배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지난 2015년 ‘로봇, 저주인가 축복인가’ 보고서에서 정부의 재분배 정책의 한 방안으로 중·장년 은퇴 계층에게 집중된 자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여기서 나온 재원을 청년에게 돌려주는 ‘세대간 부의 재분배’를 제시하기도 했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지난해 미국 대선 때도 버니 샌더스의 공약을 거론하며, 경영 실적이 빈약한 경영자가 엄청난 소득을 가져가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부유층에 대한 증세와 노조 강화, 최저임금 인상, 금융범죄 처벌강화 등 샌더스의 공약을 지지했다.

    그는 저성장 시대의 ‘성장 전략’에 대해서는 단기 부양책을 지양하고 과감한 공공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세계가 친환경 신성장 산업으로 빨리 이동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올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화석 연료에서 저탄소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과 복원력이 강한 도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스마트한 도시, 물과 공기 정화, 21세기 교통 시스템. 신재생 에너지와 핵은 물론 지열과 진보된 바이오 연료 등을 거론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바이오 산업 단지와 판교 테크노밸리 등의 현장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제프리 삭스 교수의 경제 정책 철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제프리 삭스 교수는 그동안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유엔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 달성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극찬해왔다. 그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한국을 찾아 “(한국은) 새마을운동 등의 경험을 아프리카같은 저개발 국가에 보다 적극적으로 전수해야 한다, 새마을 운동이 유엔 SDG 성공에 원동력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새마을 운동’ 세계화가 반디노믹스에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진단 반기문]① 潘디노믹스 중심축은…제프리삭스 '지속가능 발전'+MB '녹색성장'
    ◆ 곽승준 교수, MB노믹스와 비슷한 개념 ‘반디노믹스’로 언급

    반 전 총장의 캠프에는 이명박 정부의 아이디어 뱅크로 불렸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정책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곽 교수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에 참여 ‘MB노믹스’를 설계한 주역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여러 참모진들의 경제 정책 조언을 들을 예정이다. 곽 교수의 의견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곽 교수는 지난 10일 반 전 총장의 경제 정책에 대한 추측 보도가 이어지자 ‘따뜻한 시장경제, 진화된 자본주의, 글로벌 스탠다드(국제기준)에 맞는 제도, 자본주의 5.0’ 등을 반디노믹스의 밑그림으로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곽 교수는 MB노믹스의 방향으로 따뜻한 시장경제를 제시했으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낙수 경제론’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 강력한 감세정책을 추진한 배경이다. 곽 교수의 ‘따뜻한 시장경제’는 광우병 사태 이후 ‘친(親) 서민 중도 실용 정부’ 기조로 일부 반영되기는 했으나, 곽 교수는 정부 외곽 자문기구에 머물러 있었다.

    곽 교수는 반 전 총장의 경제 정책 밑그림에 대해 시장 경제를 중요시하지만, 양극화 해소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장 경쟁에서 탈락한 대상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 5.0’ 또한 시장과 정부가 협조해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식의 시장의 공익적 기능을 강조하는 방안이다.

    곽 교수가 반디노믹스의 밑그림으로 이명박 정부 초기 정책 방향과 비슷한 단어를 언급한 것은, 그가 MB노믹스 설계자여서다. 따라서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곽 교수의 정책을 얼마나 수용할지 주목된다. 반디노믹스가 MB노믹스의 아이디어를 일부 차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지워진 ‘녹색 성장’의 부활도 관심이 쏠린다. 곽 교수는 MB노믹스의 녹색 성장에도 깊은 관여를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녹생성장 전략을 수립한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도운 반 전 총장 대변인은 11일 기자들에게 곽 교수의 합류에 대해 “최근에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를 두번 겪었는데 한번은 김대중 정부가 IMF를 극복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명박 정부가 극복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위기 극복하는데 곽 교수가 참여한 측면이 있다. 또 녹색성장이라는 성장동력 만들려고 했던 측면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가 녹색 성장을 추진한 것이 반 전 총장 캠프 합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다.

    녹색 성장은 제프리 삭스 교수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신성장·친환경 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반 전 총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녹색 성장을 다시 꺼내들 수도 있다.

    ◆ 반기문發 부자증세 추진되나

    제프리 삭스 교수와 곽 교수 모두 ‘따뜻한 시장경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 방안으로 증세 문제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삭스 교수는 부(富)의 집중 문제를 지적하며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해온 경제학자다.

    곽 교수 또한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안이 공약안에 들어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조세제도 개편은 굉장히 중요한 파트로 들어가며, 법인세와 소득세 전반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그는 “인위적으로 세율을 조정하고 세목을 바꾸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민간의 능동적인 측면을 강조하겠다”고 제시했다.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제시했던 '버핏세', 빌 게이츠의 'KIPP(Knowledge Is Power Program)', 조지 소로스의 기부 등이 구체 사례로 제시되기도 했다.

    곽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도 주장한 바 있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대기업의 성과를 모든 국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최순실 사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곽 교수의 생각이 반디노믹스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그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도 국내에선 기업들이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미 선진국의 진화된 자본주의 체제에선 상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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