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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회장 사면 놓고 대통령과 거래 있었나…최태원 쫓는 '저승사자' 박영수 특검

  • 설성인 기자

  • 입력 : 2017.01.12 11:28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 제공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재계는 “특검팀에 대기업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이정도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줄은 몰랐다”면서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특검에 소환될 총수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꼽힌다.

    SK가 K스포츠·미르재단에 삼성 다음으로 많은 111억원을 출연한데다 2015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최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03년 SK의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사건이 터졌을 때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은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던 박영수 특검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과 박 특검의 악연이 2017년에도 반복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조선일보DB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조선일보DB
    ◆ ‘왕회장’, ‘귀국’, ‘숙제’의 의미는 무엇…SK “경제살리기 책임감 의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1월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뒤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2년 7개월간 복역한 최 회장은 2015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출소했다.

    그런데 사면이 결정되기 직전인 2015년 8월 10일 의정부교도소에서 SK 수뇌부와 수상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당시 김영태 SK 사장과 나눈 대화록에는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는 내용이 나온다.

    면회 내용이 기록으로 남는 교도소에서 이뤄진 대화라는 점에서 ‘왕 회장’, ‘귀국’, ‘숙제’과 같은 단어는 둘만이 알 수 있는 은밀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최 회장을 대신해 SK그룹을 이끈 김창근 의장이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점에서 왕 회장(대통령)이 사면(귀국)을 이유로 SK가 치러야 할 대가(숙제)를 부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이 이 대화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SK측은 “2015년 광복절 특사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인 만큼 최 회장과 SK그룹이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투자·채용 등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책임감을 의미하는 대화”라고 해명했다.

    SK는 또 “당시(2015년 8월)에는 K스포츠·미르 재단은 언급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 대통령 독대서 사면 거래 있었다면 최태원 ‘위증죄’ 걸릴수도

    하지만 SK의 해명과 달리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삼성, 현대차, SK, LG, 한화, CJ 등 대기업 총수와 독대한 자리에서 K스포츠·미르 재단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특히 SK처럼 최태원 회장의 사면이 절실했던 그룹이라면 더더욱 대통령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K스포츠·미르재단’ 출연에 대해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갖고 출연한 바는 전혀 없고 그것은 제 결정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특검이 최 회장이 자신의 사면을 놓고 박 대통령과 거래했거나 K스포츠·미르재단에 대해 사전에 인지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면 위증죄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국회에 출석한 증인이 허위 진술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박영수 특검은 재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린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03년과 2006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각각 구속시켰다.

    현재 박영수 특검팀에서 활동중인 한동훈 부장검사는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 등 대기업 수사 경험이 많은 특수통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지난 연말 인사, 조직개편 등을 실시했고 심기일전 해야할 시기인데, 특검이라는 넘기 힘든 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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