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뇌물공여 의혹’ 삼성 이재용 부회장 피의자로 특검 출석(종합)

  • 정준영 기자
  • 전효진 기자
  • 입력 : 2017.01.12 10:35 | 수정 : 2017.01.12 13:4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이 부회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전 9시28분쯤 검정색 체어맨을 타고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이 있는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와 포토라인에 섰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재계 총수가 특검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 부회장은 “(최씨 일가 지원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지시를 받은건가", “국민의 노후자금을 경영권 승계에 이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른 글로벌 기업과는 다르게 삼성만 범죄에 연루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모두 함구했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것은 9년 만의 일이다. 그는 지난 2008년 에버랜드(현 삼성물산)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바 있다.

    이날 특검 사무실 주변에는 이 부회장의 소환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과 삼성 관계자 10여명, 경찰병력 등 200여명이 뒤엉켰다. 오전 8시쯤 이미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고 정의당, 활빈단 등 각종 정당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삼성 뇌물죄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특검이 입주한 대치빌딩 앞에서 시위했다.



    경찰은 물리적인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출석현장 인근에 50여 병력을 배치하고 증거수집 요원(채증요원)도 가동했다. 아침 일찍 현장에 나와 이 부회장이 출석할 동선 등을 점검하던 삼성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돌발사태 없이 조사실로 향하자 안도의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이정호(51·사법연수원28기)를 대동했다. 같은 로펌에는 문강배 변호사(56·연수원16기)도 일한다. 문 변호사는 특검 수사팀 구성 당시 8명의 특별검사보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경영승계를 비롯한 각종 현안과 관련해 정부의 조직적인 지원을 약속받고 그 대가로 비선실세 일가에 경제적 지원을 한 것인지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특검 관계자는 “삼성과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핵심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이 이 부회장의 지시와 승인 아래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삼성의 비선실세 일가에 대한 지원이 불법이라고 판단되면, 박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혹은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의 경우도 뇌물공여 책임 정도를 가려 피의자가 선별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삼성그룹은 그동안 뇌물죄 규명의 핵심 요건인 ‘대가성’을 부인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열린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국회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하고, 국조특위에 이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증언감정법은 국정조사 등에서 국회에 나와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진술 태도, 불법 관여 정도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특검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앞서 제일기획의 김재열 스포츠사업총괄 사장과 임대기 사장,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난 이후 일괄적으로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했고, 이와 별개로 최씨 일가에 2015년 8월~2016년 3월 94억여원을 지원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주요 지원 시기와 맞물리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지난해 12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지난해 12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15일 대구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후 이 부회장을 따로 불러 승마 유망주 지원을 요청했다. 이듬해인 2015년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에 오른 삼성은 5월 말 경영승계 핵심 포석으로 읽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을 발표했다.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줄줄이 반대했지만 삼성물산 2대주주 국민연금(당시 지분율 11.21%)은 7월 10일 내부 투자위원회 논의만으로 찬성 방침을 정했다. 특검은 당시 주무부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로 문형표 현 국민연금 이사장을 구속하고,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도 피의자로 입건했다.

    2015년 7월 17일 합병 승인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예정대로 찬성표를 던졌고, 박 대통령은 8일 뒤인 25일 이 부회장과 독대했다. 독대 이후 삼성은 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독일로 보내 최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의 전신 코레스포츠와 220억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9월까지 78억원을 지원했다.

    삼성은 또 최씨가 조카 장시호(구속기소)씨를 앞세워 동계스포츠 이권을 노리고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2015년 10월, 2016년 3월 2차례 총 16억2800만원을 후원했다.

    특검은 코레스포츠 설립 및 삼성 지원금 수수 정황을 담은 이메일이 저장된 태블릿PC도 장씨로부터 확보했다. 장씨는 “이모 최순실이 2015년 7월~2015년 11월 사용하던 태블릿PC”라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했다. 특검은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가 최씨와 직접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메일에는 삼성이 보낸 지원금이 코레스포츠에서 빠져나가 부동산 매입 등에 쓰인 내역, 관련 세금 처리 부분 등이 상세히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복수의 이메일 계정을 사용해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앞으로 이 이메일 계정은 사용하지 말라”며 꼬리자르기를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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