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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예측 뻥튀겨… 예산 부풀리는 지자체들

  • 포항=진중언 기자

  • 입력 : 2017.01.10 03:00

    [오늘의 세상]

    엉터리 도시 계획에 예산 '줄줄'

    인구 6만 영암 "3년 뒤 20만명"
    61만 화성 "110만명으로"
    51만 포항도 "85만명 될 것"

    - 원인은 지자체장 선심 공약
    화성, 2370억 들인 종합경기장 수요 예측 실패로 애물단지 전락
    의정부 경전철은 사실상 파산

    지난 6일 경북 포항 흥해읍 초곡지구에선 아파트 단지 3곳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구 3만6000여명인 흥해읍에서만 현재 초곡·성곡·이인지구 등 도시 개발 사업 5곳, 영일만항 배후 등 일반 산업단지 2곳 등 7곳에서 개발 사업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런 대규모 개발 배경에는 포항시가 2020년까지 인구가 85만명까지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마련한 '2020년 도시기본계획'이 있다. 하지만 2015년 기준 포항 인구는 51만1804명에 불과하다. 흥해읍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포항에 사는 모든 여자가 애를 낳아도 85만명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가 속출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미래 인구를 터무니없이 부풀리고 이를 근거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곳곳에서 벌이고 있다. 이런 지자체 '뻥튀기 인구 예측' 탓에 주택과 공공시설이 과잉 공급되고, 예산 낭비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구 6만 전남 영암 "2020년엔 20만명"

    2015년 기준 27만3761명인 전남 여수시는 2020년 계획인구가 35만명이다. 여수시 인구는 10년 동안 4000명 이상 줄면서 이미 인구 감소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 전남 영암군은 2015년 인구가 6만3605명으로 5년 전(6만4334명)보다 729명 줄었지만, 2020년 계획인구는 20만명이다. '계획인구'는 도시계획을 세우는 데 기준이 되는 지표. 이를 통해 각종 개발 사업 인허가와 부지 규모, 주민 생활 시설 확충 여부를 판단하고 예산도 책정한다.

    황량한 들판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포항 흥해읍 초곡지구를 배경으로 주요 지자체의 인구 예측을 나타냈다.
    황량한 들판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포항 흥해읍 초곡지구를 배경으로 주요 지자체의 인구 예측을 나타냈다. 포항시는 2020년 계획인구를 85만명으로 잡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 인구는 51만명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이고,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등 과잉 개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김종호 기자·그래픽=김성규 기자
    이런 '인구 뻥튀기'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뤄진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의 2020년 계획인구를 모두 합치면 1696만3000명으로 지금 인구(1247만명)보다 450만명이나 많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지난달 "통계청이 추산한 2020년 경기도 인구(1287만명)를 409만명 초과한 불합리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예산 낭비 등 부작용 속출

    뻥튀기 인구를 근거로 개발 사업을 진행한 지역에선 이미 미분양 급증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평택은 지난 10년 동안 인구가 21%(7만9435명) 늘었는데, 같은 기간 주택 증가율은 배 가까운 38%(4만2252가구)였다. 2020년 인구가 86만명이 될 것이란 평택시 현재 인구는 45만여명이다. 포항 지역 미분양 주택은 2013년 12월 277가구에서 작년 말 1564가구로 3년 동안 5배 넘게 늘었다. 포항 흥해읍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소장은 "현실성 없는 인구 목표만 보고 새 아파트 건설을 대거 승인한 시(市)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인구 뻥튀기'는 각종 도시 시설 수요예측을 엉망으로 만들고 이는 곧 세금 낭비로 이어진다. 경기 화성은 2011년 시비(市費) 2370억원을 들여 28만5000㎡ 대지에 3만5000여석 규모 종합운동장과 5000석 규모 체육관 등을 갖춘 화성종합경기타운을 지었다. 이 시설들은 그 뒤에도 활용률이 높지 않아 줄곧 '예산 낭비' 사례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경기타운 건립 근거가 된 화성시 계획인구는 2015년 105만3000명, 2020년 110만명이었다. 하지만 현재 인구는 60만8000여명에 불과하다.

    SOC(사회간접자본) 과잉투자도 문제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완공된 SOC 사업 중 실수요가 사전 예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55%에 달한다. 2012년 개통 이후 4년 반 만에 사실상 파산 선고를 한 의정부 경전철은 애초 하루 평균 7만9000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초기 이용자는 하루 1만2000여명에 불과했다. 의정부시가 2020년 계획인구를 52만명으로 과장해서 수요예측을 한 결과다. 의정부 인구는 42만1579명(2015년)이다.

    지자체장 선심성 공약이 '뻥튀기 주범'

    지자체는 출생·사망률에 따른 인구에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유입되는 사회적 증가 인구를 더해 미래 계획인구를 산출한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는 예상 가능한 유입 인구의 최대치를 더하기만 하고,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인구는 계산하지 않는다. 민성희 국토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지자체장들이 다음 선거 때 표를 의식해 주민들에게 선심성 개발 공약을 내세우는 게 '인구 뻥튀기'의 주원인"이라며 "계획인구를 추산하는 사람도 불가능한 예측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지자체가 터무니없이 부풀린 계획인구를 근거로 도시계획을 하고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타내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심의하는 광역 지자체장도 지역 주민 눈치를 보느라 강하게 규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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