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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주포세대]⑤ "사서(買) 고생" 하우스푸어의 절규…"금리인상·집값하락은 재앙"

  • 이창환 기자

  • 최문혁 기자
  • 입력 : 2017.01.06 06:16

    결혼 7년 차인 직장인 노기섭(37)씨는 지난해 3월 6억원을 주고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아파트 한 채를 장만했다. 전세난에 지친 노씨는 금리 부담이 비교적 적어 은행 빚을 내더라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해 약 185만원 정도를 갚아나갔다. 하지만 맞벌이하던 아내가 회사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뒤로는 원리금 상환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하우스푸어(집을 갖고 있지만 대출이자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로 전락한 그는 최근 대출 금리마저 오르고 주택시장까지 침체 조짐을 보여 집을 팔고 다시 전세로 옮겨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은 ‘2030세대’의 사연도 안타깝지만, 힘들게 집 장만에 성공한 20~30대도 원금과 대출 이자 감당에 허덕이고 있다. 부동산 규제와 주택공급 과잉, 경기 위축 등으로 주택가격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100만여가구의 하우스푸어가 발생했던 지난 2012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탓에 가계 부담도 커졌다.

     조선일보 DB
    조선일보 DB
    ◆ ‘흙수저 2030’, 집 사려면 2억~3억원 대출받아야

    부모의 부를 물려받아 별다른 노력과 고생을 하지 않아도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이른바 ‘금수저’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20~30대는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다. 내 집 장만을 위해서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1인 평균 대출금액은 1억100만원이다. 신용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회사까지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면 1인당 평균 주택담보대출액은 1억790만원으로 늘어난다. 2015년 말(9940만원)보다 850만원 늘었다.

    세대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보면 지난해 3월 말 30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1조원으로 2015년 말과 비교해 10조4000억원(11.5%) 늘었다. 20대가 받은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2015년 말 6조5000억원에서 3개월 만에 9조4000억원으로 2조9000억원(44.6%) 증가했다. 반면 40대가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2조2000억원(1.3%) 늘어나는 데 그쳤고, 50대와 60대 이상에선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각각 4조4000억원, 8조1000억원 줄었다.

    현금성 자산이 많지 않은 20~30대가 부모 도움 없이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통계에 나온 평균 대출금액 이상을 대출받아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 담당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5억5000만원 정도였는데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은 20~30대의 경우 보통 2억원에서 3억원 가량 대출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2030 주포세대]⑤ "사서(買) 고생" 하우스푸어의 절규…"금리인상·집값하락은 재앙"
    ◆ 금리는 오르고 주택가격은 내리고 ‘이중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주택가격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초 2.5%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말 최고 4.5%까지 치솟았다. 최근 미국 금리마저 인상돼 올해 5%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은 빚을 갚기 어려워지는 ‘한계가구’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와 소득 충격이 한계가구에 미치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가 134만가구(12.5%)에서 143만가구(13.3%)로 약 9만가구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면 한계가구 비중은 금융부채가 있는 전체 가구 대비 14.2%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됐다.

    자고 나면 뛰던 주택 가격은 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 반전한 뒤 5주 연속 내림세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매매가격은 최근 한두 달 사이 1억~2억원 가량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 전용 76㎡는 11·3 대책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저층 물건이 15억2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1월에는 13억700만원에 거래가 신고됐다. 한 달 새 2억원이 넘게 빠진 셈이다.

    [2030 주포세대]⑤ "사서(買) 고생" 하우스푸어의 절규…"금리인상·집값하락은 재앙"
    ◆ 하우스푸어로 내몰리는 2030

    금리가 올라 빚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20~30대 실수요층은 하우스푸어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주택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올해 전국 주택 가격이 0.8%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0.5% 상승하겠지만 지방은 0.7%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상, 경기 위축 등이 주택시장 악재로 꼽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주택 공급 과잉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입주물량은 36만5764가구가 예정돼 있다. 2014년 26만4220가구, 2015년 26만7222가구, 지난해 29만824가구 등 점진적으로 늘던 입주 물량이 올해부터 급격히 늘어 내년에는 41만6310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신규 주택 공급 과잉은 미분양, 미입주 사태로 이어져 주택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에 집을 산 젊은 하우스푸어들에게 금리 인상이나 집값 하락은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금리 상승은 대출 상환금액 증가로 이어져 최대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20~30대는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고, 주택가격까지 급락한다면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깡통 주택’을 떠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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