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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주포세대]③ 끊긴 내집마련 사다리, "자산증식 수단 사라져"…빚 늘고 실소득은 '역행'

  • 이진혁 기자
  • 입력 : 2017.01.04 09:09

    경남 창원 출신의 대기업 2년차 직장인 이민석(29) 씨는 일찌감치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집 살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부모로부터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데다, 굳이 부모님의 노후자금까지 건드려 가며 집 장만을 하는 게 부담됐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겐 1~2인용 오피스텔 전세로 신혼 살림을 시작하겠다고 말은 던져놨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결혼도 미룰까 한다. 월 300만원이 채 안 되는 급여에서 원룸 월세와 마이너스 통장 대출 이자로 월 130만원을 내고 나면 조그마한 오피스텔 전세도 본인 저축만으로는 얻기 벅찬 게 현실이다.

    2030세대의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주거 사다리는 끊긴 지 오래고, 같은 세대 사이에서도 주거 면적과 주거 지역, 주거 형태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직장인이 몇십년어치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들어갈 수 있다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금수저 2030세대가 있는가 하면, 도심 외곽 다세대주택에서 겨우 신혼 살림을 꾸리는 젊은이도 있다. 과거에는 웬만큼 노력하면 수도권에 번듯한 내 집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취업난과 소득·자산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부모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을 하기란 현실에서 점점 불가능한 일이 돼 가고 있다.

     소득·자산 양극화와 고용 불안 등으로 2030의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소득·자산 양극화와 고용 불안 등으로 2030의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 시세차익도 돈 없으면 불가능…자산증식 수단 사라져

    과거 서민층이 가장 유용하게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수단은 부동산이었다. 경제성장률이 치솟고 일자리가 늘면서 주택수요가 늘었고 집값도 올랐다. 전세를 살면서 돈을 모아 조그만 아파트를 사고 집값이 뛰면 이를 다시 팔아 집을 넓혀갔다.

    지금은 이런 ‘집 넓혀가는 재미’가 불가능하게 됐다. 소득 증가 속도가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급여를 모아 집을 사기도 어렵다. 2016년 11월 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억1293만원에 달한다.

    장기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 하더라도 시세차익을 통한 자산 증식은 포기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자치구는 서초구(4.7%)로, 평균 집값은 12억원을 웃돌고 있다. 가장 집값이 낮은 자치구는 도봉구로 3억2000만원인데, 지난해 집값은 2%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 특성상 생활환경이 좋은 지역은 집값 상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곳은 진입 장벽이 높아 2030세대가 들어가기에 무리가 있다. 초기 자본이 없다면 부동산 투자로 시세차익을 봐 자산을 증식하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다.

    2013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서울 자치구 중 집값이 가장 높은 강남·서초구와 집값이 가장 낮은 노원·도봉구의 아파트 가격 추이. /자료: 부동산114
    2013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서울 자치구 중 집값이 가장 높은 강남·서초구와 집값이 가장 낮은 노원·도봉구의 아파트 가격 추이. /자료: 부동산114
    집을 샀다고 해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경우도 있다. 대기업 6년차 직장인 강석민(32)씨는 지난해 경기도 김포에 3억7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아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집 장만의 기쁨보다 갚아야 할 은행빚 때문에 한숨만 늘고 있다. 무리해서 분양을 받은 탓에 대출이 집값의 60%에 이르는 데다, 잔금 1억원 정도를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직장을 다니던 부인이 출산으로 회사를 그만둬 자금 마련 계획에 지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악에는 퇴직금을 중간에 정산받을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돈이 부족하면 입주를 포기하고 전세로 돌릴 계획이다.

    ◆ 비정규직 중 2030세대 33%…불안한 고용과 주거비 부담 이중고

    우리나라 주거 불평등 정도는 매우 심각한 편이다.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주택정책연구센터 강미나 센터장이 조사한 주거면적의 5분위 분배율 변화를 보면 가구 전용면적 5분위 분배율은 2006년 0.736에서 0.735로 변화됐고, 1인당 전용면적의 5분위 분배율(전국)은 같은 기간 0.764에서 0.778로 악화됐다. 이 지표는 분배에 격차가 없을 때 0, 격차가 가장 클 때 1의 값을 가진다.

    [2030 주포세대]③ 끊긴 내집마련 사다리, "자산증식 수단 사라져"…빚 늘고 실소득은 '역행'
    강 센터장이 주거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는 건 크게 3가지다. ▲소득 양극화에 따른 자산의 양극화 ▲주거비 부담 과다와 저렴한 주택의 공급 불충분 ▲공공에서의 양극화 완화기능 미약 등이다.

    2016년 8월 기준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1962만7000명 중 비정규직은 32.8%(644만4000명)이고, 이들의 수입은 정규직의 53.5% 수준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 20~29세 비중은 17.5%(112만9000명), 30~39세는 15.4%(99만4000명)에 이른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매년 오르는 소득을 받으며 자산을 늘려야 하는 2030세대에게 주거 양극화는 더 가혹한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주거비 부담도 가뜩이나 소득이 충분치 못한 2030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2016년의 경우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은 4%대 후반인데, 시중은행 금리는 1%대다. 전·월세전환율과 금리의 차이만큼 월세로 사는 가구의 부담이 더 커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경우 보증금 있는 월세와 보증금 없는 월세로 사는 비중이 각각 13.7%와 0.3%다. 특히 저소득층 신혼부부의 월세 비중은 18.5%에 달하지만, 고소득층은 4.3%에 불과하다. 저소득층의 경우 버는 돈도 적은데 그나마도 월세로 나가는 돈이 많다.

    ◆ 30세 미만 가구 빚 70.2% 늘어…국가 차원의 주택·금융정책 확대해야

    그러다 보니 2030세대의 재정 사정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의 부채 평균은 2016년 기준(잠정치) 6655만원으로, 2010년과 비교해 44.1% 증가했다. 문제는 2030세대의 부채 증가 추이가 이보다 가파르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30세 미만 가구의 부채는 2016년 기준으로 1593만원인데, 이는 2010년과 비교해 70.2%나 늘었다. 30~39세는 5877만원으로 2010년보다 4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49세는 4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무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보면 30세 미만인 가구의 경우 2010년 41.2%에서 2016년 56.2%로 15%포인트 높아졌고, 30~40세 미만도 117.7%에서 138.7%로 21%포인트 증가했다. 40~50세 미만은 19.9%포인트 올랐다. 전체 가구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65.4%로 2010년보다 13.8%포인트 증가했다.

    부채가 있는 가구만 보면 2030세대의 부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체 가구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16년 222.7%로 2010년보다 0.2%포인트 낮아졌지만, 30세 미만인 가구는 33.9%포인트, 30~40세 미만 가구는 21.2%포인트 높아졌다. 40~50세 미만 가구는 13.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명확하지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소득과 자산 격차를 줄이면 되지만,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자산·소득 양극화 고착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국가 차원의 정책만이 이를 해결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대출과 저축과 관련한 금융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미나 센터장은 “청년층의 주택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생애 최초 프로그램을 확대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거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생애 1회에 한해 ‘독립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 주거 마련을 위한 기반을 형성할 수 있도록 매칭펀드 등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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