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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혁명 생생현장]③ 디지털 지도·빅데이터로 조류 독감 잡는다…실시간 안전지도 만드는 중앙항업을 가다

  • 평촌 = 김범수 기자

  • 입력 : 2017.01.03 06:00

    구글 인공지능이 이세돌 9단을 누른 ‘알파고 쇼크’ 이후 한국 사회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혁명에 한발 앞섰지만, 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이 빚어내는 4차 산업혁명에는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산업현장이다. 조선비즈는 새해 기획으로 4차산업 생생현장 7곳을 다녀왔다. 새 길을 개척하느라 분주한 현장에서 정치·정책 리더십의 실종과 사교육 창궐, 규제 난맥을 타파할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했다. [편집자주]

    지난달 28일 경기도 평촌 항공 측량회사 중앙항업 사무실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회사는 비행 측량을 통해 디지털 지도를 만들고 여러 정보를 데이터로 전환해 지도상에 표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김상봉 중앙항업 이사는 “프로그래머들이 AI 방역 정보를 디지털 지도에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응용 프로그램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농림부 가축방역대책본부에서 보는 지도는 현재 파워포인트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현황을 하나하나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농림부 자료 캡처
    농림부 가축방역대책본부에서 보는 지도는 현재 파워포인트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현황을 하나하나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농림부 자료 캡처
    충북 음성군에서 AI가 첫 발생한 후 불과 보름 만에 AI가 전국으로 퍼져 축산 농가와 방역 당국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기준으로 총 391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고 피해 농가는 100곳이 넘었다. 요즘 계란 한 판(30알)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AI 사태는 서민 경제에 주름살을 늘리고 있다.

    AI 사태가 커진 것은 방역 당국의 상황실이 AI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역 당국은 수작업에 가까운 방식으로 AI 확산 상황을 점검해왔다.

    가령, 음성군 일대 실태 조사에 나선 공무원들이 조류 매립지, AI 발생지, 피해농가, 방역 작업 초소, 도로 통제소를 파악해 국가동물방역통합정보시스템(KAHIS)에 보고하고 상황실에서 수작업으로 지도에 표시하는 식이다. AI는 이미 전국으로 퍼졌는데, 상황실 지도에는 AI 청정지역으로 표시된 경우도 적지 않다.

    중앙항업 측은 “국민안전처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함께 AI 방역 정보를 데이터로 변환해 디지털 지도에서 바로 확인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면서 “우선 AI가 첫 발생한 충북 음성군의 실시간 안전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가 디지털 지도 위에 AI 발생지역의 방역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김범수 기자
    개발자가 디지털 지도 위에 AI 발생지역의 방역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김범수 기자
    디지털 지도란 위성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정밀하게 측량한 지도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한 것을 말한다.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 등이 디지털 지도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 역시 항공측량을 기반으로 만든 3차원(3D) 디지털 지도를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 초 구글이 한국 정부에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신청하면서 디지털 지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구글 지도 서비스를 위해 정밀 지도 반출을 찬성하는 쪽은 디지털 지도가 4차 산업혁명의 축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정밀 지도 반출을 반대하는 쪽은 디지털 지도가 안보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항업 측은 “실시간 AI 방역 정보 지도를 제작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부, 국토교통부, 국민안전처 등 여러 부처가 정교하게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태 조사에 나선 농림축산부 공무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정보를 갱신하면 국토교통부가 만든 디지털 지도 위에 AI 확산 정보가 실시간으로 바뀌게 되고 AI 방역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가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산 방지 전략을 발 빠르게 수립하는 프로세스다.

    박영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장은 “기온과 풍향 등 기후정보 데이터와 지하수 흐름과 산세 등 지형 정보를 AI 방역 정보와 연계하면 AI 빅데이터가 완성되는 셈”이라면서 “이런 빅데이터가 디지털 지도와 결합하면, AI 발생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고 AI 차단 경로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온이나 풍향, 지하수 흐름 등 환경변화와 공간 정보를 종합해 AI 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면 컨트롤 타워에서 정확한 진단과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국민안전처와 농림축산부 검역본부의 데이터를 이용해 AI 확진 등의 정보를 여러 부처가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지도와 빅데이터가 결합하면, AI 방역뿐만 아니라 각종 재난과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국민안전처와 중앙항업 측의 설명이다.

    국민안전처는 국토교통부의 디지털 지도를 기반으로 만든 ‘생활안전지도’도 만들었다. 생활안전지도는 강도, 성추행 등의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과 산사태, 홍수 등의 재난이 발생하는 지역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위험도가 높은 지역,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의 사고 발생시 대응 체계 등을 디지털 지도를 통해 사전에 분석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상봉 이사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데이터”라면서 “중앙항업의 디지털 지도 개발 작업 과정은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자료를 수집한 후 해당 자료를 정제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료가 풍부할수록 방역 정보 지도가 정확해지기 때문에 정제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다른 DB와 연계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인공위성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지도 측량을 정밀화하는 작업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사진은 측량 비행선 내부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 /중앙항업 제공
    최근에는 인공위성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지도 측량을 정밀화하는 작업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사진은 측량 비행선 내부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 /중앙항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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