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인생]① 학자금 대출 연체 문자에 '덜컥' 하는 청년들…빚의 굴레 시작은 20대부터

입력 2017.01.03 06:00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2030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4050세대는 가계대출과 자녀 교육비에 허덕인다. 고령층은 은퇴하는 순간 노인 빈곤에 시달린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만, 평생 힘들게 산다. 타고난 부자가 아니면 인생은 빚을 갚다 끝나버린다는 암울한 생각이 공감을 얻으며 비혼과 만혼, 저출산 문제는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무엇이 우리의 가계부를 적자로 만드는 것일까. 돌파구는 없을까. [편집자 주]

올해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 700만원…정부에 손 벌릴 수밖에 없는 청년들
학자금 대출 못갚아 채무조정 신청한 청년들, 지난해 3만명 돌파
워크아웃 신청자, 전 연령대 중 20대에서만 홀로 늘어

‘11월 23일 기준 2011년도 1학기 대출이 연체 중입니다. 확인 후 빠른 정리 부탁드립니다. - 한국장학재단’

김민주(가명·28)씨는 대학 4년간 총 27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몇 번 받은 장학금 덕택에 그나마 이정도 빚에 그쳤다. 2년간 취업 준비 끝에 지난해 여름 월 200만원을 받는 직장에 취업했지만, 첫 월급을 받는 순간부터 월급의 절반 가량은 한국장학재단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껴쓴다고 아껴쓰지만, 경조사 등으로 지출이 많은 달에는 어김없이 ‘펑크’가 난다. 김씨는 “한국장학재단 독촉 문자가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라며 “이렇게 연체가 될 때마다 신용도 역시 팍팍 깎이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월세, 식비, 교통요금 등을 내다보면 제때 학자금 대출 갚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동기들은 취업 후 1년간은 자기 보상으로 월급 다 써가며 즐긴다지만, 김씨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역시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높은 대학 등록금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위해 정부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지 수 년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등록금은 높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들은 20대 화창한 나이부터 빚의 굴레에 빠져든다. 적자 인생의 시작이다.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김민주(가명·28)씨가 받은 대출 연체 안내 문자. /김민주씨 제공
◆ 700만원대 사립대학 등록금 부담 벅찬 청년들…고정금리 탓 5%대 고율 이자 물기도

대학 등록금은 청년들이 짊어지고 있는 가장 무거운 짐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올해 전국 국공립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412만2400만원으로 지난해(409만4100원)보다 0.7%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 대학의 경우 736만3700원으로, 지난해 733만6500원보다 0.4% 올랐다.

불황이 계속되고 가계 소득이 줄어들자 청년들은 오롯이 집안 지원만으로 대학을 졸업하기가 힘들어졌다. 6000원대 최저시급 아르바이트로 대학 등록금을 감당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결국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한국장학재단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 규모는 총 3조1964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2조4189억원, 2013년 2조6541억원, 2014년 3조6513억원 등으로 3조원을 돌파한 후엔 좀처럼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용자는 2012년 76만1361명에서 91만7501명으로 크게 늘었다.

17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이 있다는 이지윤(26)씨는 “학자금 대출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학기 내내,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했지만, 공부하면서 빚을 갚긴 쉽지 않았다”며 “학자금 대출이 워낙 고금리라 이자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했다.

실제 이지윤씨의 학자금 대출 내역을 살펴보면, 2010년 1학기에는 210만원5200원을, 2학기에는 360만5000원을 빌렸다. 금리는 각각 5.7%, 5.2%다. 학자금을 빌릴 당시인 2010년엔 시세보다 낮은 금리였지만, 고정금리인 탓에 현재 많게는 한 학기당 20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이자를 물고 있다.

조선일보 DB
◆ 대학 졸업, 끝이 아니다…취업 준비하는데도 평균 500만원

대학을 졸업한 뒤엔 취업 준비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취업 사교육 기간 및 비용' 자료를 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은 첫 취업까지 정규 교육 외 취업 사교육에 평균 1.2년의 시간과 평균 510만원의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학자금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일년간 500만원 이상의 빚을 추가로 지게 되면 청년들은 이른바 ‘나쁜 일자리’도 피하지 않게 된다. 지난해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대졸자 1210명 중 84.2%가 대출이 취업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빠른 취직을 위해 '묻지마 지원'을 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57.2%)을 넘었다.

그러나 사회 초년병이 받게 되는 평균 월급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4만1000원에 불과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월급(주 40시간 노동에 주 1회 유급주휴 기준) 기준으로는 135만2230원이다. 이는 2016년 미혼·단신가구생계비 167만3803원의 80.8% 수준이다.

월 180만원을 벌고 15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이 있다는 권민예(가명·27)씨는 “사실 형편만 된다면 좀 더 준비해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고 싶었다”면서도 “학자금 대출이 계속 마음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높은 곳만 바라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생각으로는 조금 더 준비해 탄탄한 직장에 들어갔어야 하나 싶다”며 “월급이 적다 보니 학자금 대출 갚기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 나홀로 파산하는 20대…학자금 채무조정 3만명 돌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취업 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의 ‘채무조정’을 신청한 청년은 3만명을 돌파했다. 캠코는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연체 채권을 이관받아 이들의 신용 회복을 돕는 채무조정을 시행한다. 즉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파산 지경에 이른 청년이 3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 평균 나이는 29세, 1인당 평균 채무액은 520만원이었다.

학자금 대출에서 시작된 빚의 고리는 청년들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지난 10월 발표한 ‘2016년도 3분기 신용회복 지원 실적’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는 20대에서만 홀로 늘었다. 개인 워크아웃은 개인 채무자의 가계파산 방지와 경제적 회생 지원을 목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를 대상으로 원금분할 상환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20대 워크아웃 신청자는 지난 2분기 2099명에서 2283명으로 8.8%가 늘었다. 전체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가 전분기의 1만9383명에서 1만9047명으로 1.7%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30대와 40대는 나란히 2.3%씩 줄었다. 50대 신청자는 5.1%, 60대 이상 신청자는 7.6%나 감소했다.

‘빚이 너무 많아 갚을 수 없다’며 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는 2013년 6098명, 2014년 6671명, 2015년 8023명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같은 기간 단 한 차례도 감소가 없는 연령대는 20대가 유일하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취업난으로 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20대가 고금리로 돈을 빌리다보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즉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이미 빚의 고리에 걸려 있는 20대 청년들이 길어지는 취업 준비 기간 동안 빚의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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