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하는 송 모 씨(50)는 최근 배달 아르바이트생의 이탈로 곤욕을 치렀다. 2주 가까이 직접 배달해야 했던 송씨는 임금을 대폭 올리고 나서야 사람을 뽑을 수 있었다. 송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0만원대 후반이면 채용이 됐던 것 같은데, 이번에 새로 뽑은 직원에겐 월 300만원을 약속했다”면서 “배달이라는 게 힘든 일이고 겨울철이란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점점 더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2O(Online To Offline) 열풍으로 배달 대행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기존에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독식’하던 치킨집과 중국집이 구인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업 종사자 수가 제한적인 상태에서 ‘브랜드’가 있는 배달대행업체가 등장했고, 새로 배달시장에 뛰어드는 요식업체가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입구가 치킨을 시킨 시민들과 배달부들로 붐비고 있다.

한 배달 대행업체 관계자는 “중국집, 치킨집 혹은 피자전문점 배달 직원이라고 하면 사회적 시선이 따가운 게 사실”이라며 “업주 밑에서 폭언 등을 견디기 싫어 배달대행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싶다는 직원도 많다”고 설명했다.

◆ “최대 21.5조까지 커질 것”…관심 높아지는 배달 대행

현재 우리나라 배달대행시장의 규모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자체 연구진이 있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배달대행 자회사 배민라이더스도 현실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중국집, 치킨집 등 기존 배달 요식업 시장 규모는 연 12조~14조원으로 추산된다. 또 기존에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요식업체 중심의 배달 대행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15년 말 O2O 관련 보고서에서 O2O 시장(식품 외 부문도 포함)이 최소 7조6000억에서 최대 21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대 책임연구원은 “O2O시장은 기존의 요식업체를 벗어나 식료품 소매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기존 요식업체들은 배달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 증대 효과를 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31, 던킨도너츠 등 SPC그룹 내 계열사들은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점포별로 많게는 매출이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라이더스 소속 기사들

바로고는 SPC그룹 외에도 대형마트 홈플러스, 놀부 부대찌개, 놀부보쌈 등과도 배달 대행 계약을 맺었다. 배달에 비교적 소극적이던 롯데리아도 최근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배달시장에 뛰어들었다. 삼겹살을 먹고 싶지만 굽기 귀찮은 고객을 겨냥한 삼겹살 배달 프랜차이즈 ‘배달삼겹돼지되지’도 등장했다.

고객은 3000원을 추가로 지급하면 집에서도 편안하게 삼겹살이나 빵·아이스크림 등 간식류, 보쌈, 부대찌개를 건네받을 수 있다. 바로고는 월평균 배달대행 건수가 120만건을 넘어섰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 2014년 4월 설립 당시의 평균 1만건과 비교하면 10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강남권 요식업체들과 배송대행 계약을 맺고 있는 배민라이더스는 올해 12월 주문 건수가 1월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 공급 부족 직면한 배달시장…중국집·치킨집은 구인난

이처럼 O2O 수요가 폭등하면서 배달 아르바이트생의 몸값도 상승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선 한 업주 밑으로 들어가느냐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느냐를 놓고 선택할 수 있다.

알바천국 화면 캡처

배민라이더스 소속의 한 배달업자는 “중국집에서도 일해보고 퀵 서비스 기사로도 일해봤는데 업무 스트레스는 배달대행 업체 소속으로 있는 것이 가장 적다”면서 “할당량을 다 소화하고 나면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집, 치킨집, 피자집 등은 구인난이 심각하다”면서 “지금도 알고 지내던 사장님들한테서 월급을 올려줄 테니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무너진 상태라고 진단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도 한 학원이 ‘공부하면 치킨을 시키고, 공부하지 않으면 치킨을 배달해야 한다’는 플래카드를 걸어 물의를 빚었듯 사회의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배달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50대 중장년층이 유입되는 등 공급 부족이 극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