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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타적 유전자 강동원 "배려하지만 겸손하진 않겠다"

  • 김지수 대중문화전문기자기자
  • 입력 : 2016.12.24 07:00 | 수정 : 2016.12.26 11:37

    흔들림 없는 고요한 눈동자, 자기를 믿는 평상심, 지치지 않는 지구력의 사나이
    겸손은 필요없다, 배려 있게, 침착하게
    ‘마스터'의 형사 강동원, 대한민국의 ‘썩은 머리' 제대로 잘라낼까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타적 유전자 강동원 "배려하지만 겸손하진 않겠다"
    영화에서나마 불의와 싸워 ‘이기는 경험’은 중요하다. 2015년 개봉했던 ‘베테랑'과 ‘암살' 그리고 ‘내부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대중들에게 ‘이기는 경험'을 선사했다.

    ‘베테랑'의 형사 황정민이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로, ‘개망나니’ 재벌 3세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때 보통 시민의 구겨진 가슴팍이 활짝 펴지지 않았던가. ‘암살'의 저격수 전지현이 친일파를 겨냥해, “그래도 알려줘야지.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고.”라고 말할 때, 장총 끝에서 두 다리 뻗고 자던 친일파들은 오금 꽤나 저렸을 것이다. ‘내부자들’의 이병헌은 부패로 묶인 정치, 기업, 언론을 빼도 박도 못할 증거로 한방에 몰아세운 후, 여유 있게 농담한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

    하지만 2016년은 다소 찝찝한 한 해였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중간첩을 다룬 ‘밀정'과 부패한 공권력을 다룬 ‘아수라'는, 적군도 아군도 출구도 퇴로도 없는 ‘어둠의 심연'으로 우리를 몰아가, 기어이 전멸시키고는 자승자박의 낭패감을 안겼다.

    모호하고 모진 게 인간사라지만, 영화마저 죽이고 속이는 허무의 지옥도를 헤매자 국민은 강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우리는 이미 ‘각자도생'과 ‘불의'한 정치권에 충분히 지쳐있다"고.

    정의로운 인간은 없는가. 동정 없는 세상은 지속할 것인가.

    마침내 남녀노소 대중들이 직접 촛불을 들고 청와대와 여의도에 모여 분노를 표현하던 즈음, 그 촛불의 뜨거운 파도를 타고 예정된 시간에 극장에 도착한 영화가 ‘마스터'다. ‘마스터'의 메인 카피는 ‘썩은 머리 이번에 싹 다 잘라낸다'. 과연 이 영화가 고매한 ‘썩은 머리'가 모여 득실대는 청문회와 특검을 지켜보는 국민의 울분을 제대로 해소해줄 수 있을까.

    강동원을 소개한다. 길고 가느다란 육체, 시선을 피하지 않는 슬픈 눈, 느리고 낮은 목소리로 판타지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해온 우리 시대의 ‘육체파' 배우.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소심한 시골 약사로 시작해, ‘형사;Duelist’의 슬픈 자객, ‘의형제'의 버림받은 북한 남자, ‘두근두근 내 인생'의 조로증 아이를 둔 철부지 아빠, ‘검은 사제'의 악령을 쫓는 견습 사제와 ‘검사외전'의 사랑스러운 사기꾼을 두루 거친 14년 차 배우가 도착한 곳은 경찰청 직속 지능범죄수사대.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타적 유전자 강동원 "배려하지만 겸손하진 않겠다"
    희대의 사기꾼인 조희팔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마스터'에서 그는 다단계 금융 사기꾼 ‘진 회장' 역을 맡은 이병헌, 전산 프로그래머 ‘박장군' 역의 김우빈과 함께 출연했다. 강동원은 명석한 형사 ‘김재명' 역을 맡아 푹푹 삭아 암모니아 냄새가 날 것 같은 대한민국 권력층과 사기꾼의 ‘썩은 머리'를 제대로 도려낸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후안무치한 ‘썩은 머리’를 잘라내야 하는 인물로, 강동원은 뜻밖에 적역이다. 18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볼수록 나는 그에게서 걸작을 쌓겠다는 헛된 야심이나 성공하겠다는 얕은 흑심이 없음을 발견했다. 단 한 번의 스캔들이나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다는 사실도.

    ‘조바심이 없다’는 것과 ‘쉬지 않고 일해왔다’는 지구력은 강동원의 큰 장점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감독에 의해 선택당하고, 관객에 의해 평가받는 극도로 ‘불안정하고 위험천만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20대 시절부터 그의 눈동자엔 ‘흔들림'이 없다. ‘광기'와 ‘동요', ‘낭패감'도 ‘욕망'도 없이 고요한 그 눈동자는 마치 자기만의 페이스로 레일을 달리는 마라토너의 그것 같다.

    그가 연기하면서 고함을 지르는 것을 본 적이 있나? ‘그놈 목소리'의 유괴범 목소리 연기를 할 때도, 강동원의 차가운 협박에 괴성을 지른 것은 오히려 설경구였다. ‘의형제'에서 송강호와 함께할 때도, ‘검은 사제'에서 김윤석과 함께할 때도 ‘검사 외전’에서 황정민과 함께할 때도 강동원은 그들과 대결하지 않는다.

    유연하게, 그러나 유약하지 않게, 상대에 따라 정확히 응대하는 강동원의 수학적인 연기.

    “나는 나를 믿는다. 패배하지 않는다”... 시선을 피하지 않는 강동원의 눈에서 그런 선명한 메시지를 읽는다. 시작부터 ‘사이비 교주'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언변으로 스크린을 장악해가는 ‘다국적' 배우 이병헌과 비교하면, ‘마스터'의 ‘저격수' 강동원은 시종일관 침착하고 냉정하다.

    강동원을 만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은 날씬한 청년이 걸어들어왔다. 흑먹을 흠뻑 머금은 붓 한 자루가 유유히 움직이는 것 같다. 뉴스보이캡을 벗으며 그가 싱긋 웃는다. 서늘한 눈동자, 오똑한 콧날, 날렵한 턱선...눈물, 콧물, 수염 같은 이물질이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폼(form)'이었다.

    ‘땅에 그림자조차 늘어지지 않을 것 같군.'이라고 생각하는 데 태양광보다 강렬한 검은 색채의 사나이가 무심하게 말했다. “요즘 잠을 잘 못자요. 어젯밤엔 멜라토닌을 먹고 잤더니, 오늘은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났죠(웃음).”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타적 유전자 강동원 "배려하지만 겸손하진 않겠다"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기분 좋습니다. 정말 좋아요. 그게 이 영화를 한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찝찝한 기분을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만족스러운가요?

    “영화가 언제나 완벽할 순 없죠. 주어진 시간과 돈을 고려하면 최대한 잘 뽑아냈다고 생각해요.”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 배우 3인의 아우라가 부딪혀 스파크가 튀더군요. 감독이 3명에게 공평했다고 느끼나요?

    “그럼요. 밸런스가 잘 맞았지요. 이병헌 선배, 김우빈 그리고 저… 각자의 개성이 다 잘 살았어요.”

    -썩은 머리 이번에 싹 다 잘라낸다, 라는 당신의 대사가 영화의 메인 카피로 쓰였더군요. 맘에 드는 대사인가요?

    “아주 통쾌했어요. 오글거리기도 했지요. 그런 식의 낯간지러운(웃음) 대사가 몇 개 더 있죠. “영국 경찰이 신뢰받는 이유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기 때문이죠.” “대한민국에 저 같은 미친놈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쉽고 강렬하지 않나요?”

    -마치 1980년대 할리우드 경찰 영화 대사 같기도 합니다.

    “그런가요? 이 영화는 직접적이고 쉽게 주제를 표현해요. 복선이 깔리는 것도 아니죠. 전 그 점이 맘에 들었어요.”

    -혼란한 시대에 필요한 안성맞춤의 영화라고 생각했나요?

    “하하. 혼란 정국이 이 영화마저 삼켜버리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지요. 11월 극장 관객의 30%가 줄었어요. 지난달에 개봉한 저의 판타지 영화 ‘가려진 시간’도 가려지고 말았어요(웃음).”

    -아쉬운가요?

    “아니요. 반성합니다. 그것 또한 그 영화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도 형사도 부패한 시장도 다 같이 악하게 뒹굴다 전멸하는 영화 ‘아수라'는 흥행 성적이 썩 좋지 않았어요. 부정부패와 폭력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임계점에 이른 듯합니다.

    “그런 것 같아요. 다행히도 이번 영화 ‘마스터'는 그런 어둠이 없어요. 저 자신, 잔인하고 센 영화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주제의식이 모호하지 않고, 권선징악도 확실하죠. 다단계 용어가 좀 어렵긴 하지만, 숫자가 나와도 본격적인 금융 사기 영화는 아니니까요.”

    -2015년의 ‘내부자들'은 2016년 대한민국의 부패 지도를 비교적 정확히 그려냈습니다. 대기업 왕회장의 성매매 의혹 영상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고급 공무원은 술자리에서 ‘국민은 개돼지'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죠.

    “그 영화는 만화로 먼저 재밌게 봤어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타적 유전자 강동원 "배려하지만 겸손하진 않겠다"
    -‘내부자들’에서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의 팽팽한 대결 구도가 이번 영화 ‘마스터'에선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으로 이어지는 셈인데요. 이병헌을 중심으로 어떤 식으로든 비교가 되지 않겠어요?

    “어떤 분들은 벌써 ‘내부자들'과 ‘마스터'를 헷갈려 하시더라고요(웃음). 이병헌 선배가 절대 악이고 우빈이가 행동대장이고, 제가 잡으러 다니는 구도인데요. 병헌 선배님이 세야 제가 잡는 맛도 있지 않겠어요?”

    -구체적으로 이병헌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였나요?

    “그분은 정말 독특한 분이더군요(웃음). 저에겐 관찰 대상이었어요.”

    -어떤 점이 독특했지요?

    “배우로 타고난 분이었어요. 특히 그분의 발성이나 발음을 눈앞에서 직접 보니 더욱 놀라웠어요. 금융 사기의 룰 대해 설명하면서 “그게 조 단위로 가면 뭐가 될 것 같나?”라는 대사를 하는데, 저 혼자서 수없이 따라 해 봤어요. 성우처럼 들리기도 하고, 실제 그 인물의 말처럼 들리기도 했죠. 사전에 뒷조사하고 성격을 파악한 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갔는데도, 놀랍고 신기해서 옆에서 오래 관찰했습니다.”

    -비교하는 마음이 들지 않던가요?

    “저도 발성에 대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예전에 조진웅 선배님의 목소리를 듣고 ‘인간의 목소리가 저렇게 클 수도 있구나!' 놀란 이후로 몇 년째 훈련 중이에요. 많이 개선도 됐죠. 병헌 선배만이 아니라 우빈이의 발음도 아주 좋았어요.”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했나요?

    “아니요. 신인도 베테랑도 모두 일을 하러 온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에요. ‘연기를 가르쳐달라'는 말은 현장을 학교로 만들죠. 되레 자기 스타일대로 너무 가르치려 드는 분들을 만나면 피곤해지기도 하고요(웃음). 수많은 스태프와 카메라에 둘러싸여 있으면 없는 자신감도 만들어내야 합니다(웃음).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를 믿고 갈 수가 없거든요.”

    -자신감에 차 있군요.

    “30대 중반의 남자가 자기 일터에서 맡은 역할을 차곡차곡 해내고 인정을 받을 때 쌓이는 자기 충만감이 있어요. 성격도 좀 더 오픈마인드가 되고 사사로운 일에 연연하지도 않죠. 제가 그런 나이가 된 거예요.”

    -6년 전 송강호와 ‘의형제'를 할 때도 전혀 밀리지 않았어요. 묵직한 경상도 발성 때문인지 모델로 일할 때나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나 가벼워 보이지 않더군요. 괜히 멋 내려다가 동티나는 법도 없고요.

    “한국 사회에서는 무조건 겸손이 미덕이라고 하죠. 모난 돌이 정 맞는 다는 말도 있고, 그런 교육이 청년들을 주눅 들게도 해요. 고교 시절 축구부를 같이 했던 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참 특이했어요. 저는 공격수였고, 그 친구는 최후방수비 포지션이었는데, 대뜸 처음부터 “저는 이거 잘해요"라고 하는 거예요.

    ‘저건 뭐지… 이상한데' 싶었는데, 실제로도 잘하고 그만큼 노력하는 걸 보고 ‘저거다!’ 싶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고, 잘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으면 주장해도 되는구나!’ 촬영 현장에서 타인을 배려해야 하는 건 맞지만, 겸손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수백 명이 나만 쳐다보는 현장에서는 말이죠.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타적 유전자 강동원 "배려하지만 겸손하진 않겠다"
    -더불어 참으로 겸손하지 않은 외모를 지녔어요(웃음).

    “남성적이지도 여성적이지도 않죠(웃음). 이 정도 외모면 배우로 살기 괜찮다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 꽤 긍정적이거든요(웃음).”

    -가늘고 길고 낭창낭창한 육체적 매력 덕에 강동원 복식사도 화려합니다. ‘늑대의 유혹'의 교복부터 ‘군도'의 한복, ‘검은 사제'의 사제복, ‘검사외전'의 죄수복까지… 개인적으로 어떤 옷이 남달랐나요?

    “사제복이요. 아주 특별했어요. 옷은 옷일 뿐일 텐데 그 옷은 무게감이 남달랐어요. 신부는 어마어마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죠. 경찰 제복은 모르겠지만, 죄수복은 앞으로도 다시 입고 싶진 않아요(웃음).”

    -일상에서는 어떤 옷을 입습니까?

    “옷은 까매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웃음). 블랙 후드, 블랙 팬츠, 블랙 구두, 블랙 모자… 움직이기 편하고 기동성 있는 옷을 좋아합니다.”

    -승부 근성이 강하고 한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내는 성격으로 알고 있어요. 일 중독자 기질도 강한 것 같습니다만.

    “제가 가진 직업은 특수해요. 시놉시스를 보고 인물의 뼈대를 만드는 이 일이, 저는 너무너무 재미가 있어요. 저는 일할 때도 스트레스받지 않아요. 정말입니다. 제 친구 중에 이런 놈이 있어요. 디자이너인데, 맨날 노는 것 같은데 결과가 참 좋아요. 제가 그 친구한테 “너는 노는 것 같은데 일을 참 잘해" 그랬더니, 그 친구도 “너도 똑같애!” 그러는 거죠. 저는 현장에서도 계속 놀아요. 놀다가 카메라가 돌아가면 또 연기하죠.”

    -자칫 잘못하면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어요.

    “제 성격이에요. 놀면서도 항상 머릿속으로는 중심을 생각하고 있어요. 핵심 뼈대 설계가 끝나면 그다음엔 캐릭터 디자인을 쉽게 쉽게 해요. 감독의 디렉션이 제 생각과 달라도 큰 문제 없으면 쉽게 쉽게 수긍하고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타적 유전자 강동원 "배려하지만 겸손하진 않겠다"
    -농부, 엔지니어, 예술가 중 어떤 타입인가요?

    “엔지니어와 예술가 스타일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설계를 끝내고 움직이지요.”

    -슬럼프가 온 적은 없었나요?

    “20대 중반 즈음. 일은 너무 좋은 데, 업계에 사기꾼과 거짓말쟁이들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어떻게 극복했지요?

    “그들은 대체 왜 그랬을까, 이해하려고 노력했지요. 슬럼프를 겪고 나서 저도 좀 단단해졌어요.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꾸는 사람들은 동업자 취급을 하지 말아야겠다, 진심으로 대해줬는데 이용만 하려 드는 사람들은 거칠게 다뤄줘야겠다, 무시할 사람은 무시하고, 무엇보다 진짜 중요한 사람은 잘 분별해서 정말 잘 대해줘야겠다.”

    -진짜 내 편을 어떻게 구분합니까?

    “저는 항상 통계 수치를 맥스(Max)로 잡고 판단합니다. 시간이나 돈이나 사람이나 무한대를 가정하면 누가 남을까? 내가 이 사람과 죽을 때까지 볼 것인가, 를 가정하면 분명하게 보이는 게 있어요. 경험도 좀 쌓였고 관상도 좀 봅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때 눈의 표정도 지켜봐요(웃음).”

    -당신이 보기에 이 영화를 찍은 조의석 감독은 어떤 사람입니까?

    “레퍼런스도 확실하고, 인품도 좋은 사람입니다. 짠해지는 부분이 있었고,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영화 제목 ‘마스터'의 뜻은 뭐죠?

    “사기의 마스터, 프로그램의 마스터, 수사의 마스터! 각자 자기 분야의 최고 기술자들이 최선을 다해 한판 붙는 거죠. 어쨌든 저는 이 영화를 대한민국을 바꾸려는 한 명의 싸움이라고 봐요. 제가 맡은 소신 있는 수사관 김재명이 마스터키를 쥐고 있는 거죠(웃음).”

    -이 영화는 스케일이 커요. 필리핀 로케이션 장면은 특히 글로벌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이병헌과 행동대장 김우빈, 형사 강동원의 과격한 총격전이 있어 긴박감이 넘치더군요. 실제 현장에선 어떤 일이 있었나요?

    “전쟁터였지요(웃음). 이병헌 선배와 투 샷으로 잡히는데, 점점 해는 지고 있었고…, 결국 다 찍지 못해 감독님이 나중에 추가 촬영을 해야 했지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타적 유전자 강동원 "배려하지만 겸손하진 않겠다"
    -해외 촬영장에서 수백 명의 스태프와 함께 뒹굴고 달리다 보면 흥분과 불안이 범벅되었겠어요.

    “글쎄요. 전 필리핀에서 느낀 게 많습니다. 우기라 비가 많이 왔는데, 사람도 차도 대수롭지 않게 물에 잠겨서 둥둥 떠다니더군요. 촬영장 근처는 쓰레기 더미였어요. 누군가는 쓰레기를 버리고 누군가는 그 쓰레기를 주워서 생활하고 누군가는 그 쓰레기 더미에서 살더군요. 나라가 부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삶의 목표가 달라졌나요?

    “제 친구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너희들이 앞으로 돈을 잘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친구가 없으면 나이 들어서 뭘 하겠니?” 시간이 지날수록 인생이 혼자 행복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요. 내 친구가, 내 이웃이 너무 힘들어하는데, 저만 괜찮으면 뭐하나, 그런 생각이요. 주변 사람이 같이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 국민이 행복한 세상에서, 저도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웃음).”

    그의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마스터'는 ‘악은 반드시 응징된다'라는 우리의 선한 믿음에 충실한 영화다.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썩은 머리'를 겨냥한 유쾌한 공포 사격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우리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동안, 강동원도 열심히 살아왔다는 게 기쁘다. 유연하게 그러나 유약하지 않게. 배려있게 그러나 겸손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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