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플랫폼 개발 국내 선두업체 플런티의 김강학 대표
환율 검색 뉴스 챗봇 협업… 네이버 '아미카'와 기술 유사

지난 11월 29일, 미국 경제 전문 매체 쿼츠는 챗봇(Chatbot) 개발을 위한 '쿼츠 봇 스튜디오'(Quartz Bot Studio)를 공개했다. 챗봇은 인공지능(AI) 기술과 텍스트 메시지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 대화형 소프트웨어로, 주로 메신저에서 작동한다. 쿼츠는 스튜디오의 설립 배경에 대해 "2017년 안으로 기업용 메신저인 슬랙(Slack), 음성인식 서비스인 아마존의 에코(Echo)와 같은 메시징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쿼츠는 앞서 같은 달 22일부터 자사의 뉴스레터를 아마존 에코가 '읽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미 챗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친근한 대화'라는 장점을 무기로 이용자를 모을 수 있는 챗봇의 기술과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공개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4월 개발자 콘퍼런스 'F8 2016'에서 메신저에 AI를 적용한 챗봇 베타 버전을 공개하며 "메신저 챗봇 앱은 앞으로 5년간 페이스북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3일 인공지능 기반 챗봇 '조'(Zo)를 정식 공개했다. 조는 사람의 대화 내용을 분석해 감성적인 답변을 제시하는 챗봇이다.

업계의 이런 시도는 모바일 메신저가 스마트폰의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현 상황을 반영한다. 메신저가 메시지 전달뿐 아니라 뉴스 추천(CNN), 택시 호출(위챗), 피자 주문(얌얌) 등 다른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2016년을 기점으로, 미디어 분야에도 챗봇에 주목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쿼츠가 지난 2월 대화형 뉴스 앱을 공개한 영향이 크다. 국내외 주요 언론사는 챗봇이 TV, 라디오 등 전통 미디어 외의 새로운 뉴스 유통 창구가 될 것으로 보고 뉴스 챗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IT 스타트업 플런티(Fluenty)는 국내 언론사와 협업해 뉴스 챗봇을 개발하는 대표 업체다. 이 기업은 지난 11월 인공지능 챗봇 설계 플랫폼의 베타 버전(https://www.fluenty.ai/)을 공개한 데 이어 문자,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로 받는 메시지에 대한 답장을 AI가 추천하는 안드로이드 앱의 한국어 서비스를 지난 8일 론칭했다. 영어 버전은 지난해 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플런티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3개월이 지난 현재,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만건에 달한다. 이용자가 플런티를 이용해 발송한 메시지 비율은 전체 문자의 20~25%를 기록했다. 플런티와 비슷한 방식인 구글 메신저 알로(Allo)의 이용 비율이 10%인 걸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지난 16일, 김강학 플런티 대표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R&D센터 내의 카페에서 만나 국내외 미디어의 뉴스 챗봇 개발 수준과 전망을 물었다. 플런티는 이달 안에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서 삼성전자 R&D센터로 사무실을 이전할 계획이다.

김강학 플런티 대표. 그는 "플런티의 챗봇 플랫폼을 뉴스 챗봇뿐 아니라 모든 IoT 기기에 확대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플런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본인의 소개와 곁들여서.

"대학원에서 소셜컴퓨팅을 전공했다.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를 주로 분석하는 분야다. 2015년 1월 플런티를 창업하기 전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로 일했다. 당시 딥러닝을 통한 음성인식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음성을 텍스트 형태로 바꾼 데이터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이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

플런티는 손정훈 최고기술책임자(CTO), 황성재 최고제품책임자(CPO)와 공동으로 세웠다. 저와 함께 다음에서 머신러닝을 연구한 손 CTO는 플런티의 R&D를 총괄하고 있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만난 황 CPO는 특허 분야를 맡고 있다. 개발만큼 특허 확보도 중요하다."

-플런티의 서비스를 200자 이내로 요약한다면.

"플런티는 딥러닝 AI와 자연어 이해 기술을 기반으로 문자,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다양한 메신저의 수신 메시지에 적합한 답변을 추천해주는 메시지 응답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다. 챗봇 설계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우리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누군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어떤 답변을 할지 예측하는 것, 말 속의 의도와 정보를 잡아내는 것 이렇게 두 가지 기술에 집중한다."

◆ "음성인식 개발 시장은 포화 상태… 텍스트 기반 채팅에 도전"

-SK텔레콤에 이어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음성인식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음성인식이 아닌 텍스트 기반 채팅에 도전한 이유는.

"음성인식 분야는 이미 잘하는 업체가 너무 많았다. 포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음성인식 기술에는 허점이 있었다. 가령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Siri)에게 "시리야, 커피 한 잔 주문해줘" 라고 말하면 음성인식 후 바로 웹 검색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음성이 변환된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텍스트 데이터베이스(DB)가 적기 때문이다. 플런티는 음성이 변환된 텍스트에 대한 이해 분야에서 가능성을 봤다."

김 대표가 플런티 앱이 설치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 답장을 보내고 있다. '오늘 뭐 먹을래?' 라는 수신 메시지를 열자 '맛있는 거' '김치볶음밥' '뭐 먹고 싶어?'와 같은 인공지능 추천 답장이 뜬다. 플런티의 기술은 언론사 챗봇의 대화형 뉴스 앱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의 경쟁사를 꼽자면.

"몇 개 대기업이 내부적으로 챗봇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10월 개발자 회의 '데뷰 2016'에서 공개한 챗봇 API인 아미카.ai(AMICA.ai)는 플런티의 기술과 유사하다. 구글의 API.ai, 페이스북의 윗에이아이(Wit.ai)와도 비슷하다.

챗봇을 앱처럼 만들어서 공급하는 기업이 다수라면, 플런티는 좀 더 넓은 개념으로 챗봇의 플랫폼을 만들고, '엔진'을 공급한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는데.

"영어 텍스트 데이터의 분량이 한국어보다 훨씬 방대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언어 활용 면에서 한국어보다 덜 까다롭다. 경어체가 없고, 격식체와 비격식체의 차이가 적다. 한국어의 경우 상대가 경어체를 쓴다고 해서 반드시 존댓말을 쓰는 것도 아니고, 데이터의 한계도 있었다. 개선 여지가 많다."

-언론사도 챗봇 도입에 관심을 보인다. 챗봇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국내외 미디어의 챗봇 수준을 평가하자면.

"CNN, 쿼츠 등 미디어 업체의 챗봇은 개발 초기 단계다.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하고, 이용자별로 추천 기사를 내놓는 정도다. 뉴스를 이용자별로 추천하고 요약한다. 앞서 야후는 2013년 3월 뉴스 요약 앱인 섬리(Summly)를 인수해서 콘텐츠를 요약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데 활용했는데, 비슷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본다. 뉴스 챗봇이 더 나은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대학교 미래뉴스센터가 10월 발간한 '미디어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뉴스 챗봇의 수준은 뉴스의 빠르고 편리한 전달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술적으로는 매우 낮은 단계다. '대화 형식'을 빌렸다는 점 이외에는 키워드를 통한 뉴스 검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보고서에는 해외 미디어의 뉴스 챗봇에 대한 평가도 실려 있다. 미래뉴스센터는 쿼츠의 앱을 두고 "대화를 통해 순차적으로 요약된 기사를 제공해 일련의 맥락을 독자에게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산된 범위 내에서만 대화하므로 대화의 자율성, 능동성은 매우 부족"하다고 평했다. "Gif와 이모티콘을 적절히 활용해 사용자의 흥미를 유발"한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보고서에는 CNN이 제작한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의 뉴스 챗봇에 대한 평가도 나온다. 미래센터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동,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내용을 입력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단순 검색해 관련 뉴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화 또는 부적합한 응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음", "추천 기사의 경우 사용자의 관심사와는 상반된, 유용성이 떨어지는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음"과 같은 평을 적었다.

쿼츠 앱의 사용 화면(왼쪽)과 설정 화면

-언론사의 챗봇 개발에도 참여하나.

"다수 매체가 연락해왔고, 현재 언론사 한 곳과 챗봇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해당 미디어 기업은 현재 환율 검색에 관한 뉴스 챗봇을 만들고 있다. 플런티는 챗봇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대화형 메신저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는 언론사가 구축한다."

◆ "2017년, 뉴스 챗봇 활성화? 생태계 커지는 게 우선"

-미디어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2017년 뉴스의 '봇화'(the botification of news)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사실 '굳이 뉴스를 메신저로 말을 걸어서 볼까' 라는 의문이 든다. 특정 언론사가 챗봇 서비스를 한다고 해도 많은 사용자를 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다만 챗봇의 생태계 규모가 커진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현재 챗봇 활용이 가장 활발한 건 인터넷 쇼핑 쪽이다. 이 분야뿐 아니라 고용센터, 언론사 등 여러 분야에 챗봇이 활성화된다면, 그 기능이 고도화될 것이다. 인터넷 쇼핑객이 제품 정보를 검색하면, 챗봇이 알아서 언론사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식이다.

음성인식 서비스인 아마존의 '알렉사', SK텔레콤이 9월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누구는 최근 출시 초기 음악 재생에 집중했던 데서 벗어나 뉴스 들려주기, 위키피디어를 활용한 질의응답, 배달음식 주문 등으로 기능이 확대됐다."

-챗봇의 부적절한 답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5년 3월 내놓은 인공지능 채팅봇 '테이(Tay)'가 하루 만에 서비스 중단된 사례도 있다.

"테이는 인종차별성 답변이 문제가 됐다. 플런티는 챗봇이 생성할 수 있는 답변의 범위를 제한해놓았다. 특정인의 이름은 답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

-수익 모델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펀딩 계획은.

"수익 모델은 두 개로 나뉜다. 플런티 앱에 실리는 광고와 최근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챗봇 설계 플랫폼 Fluenty.ai가 주 수익원이다. 2017년 1월 챗봇 설계 플랫폼을 정식 오픈하고 펀딩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6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플런티의 챗봇 플랫폼이 모든 IoT 기기에 확대 적용되길 바란다. 지금 플런티의 플랫폼을 활용해 (챗봇) 앱을 만든 업체는 뷰티 커머스, 음식 주문 분야를 포함한 5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