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반대한 하이닉스 인수 주도한 의리남…박정호 SKT 신임 사장

조선비즈
  • 전준범 기자
    입력 2016.12.21 14:15 | 수정 2016.12.21 17:38

    2015년 8월 23일 오후 4시 15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정호 SK㈜ C&C 사장의 모친 빈소를 찾은 것이었다. 조문을 마친 최 회장은 박 사장과 함께 빈소 옆 별실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화는 90분 이상 지속됐다. 한참 후 별실에서 나온 최 회장은 박 사장의 어깨를 두드린 후 재빨리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그룹 오너가 사장 가족의 빈소를 찾아 이처럼 오래 머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는 최 회장과 박 사장의 끈끈한 관계를 잘 설명해주는 장면으로 꼽힌다. 박 사장은 최 회장의 고려대 동문이자 2003년 SK가 헤지펀드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최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그를 가까이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SK그룹은 21일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실시하고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 대표에 박 사장을 앉혔다.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에게 박 사장은 오랜 시간 함께 산전수전(山戰水戰)을 겪은 동지나 마찬가지”라며 “평소 최 회장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핵심 참모 중 한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2015년 8월 23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박정호 신임 SK텔레콤 사장(가운데)의 모친상 조문을 마친 후 떠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약 1시간 30분 동안 빈소내 별실에서 회동을 가졌다. / 정용창 기자
    ◆ 최 회장이 ‘무한신뢰’하는 M&A 전문가

    박 사장은 마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선경에 입사했다. 이후 SK텔레콤 뉴욕사무소 지사장과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상무,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개발부문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14년 말 SK C&C 사장에 올랐고, 2015년 SK C&C와 ㈜SK가 합병되면서 SK㈜ C&C 대표이사가 됐다.

    최 회장은 박 사장을 ‘무한신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중요한 사업적 결정을 내릴 때마다 주요 보직에 박 사장을 중용했다. 특히 그룹 내에서도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꼽히는 박 사장의 주특기를 잘 살렸다.

    박 사장은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이던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팀장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당시 SK그룹에서는 적자였던 하이닉스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2012년 SK에 인수된 하이닉스는 올해 국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꿰찰 만큼 경영 성과도 좋다. 박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SK하이닉스 신임 사장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었다.

    박 사장은 지난해에는 SK C&C와 ㈜SK의 합병 작업을 맡아 당시 SK그룹의 최대 경영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를 해소시켰다. 약 10년 전인 2007년 SK그룹이 인터넷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핵심 인력을 내려보낼 때도 당시 상무였던 박 사장이 포함됐다.

    박 사장은 앞으로 SK텔레콤을 이끌며 케이블TV 업체를 비롯해 플랫폼 사업 강화에 필요한 각종 M&A와 신사업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부터 반년 넘게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했으나 올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허 결정을 내려 꿈이 무산된 바 있다.

    또 박 사장은 SK텔레콤이 내수 시장에만 머물렀던 통신회사의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SK㈜ C&C에서도 대만 홍하이그룹과 합작기업(JV)을 설립하고, 미국 IBM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왓슨의 한국 사업권을 따내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박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M&A·신사업 개발 전문가로, 이동통신·사물인터넷(IoT)·미디어·플랫폼·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간 융합과 대대적인 혁신을 이끌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을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사랑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신임 SK텔레콤 사장
    ◆ “의리남·상남자 스타일로 통해”…전 조직 CEO 직속 재편

    박 사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SK텔레콤 임직원들은 그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 사장은 평소 업무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직원들에게 권한 위임을 잘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임원 회의도 핵심 위주로 큰 그림을 챙기면서 최대한 짧게 끝내는 편이다.

    SK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박 사장은 후배들을 믿고 맡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외면하지 않고 잘 해결해줘서 ‘의리남’으로 통한다”며 “학교로 치면 후배들한테 인기가 많은 상남자 선배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도 박 사장에 대한 이 같은 평가를 감안해 SK텔레콤을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조직으로 바꾸기로 했다. 내년부터 SK텔레콤에서는 기존의 사업총괄 조직이 없어진다. 최 회장은 전 조직을 CEO 직속으로 편제해 변화와 혁신을 박 사장이 직접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이 밖에 SK텔레콤은 데이터 중심의 상품·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 사이언스 추진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플랫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는 플랫폼사업부문도 새로 생긴다. 박 사장은 IoT사업부문 산하에 글로벌사업본부, 전략기획부문 산하에 글로벌 얼라이언스실을 각각 추가해 해외 진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다. 전략기획부문 산하에는 신성장 기회를 발굴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실이 신설된다.

    SK그룹은 CEO 선임과 함께 SK텔레콤 임원진에 대한 대규모 인사도 실시했다. 이형희 사업총괄(부사장)은 SK브로드밴드 대표로 승진했고, SK브로드밴드 대표를 역임하던 이인찬 사장은 SK텔레콤 서비스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SK텔레콤의 임원 인사.

    ◇승진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 ▲유영상 전략기획부문장 ▲고대환 SK아카데미원장

    ◇보임 변경(부문장급 이상)
    ▲이인찬 서비스부문장 ▲강종렬 인프라부문장 ▲차인혁 IoT사업부문장 ▲위의석 플랫폼사업부문장 ▲유영상 전략기획부문장 ▲문연회 기업문화부문장

    ◇신규 임원 승진
    ▲김동섭 SCM실장 ▲김현국 수도권마케팅본부장 ▲류정환 인프라솔루션본부 ▲신상규 HR실장 ▲양맹석 중부마케팅본부장 ▲윤현 인재개발원장 ▲이재광 전략기획실장 ▲임형도 정책협력실장 ▲장홍성 솔루션기술원장 ▲최낙훈 IoT솔루션전략본부장 ▲현상진 SK 아카데미 리더십 개발센터장 ▲유창완 SK브로드밴드 미디어사업본부장

    ◇투자회사
    ▲윤원영 SK텔링크 대표 ▲이종봉 네트워크O&S 대표 ▲원석호 서비스에이스 대표 ▲이택 서비스탑 대표 ▲송재근 PS&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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