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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포퓰리스트]④ 히틀러 이름 딴 별명...독일 '프라우케 페트리' 대안당 대표

  • 황윤태 인턴 기자
  • 입력 : 2016.12.16 13:34 | 수정 : 2016.12.16 13:47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나타나지만, 입만 열면 무섭게 변한다. “국경 관리 요원들에게 총을 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다수 경제적 난민에게 법의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등의 말들을 쏟아낸다. 별명도 범상치 않다. 아돌프 히틀러의 이름을 딴 ‘아돌피나(Adolfina)’다.

    그렇다고 무작정 강경일변도만은 아니다. “외출할 때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고 말하는 여성을 앞세운 광고를 내보내며 난민 범죄자 추방을 요구하기도 한다. 모두 프라우케 페트리(Frauke Petry)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 이하 대안당) 대표를 이르는 말이다.

    토마스 예거 쾰른대 정치학과 교수는 “페트리가 극우 정당에 친밀한 얼굴을 덧씌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 점이 그녀를 더욱 무섭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프라우케 페트리 독일을 위한 대안(AfD) 대표의 모습. 아돌피나(히틀러의 이름에서 딴 별명)라는 별명 답게 독일의 대표적인 포퓰리스트다. / 연합뉴스 제공
    프라우케 페트리 독일을 위한 대안(AfD) 대표의 모습. 아돌피나(히틀러의 이름에서 딴 별명)라는 별명 답게 독일의 대표적인 포퓰리스트다. / 연합뉴스 제공
    ◆ 화학자에서 사업가, 정치인까지...천의 얼굴을 한 페트리

    프라우케 페트리는 1975년 드레스덴(Dresden)에서 태어났다. 1989년까지 구동독 브란덴부르크 주 남부 슈바르츠하이데(Schwarzheide)에서 자랐다. 통일 직전, 그녀의 아버지는 서독을 방문했다가 동독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페트리 역시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직전에 함께 이주했다.

    1995년 페트리는 영국 레딩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2000년에는 독일로 돌아와 괴팅엔대학 화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4년 괴팅엔대학 약학 및 독물학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에는 화학자였던 어머니의 특허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라이프치히에서 새로운 형태의 폴리우레탄 타이어 충전재(자동차 충격완화 장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퍼 인벤트(PURinvent)라는 회사를 창립했다. 신기술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9년 독일 내 스타트업 기업에게 수여하는 다르보벤 아이디어 상(Darboven IDEE-Förderpreis), 2012년 독일연방공화국 공로 훈장 등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3년, 페트리는 퍼 인벤트의 파산을 신고했다. 100만 유로의 투자와 보증을 서고 있었기 때문에 페트리 개인도 파산했다. 이듬해 독일 남부의 투자사가 인수해 경영인으로 남아있었으나, 올해 초 완전히 손을 뗐다. 퍼 인벤트 시스템(PURinvent System)으로 이름을 바꾼 회사는 최근 “대안당과 어떤 관계도 없으며 당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페트리는 ‘돌아온 싱글’이기도 하다. 개신교 목사인 스벤 페트리와 결혼해 4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지난해 이혼했다. 현재는 대안당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당대표와 유럽의회 의원을 겸하고 있는 마르쿠스 프레첼과 교제하고 있다.

    ◆ ‘군소정당의 꿈’, 원내진입 성공을 이끌다

    프라우케 페트리의 첫 정치행보는 ‘선거대안 2013(Wahlalternative 2013)’이었다. ‘선거대안 2013’은 알렉산데르 가울란트 전 헤세 주 국무장관과 콘라드 아담 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 편집자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유로존과 유럽문화의 위기를 질타했다. 페트리는 ‘선거대안 2013’의 작센 주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이후 페트리는 2013년 4월 ‘선거대안 2013’이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으로 창당된 후 당 집행위원회 공동대표로 선출된다.

    2013년 연방의회 총선거를 앞두고는 89.1% 득표율로 대안당 작센주 정당명부 1번 후보로 지명됐다. 작센 주 내에서 6.8% 득표에 성공했지만, 연방 전체에서 5% 이상 득표에 실패하면서 연방의회 진입에는 실패했다.

    첫 선거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했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2014년 5월에 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유럽연합(EU)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안당이 약진했다. 대안당은 7.1% 지지율을 얻으면서 7석을 획득해 원내에 진입했다. 첫 승리에 힘입어, 페트리는 8월 작센주 주의회 선거에서 대표후보로 출마했다. 라이프치히 1선거구에서 10.8%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지만, 정당명부를 통해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잇따라 의회 진출에 성공하면서, 대안당 내 권력 투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 집행위원회 공동대표를 함께 했던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 베른트 룩케(Bernd Lucke)와 대립각을 세웠다. 애초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의 온건한 보수적 정책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모였기 때문에 국가보수주의자들과 시장자유주의자들 간 세력 다툼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1년 간의 투쟁 끝에 페트리는 2015년 7월 대안당 임시 전당대회에서 외르크 모이텐(Jörg Meuthen)과 함께 공동 당대표로 선출된다. 국가보수주의에 반대하는 유럽의원 5명이 탈당했지만, 이후 대안당의 지지율은 더욱 오르고 있다.

    ◆ 反난민 외치며 메르켈 위협하는 대안당

    시리아 난민들이 독일 국내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독일 내부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쾰른에서 난민에 의한 집단 성폭행까지 일어난 후 난민 반대 정책을 주창하는 대안당이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안당의 정책 기조는 크게 반 난민, 반 EU로 요약할 수 있다. 대안당은 노동을 위한 이민은 허용해야 하지만 복지만을 바라는 이민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페트리는 2014년 튀링어 란데스짜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진정 정치적으로 탄압받는 사람들에게는 망명권은 물론 일할 권리도 보장돼야 하지만, 다수인 경제적 난민에게는 확실한 법규가 적용되어야 한다”며 “이민은 우리의 필요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올해 1월에는 “국경경비대는 불법적인 월경을 막아야 하고, 위급한 상황에는 총기 사용을 해야 한다”며 공권력 사용시 직접적 진압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그녀의 법해석은 경찰노조 및 학계에서 큰 비판을 불러왔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시선이다. 대안당은 독일이 남유럽과 같은 가난한 EU 가입국에 대해 금융 지원을 하는 걸 반대한다. 더 나아가, 그리스나 스페인과 같이 현재 유로존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나라들의 EU 탈퇴와 함께, 유로화 폐지를 주장한다.

    또한, 세계화 반대 입장도 취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경영했던 페트리의 경험을 빌려, 조약국 간 관세를 철폐한다는 범 대서양 무역투자 동반자협정(TTIP)에 반대하고 있다. 대안당은 독일 소비자 보호와 헌법 및 정책 부문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대안당의 주장은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중동에서 난민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힘을 얻고 있다. 대안당은 올해 3월 3개 주(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츠, 작센안할트)에서 동시에 실시된 주의회 선거에서 약진했다. 세 의회에서 모두 10% 득표율을 확보했다. 작센안할트 주에서는 기독민주당에 이어 원내 2당이 됐다.

    지난 2월 독일의 한 관공서에 주의회 선거 홍보를 위해 독일을 위한 대안(AfD) 후보의 유인물이 놓여있다.  / 블룸버그 제공
    지난 2월 독일의 한 관공서에 주의회 선거 홍보를 위해 독일을 위한 대안(AfD) 후보의 유인물이 놓여있다. / 블룸버그 제공
    9월에는 독일의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선거에서 71석 중 18석을 차지했다. 이곳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고향이자 베를린과 가까운 ‘독일 정치 1번지’다.

    영국 BBC방송과 AP통신 등 외신은 대안당이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원인은 페트리 대표가 주도하는 난민, 불법 이민자에 대한 초강경 정책 공약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까지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정책이 비난받으면서, 포퓰리즘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말이다.

    ◆ 대안당 뒤에는 숨은 분노…저학력, 중산층 등에 업고 오르는 지지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올해 치러진 두 선거 결과를 통해, EU와 독일의 이민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는 장년층과 고령층 일용직 종사자들이 불만을 품고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여론조사 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infratest dimap)에 따르면, 45~59세의 15%, 60세 이상의 13%, 35~44세 12%가 각각 대안당을 지지했다. 반면, 대안당을 지지한 18~24세는 7%에 그쳤고, 25~34세에서는 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직종 별로 따졌을 때는 노동 및 일용직 종사자 23%가 대안다 지지를 주장했고 실업자 19%, 연금수령자 13%가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15%)이 여성(9%)보다 대안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저학력도 대안당 지지의 중요한 요소였다. 베를린 유권자 중 고학력자는 단 7%만이 독일대안당을 지지한 반면, 중등교육과 초등교육 이수자는 각각 20%와 19%가 독일대안당을 지지했다. 슈피겔은 “대안당이 극우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워 6만4000명의 비투표자들 지지를 끌어냈고 사회민주당과 기독민주당 등 기존 정치권에서 유권자 7만3000명을 빼앗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슈피겔은 “독일대안당이 전체 16주 의회 중 10곳을 휩쓸게 된 배경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심판론이 있다”며 “메르켈의 난민정책 등에서 경제적, 문화적 피해를 입었다고 믿는 이들이 당국에 항의하는 수단으로 대안당과 페트리라는 대안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안당과 페트리의 득세 역시 최근 전세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포퓰리즘 광풍과 다를 것이 없다. 지난달 9일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이야기를 제쳐두고라도, 올해 6월 실시됐던 브렉시트 국민투표만 봐도 그렇다. 영국에서도 투표 이후 세대 간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독일에서의 두 선거 역시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임을 말해주고 있다.

    갈등과 분노를 먹고 크고 있는 대안당은 진정 독일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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