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價 중국 항공사, 지구촌 하늘을 흔들다

조선일보
  • 이성훈 기자
    입력 2016.12.15 03:00

    [글로벌 항공시장 강자로 부상]

    中정부 세금 혜택 등 지원 따른 저렴한 항공료 책정한 영향
    지난해 美-中간 직항 노선수, 중국이 처음으로 앞질러
    단거리 노선 수익성 떨어지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저비용항공에 일부 노선 넘길 듯

    겨울휴가를 준비 중인 회사원 이모(43)씨는 항공권 요금 비교 사이트인 '스카이 스캐너'에서 내년 1월 16일 출발해 20일 돌아오는 인천~파리 항공권을 검색했다. 직항과 1회 경유 조건을 넣자, 가장 싼 것으로 중국 동방항공의 98만3000원짜리 티켓이 검색됐다. 중국 상하이를 경유해 인천에서 파리까지 총 21시간이 걸리는 것이었지만, 160만원 안팎인 국내 항공사 직항편보다 40%가량 쌌다. 이씨는 "중국 항공편을 이용하면 8시간 정도 더 걸리긴 하지만, 2~3일치 숙박료는 충분히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항공사들이 싼 항공료를 앞세워 그동안 미국·중동·유럽 항공사들이 주도해온 글로벌 항공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중국 항공사들이 초저가 항공 요금을 앞세워 장거리 노선에서 기존 항공사들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저가 앞세워 공격적 영업

    지난해 미국 항공 업계는 항공 정보 제공 업체인 OAG가 발표한 통계 자료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미국~중국 직항 노선 수에서 중국 항공사들이 미국 항공사를 처음으로 앞지른 것이다. 지난달 통계에서도 중국 항공사가 운영하는 중국(홍콩 포함)~미국 직항 노선은 781편으로 미국 항공사의 596편보다 훨씬 많았다. 미국 항공업계는 태평양 직항 노선 시장을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중국 국적 항공사 에어차이나 여객기가 활주로에 서있는 모습. 최근 중국 항공사들이 싼 항공료를 앞세워 공세에 나서면서 세계 항공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국적 항공사 에어차이나 여객기가 활주로에 서있는 모습. 최근 중국 항공사들이 싼 항공료를 앞세워 공세에 나서면서 세계 항공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중국의 글로벌 항공 시장 공략의 최고 무기는 가격이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홍콩 경유 뉴욕~방콕 왕복 항공권은 714.8달러인데, 중국 동방항공의 상하이 경유 뉴욕~방콕 항공권은 570.06달러에 불과하다. LA~홍콩 노선의 차이나에어라인 항공료도 아메리칸에어라인보다 33% 정도 저렴하다.

    중국 항공사들은 신규 노선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항공 컨설팅 전문기업 아시아·태평양 항공센터(CAPA)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중국 항공사들이 새롭게 개설한 국제 노선은 7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3분의 2는 최근 2년 새 생긴 것이다. CAPA 애널리스트인 월 홀턴은 "중국 항공사와 경쟁할 수 없는 항공사들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말했다.

    중국 항공사, 정부 지원받아 저가 공세… 국내 항공 시장도 위협

    중국 항공사들이 이런 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지원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2014년 민간항공업 육성을 위해 약 4조원 규모 투자 펀드를 만들어 공항 건설뿐 아니라 항공사를 지원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암암리에 중국 항공사에 대해 각종 세금 혜택 등을 주며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때문에 다른 외국 항공사에 비해 저렴한 항공 요금을 책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항공사들은 국내 항공 시장도 공격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2009년 인천공항에 들어온 중국 여객기는 2만2400편이었으나, 올해는 지난 11월까지 4만편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중소 지방도시에서 출발하는 부정기편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중국 항공사와의 가격 경쟁 때문에 국내 항공사들은 제대로 된 항공 요금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 등 단거리 노선 수익성이 떨어지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LCC)에 이들 노선을 넘기는 것을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견제도 국내 항공사엔 부담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자국 항공 산업 보호를 위해 2013년부터 한국 항공사의 부정기 항공편 운항을 '1노선당 1개사'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으로부터 '가격과 규제'라는 공격을 동시에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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