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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 공중전화의 화려한 변신...밤길 지키고, 위급환자 구하고, 전기차 충전까지?

  • 전준범 기자
  • 입력 : 2016.12.13 08:00

    올해 6월 10일 충남 계룡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상수도관이 파열돼 노후 관로를 수리 중이던 인부 한명이 물에 잠겼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구조했지만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그때 현장에 있던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인근 공중전화 부스에서 자동심장제세동기(AED)를 꺼내왔다. 이 관계자는 119 구급대가 출동할 때까지 AED를 사용했고, 인부는 극적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휴대폰에 밀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던 공중전화가 ‘팔방미인’으로 변신하고 있다. 운영 주체인 KT(KT링커스)가 사용 빈도와 수익성이 떨어지는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해 다양한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전화 부스는 필요에 따라 응급환자를 돕는 의료장비가 되기도 하고, 치한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소, 미니 도서관 등으로 역할을 늘려가고 있다.

    현금입출금기가 결합된 공중전화 멀티부스의 모습. 공중전화 하단에 자동심장충격기가 비치돼 있다. / KT링커스 제공
    현금입출금기가 결합된 공중전화 멀티부스의 모습. 공중전화 하단에 자동심장충격기가 비치돼 있다. / KT링커스 제공
    ◆ 휴대폰·전기차 충전에 도서관 역할까지

    AED가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는 전국에 1400대 정도 운영 중인 ‘멀티부스’다. 멀티부스는 공중전화뿐 아니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무료 휴대폰 충전기, 인터넷, CCTV 등의 편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복합 부스다.

    이중 AED는 전체 멀티부스의 약 79%에 해당하는 1100여대에 설치돼 있다. KT링커스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통신과 금융, 건강 관련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 편익을 증대시키고 있다”며 “나머지 300여대에 대해서도 AED 설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심부스(세이프존 부스)’는 최근 사회 문제로 급부상한 ‘묻지마 범죄’와 같은 위급상황 발생시 여성과 노약자,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고안한 공중전화 부스다. 사용자가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닫히면서 사이렌·경광등이 작동하고, 범죄자의 얼굴이 CCTV에 자동으로 녹화되는 방식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안심부스 16대, 세이프존 부스 144대가 운영되고 있다. 운영 주체가 서울시(안심부스)와 타 지자체(세이프존 부스)로 분리돼 있을 뿐 기능은 동일하다. 안심부스에서도 멀티부스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검색, ATM 사용 등이 가능하다.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인근에 안심부스가 설치돼 있다. / KT링커스 제공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인근에 안심부스가 설치돼 있다. / KT링커스 제공
    최근에는 공중전화 부스를 ‘전기차 충전소’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KT링커스는 2015년 2월부터 전기차 셰어링 업체 한카와 협력해 서울 영등포구와 중랑구, 도봉구 등 세 곳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에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구축했다.

    KT링커스는 올해 7월에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서울, 성남, 대구, 순천 등 4개 지역의 공중전화 부스에 전기차 급속충전기 9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도로변에 설치되는 공중전화 부스의 특성을 살려 충전소를 세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공중전화 부스가 동네 도서관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도서관 부스’는 KT링커스에서 공중전화 부스를 기증하면 해당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미 서울과 부산, 대전 등 일부 지역에 총 60여대의 도서관 부스가 설치됐다. 현재 KT링커스는 전국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도서관 부스 설치 희망 단지를 모집하고 있다.

    ◆ “공중전화 없앨 순 없어…용도 다변화 계속 추진”

    공중전화는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다. 하지만 지난 십여년 동안 이동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용량이 급격하게 감소해왔다. 현재는 통신사 장애시 비상용 또는 외국인, 휴가 나온 군인 등이 이용하는 통신수단 정도로 역할이 축소된 상태다.

    한 여성 운전자가 공중전화 부스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자신의 차량을 충전하고 있다. / KT링커스 제공
    한 여성 운전자가 공중전화 부스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자신의 차량을 충전하고 있다. / KT링커스 제공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국의 공중전화 부스는 총 14만6537대였으나 2015년에는 7만12대로 50% 이상 감소했다. 미래부는 오는 2020년까지 공중전화 부스를 4만대 수준으로 줄이는 동시에 공중전화가 꼭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부스를 재배치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KT(030200)가 공중전화 부스 개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보편적 서비스인 공중전화를 아예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공중전화는 위성통신과 마찬가지로 지진·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시 원활한 통신을 지원하는 ‘보편적 역무’ 시설”이라고 말했다.

    KT링커스는 공중전화 부스의 용도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외관 디자인을 세련되게 꾸미는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기차 수요에 맞춰 충전기 설치 부스도 늘리고, 각 지역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부스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홍주 KT링커스 공중전화사업본부장은 “공중전화 부스와 다양한 영역과의 시너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민의 생활편익 증진을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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