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금쟁이는 물 위에서 가라앉지 않고 사뿐히 점프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김호영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표트르야브원스키 생명과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소금쟁이가 물 위에서 자유자재로 점프할 수 있는 원리를 수학적 모델링으로 입증했다고 8일 밝혔다.

김호영 교수(왼쪽)와 표트르야브원스키 교수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형태와 모습의 변화를 중심으로 연구해 온 진화생물학에서 동물의 행동까지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생물학에서 자주 적용하지 않는 수학적 모델링 접근을 동물 행동 연구에 시도한 이례적인 연구다.

연구팀은 초고속 카메라 촬영을 통해 소금쟁이가 물 위에서 점프할 때의 다리 움직임을 계산했다. 다리를 빨리 움직일 경우 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물에 빠지지 않고 물 위를 움직일 수 있는 최적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연구팀은 초고속 카메라 영상 분석으로 구해낸 소금쟁이 다리 움직임의 속도와 실제로 몸 크기가 다른 여러 종의 소금쟁이가 수면에서 도약할 때의 다리 움직임을 예측한 조건과 비교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종의 모든 소금쟁이는 물의 표면장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움직임을 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물 위에 떠있는 소금쟁이(왼쪽)와 소금쟁이가 물에서 뛰어오르는 장면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김호영 교수는 “소금쟁이와 같은 곤충이 주위 환경에 맞춰 스스로 행동과 운동을 최적화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연구”라며 “뇌가 없는 곤충이 물의 표면장력 효과를 극대화하는 움직임을 내는 능력이 진화하면서 생긴 것인지, 본능적으로 아는 것인지 진화생물학적으로 중요한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벼룩이나 메뚜기 등 땅에서 뛰는 곤충이 어떻게 뛰는지를 모방한 마이크로 로봇에 대한 연구가 다수 이뤄졌다”며 “이번 연구를 활용하면 물에서도 뛰고 땅에서도 뛸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