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2년 휘발유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알뜰주유소'가 실제로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홍우형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알뜰주유소 진입으로 인한 시장 경쟁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알뜰주유소가 시장 경쟁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부 목적과 달리 알뜰주유소가 휘발유 가격 하락을 이끌어냈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12월부터 작년 12월까지 4년간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전체 주유소 3787개소 가운데 187개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경험이 있었다. 알뜰주유소로 바뀐 곳들은 전환 한 달째 휘발유 판매가격이 1L(리터)당 22~23원 정도 떨어졌다가 이후 조금씩 올라 10개월째에는 15~17원 내린 수준으로 하락 폭이 줄었다. 반면 인근 경쟁 주유소들의 가격 변화 폭은 0원 안팎으로 변동이 거의 없었다.

이를 근거로 홍 위원은 "알뜰주유소가 인근 주유소 가격 경쟁에 일시적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휘발유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키려던 정부 목표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 '주유소 과잉 공급'을 꼽았다. 이미 경쟁이 심화된 상태라 알뜰주유소가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주변 다른 주유소들이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없을 정도로 싼 값에 휘발유를 팔고 있다는 뜻이다. 홍 위원은 "알뜰주유소와 경쟁 주유소가 암묵적으로 가격을 담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