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언더파이어2’를 완성하는데, 개발기간은 7년 넘게 걸렸고 순수개발비만 80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오래 준비하는 동안 유저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숱한 고민을 했지요. 덕분에 다양한 장르의 재미 요소를 모아놓은 ‘종합선물’ 같은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전쟁 규모와 액션감을 살리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김세정 블루사이드 대표이사는 12월 킹덤언더파이어2를 중국에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자신감을 보였다.

토종 PC게임 ‘킹덤언더파이어’이 세상에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이다. 16년이 지난 지금 PC온라인게임으로 재등장한 킹덤언더파이어2는 오는 12월 중국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25일 경기도 판교에서 만난 김세정 블루사이드 대표는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킹덤언더파이어2 영상과 게임화면을 보여주면서 강한 자신감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김 대표는 20년 전 ‘킹덤언더파이어’와 인연을 맺었다. 1995년 김 대표는 킹덤언더파이어를 개발한 판타그램의 창립구성원으로 입사한다. 킹덤언더파이어 개발을 끝낸 후인 2000년 회사를 그만 둔 그는 2003년 블루사이드를 창업한다. 블루사이드는 킹덤언더파이어의 지식재산권(IP)을 구매해 비디오 게임기 X박스용 타이틀을 개발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았다. 2010년 블루사이드는 자금난에 처한 판타그램을 인수하게 된다.

킹덤언더파이어2의 중심은 ‘생생한 전장’이다. 여느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처럼 캐릭터를 키우면서도 군단도 정비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전쟁을 벌이면 캐릭터는 물론 군단을 조정해야 한다. 진영 간 영역싸움을 통해 영지를 넓히며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맛볼 수 있다. 공성전 요소도 충실히 들어있다. 김 대표는 “기존 흥행작과 경쟁하려면 새 요소가 필요했다”며 “사실적으로 전장을 보여주는 데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결국 MMORPG 요소에 진삼국무쌍 같은 비디오 게임의 액션성을 가미하고,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전략성까지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킹덤언더파이어2는 ‘게임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킹덤언더파이어의 실제 게임화면. 왼쪽 위는 MMORPG처럼 캐릭터를 조정하는 화면이고 오른쪽 위는 군단을 컨트롤하는 화면이다. 아래 두 이미지는 실제 전쟁이 대규모로 펼쳐지는 화면.

킹덤언더파이어2는 블루사이드가 자체 개발한 그래픽 엔진 블루사이드2.0을 탑재하고 있다. 게임개발사가 자체 엔진을 개발하는 것도 드물다. 게임 엔진개발에만 수백억원이 쓰였다. 엔진 개발 기간만 7년이 걸렸다. 60명에서 시작했던 개발팀은 현재 200명까지 늘었다.

김 대표는 “많은 유저들과 전쟁을 하는 느낌이 들게 하기 위해서 게임 엔진을 새로 개발해야 했다"면서 “넓은 필드에서 많은 병사가 실시간으로 싸울 수 있도록 네트워크 처리 능력을 키우기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발책임을 맡은 이상윤 게임 개발 대표가 프로그래머로서의 능력이 출중한데, 그가 게임회사라도 자체 핵심 기술력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해왔다"면서 “블루사이드는 앞으로 게임 엔진 라이선스 판매 사업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010년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킹덤언더파이어2의 출시가 계속 늦어지자, 게임업계에서는 “아예 출시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출시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2010년 네이버(당시 NHN)와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고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기대작으로 손꼽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점차 게임의 규모가 커지면서 프로젝트가 장기화됐죠. 게임의 기본 설계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서버 처리나 네트워크 처리 등에 집중했고,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애초 기획대로 완성해냈습니다.”

우여곡절을 거치다 보니, 킹덤언더파이어2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출시된다. 블루사이드는 올해 초 중국에서 킹덤언더파이어2의 2차 클로즈드베타테스트(CBT)까지 마쳤다. 반응은 좋다. CBT를 실행하고 2주가 지나고 처음 시작한 유저들수에 비해 남아있는 유저들 수가 40%에 달했다. 게임업계에서는 30% 정도면 높다고 평가한다.

블루사이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용 타이틀 만들며 기본기를 다져온 회사다. ‘킹덤언더파이어:크루세이더’ ‘히어로즈’ ‘서클오브둠’ 등이 이 회사가 개발하나 X박스용 타이틀이다. MS가 직접 라이센싱과 투자를 해서 만든 게임 ‘N3(Ninety-Nine Nights)도 있다.

김 대표는 “비디오 게임용 타이틀 개발은 개발기간이 짧고 개발사의 기술을 상향시켜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타이틀 발매 후 판매되는 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밖에 안돼 지속적인 회사 경영에는 어려움을 줬다”면서 PC온라인 게임에 집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PC 온라인 게임도 모바일에 밀린다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비디오 게임에 비해 시장이 다양하고 넓다"면서 “킹덤언더파이어2는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하드웨어 사양과 네트워크 요구사항도 낮추는 최적화 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킹덤언더파이어2를 중국과 한국은 물론 동남아와 북미, 유럽에서도 흥행시키는 것이다. 블루사이드는 킹덤언더파이어2를 정식 론칭한 후 가상현실(VR) 버전과 모바일 버전 게임도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새로운 장르 게임이다 보니까 게임을 강도 높게 즐기는 하드코어 유저들 위주로 시작해서 유저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게임이 출시되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갈 것으로 보고 연매출 4000억원을 달성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