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고 집을 빼겠다던 전세 세입자가 수시 전형이 끝나는 12월 중순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네요. 확실히 올해 수능이 어렵긴 어려웠나 봅니다.”(대치동 T공인 관계자)

이른바 ‘불수능’ 여파로 인기 학군 및 유명 학원가 일대 전세 시장이 들썩거릴 조짐이다.

일반적으로 수학능력평가 시험이 쉽게 출제된 ‘물수능’이면 서울 주요 학군과 인기 학원가 주변의 주택 전세금은 하락하고, 반대로 난도가 높은 ‘불수능’이면 전세금이 올라간다는 부동산 업계의 속설이 있다. 올해는 수능이 어려웠던 만큼 유명 학원가의 사교육을 받으려는 입시 준비 가정이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일대로 몰리면서 주변 전세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수능 시험 뒤 대치동이나 목동 일대를 빠져 나가려던 전세 세입자들도 불수능 탓에 계약연장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어, 이들 지역 전세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4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는 수능이 끝난 후부터 전세 물건을 찾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대치동 H공인 관계자는 “수능 전까지는 전세를 찾는 문의가 없었는데, 수능이 끝난 후부터 하루에 몇 건씩은 상담이 들어온다”면서 “워낙 전세 물건이 적은 데다 수능이 막 끝난 학생을 둔 세입자들도 수시 등 관련 전형 절차가 남은 상태라 진학 여부가 갈릴 때까지는 잔류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특히 올해 수능이 어려웠던 까닭에 계속 이 지역에 남기로 결정하거나 잔류를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전세 물건이 달리고 있다.

대치동 J공인 관계자는 “곧 전세 만료를 앞둔 고3 재학생이 있는 세입자들은 일단 수시 전형이 끝나고 최종 수능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이사온 전입 세대가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자녀 교육 때문에 인기 학군과 유명 학원가 근처에 집을 얻어 사는 학부모들은 자녀의 시험이 끝나면 원래 살던 지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제한된 기간만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들은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전용 84㎡ 이하 소형 아파트를 선호한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4억원~4억5000만원 정도를 호가하고, 84㎡는 5억~5억5000만원 정도다.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면적 59㎡의 경우 6억4000만~6억5000만원 정도에 전세 물건이 나오고 있다.

아직 호가가 들썩인 것은 아니지만, 수시 전형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다음달 초에는 물건이 나오고 겨울방학을 맞아 이사를 하려는 전세 수요자들의 문의도 늘고 거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예년보다 수시 비중이 커져 이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면 내신에서 불리한 만큼 학군 수요가 어느 정도 줄어들긴 했다”면서도 “학원가 수요는 꾸준해 다음달이 되면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명 학원가가 형성된 양천구 목동 일대도 ‘수능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밀려들 조짐을 보인다.

목동 신시가지9단지 인근 M공인 이진호 대표는 “수능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는 아직 뜸하지만, 전세 상담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면서 “좋은 학교와 인기 학원을 찾는 수요가 몰려 전세가가 많이 올랐다”면서 “애들 교육 때문에 월세를 끼고서라도 이사 오려는 수요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위쪽)와 목동신시가지 7단지.

목동신시가지 단지 중 선호도가 높은 5·6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65㎡가 4억5000만~5억원, 전용면적 47㎡의 경우 3억~3억3000만원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9단지 전용면적 53㎡는 3억3000만~3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불수능 여파가 본격적으로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목동 중개업계는 보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6단지 P공인 관계자는 “불수능 이후에는 보통 목동 학원가 인근 아파트 전세금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수시 전형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말 이후로 찾는 사람이 늘고 전세가격도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