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율 11배→3배로 완화… '전기료 폭탄' 가구는 요금 절반 뚝

조선일보
  • 김승범 기자
    입력 2016.11.25 03:06

    [오늘의 세상] 누진제 12년 만에 개편

    - 누진체계 6단계→3단계로 축소
    전기 많이 쓰는 집 할인폭 더 커… 4만원쯤 내던 가구는 그대로

    - 사회적 배려 계층 지원 늘려
    저소득층·다자녀가구 할인 혜택, 학교·유치원도 평균 20% 낮춰
    韓電수입 최대 1조2000억 줄 듯

    서울시내 단독주택에 사는 김모씨 가족(4인)은 지난 8월분 전기 요금 고지서를 받아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당시 폭염이 이어지면서 김씨 가족은 한 달 동안 에어컨을 하루 평균 6시간쯤 틀었다. 전기 요금은 26만1130원. 봄철 월평균 6만2900원에서 약 3배 뛴 셈이다. 많이 쓸수록 요금이 폭발적으로 뛰는 누진제 탓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여름에 에어컨 틀 때 불안감은 상당 부분 사라질 전망이다. 김씨가 그때처럼 쓴다 해도 10만원 이상 요금을 덜 낼 수 있도록 전기 요금 누진제가 개편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24일 내놓은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제 개편안은 '폭탄 전기 요금' 논란을 잠재우면서 지금보다 전기 요금 부담이 늘어나는 가구가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행 누진제는 2004년 도입됐지만 냉방장치(에어컨) 보편화 등 생활 방식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12년 동안 유지됐다. 특히 최고 11.7배에 이르는 현행 누진율은 미국(2.2배)·일본(1.5배) 등에 비해 과도해 개편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자 정부는 지난 8월 당·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논의해왔다.

    여름철 전기 요금 최고 절반 하락

    정부가 발표한 세 가지 누진제 개편안 가운데 1안〈표 참고〉에 따르면 전체 가구 전기 요금은 현행 누진제 대비 평균 10.4% 내려간다. 하지만 전력 사용량이 적은 가구의 전기 요금이 늘어나는 게 단점이다.

    전기요금 체계 어떻게 변하나 정리 그래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2안은 전 구간에서 요금 상승 부담을 없앴다. 1단계와 2단계의 구간 폭과 요율(㎾h당 요금)은 지금과 같게 유지했고, 201㎾h 이상 3단계는 현행 3단계 요율을 통합했다. 요금이 오르는 구간이 없어 평균 전기 요금 인하율은 11.5%로 커지지만 3단계 이상을 하나로 합치면서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의 할인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져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3안은 1·2안을 절충한 내용이라 가장 유력한 안으로 꼽힌다. 1안보다 1단계 요율을 낮춰 전기를 조금 쓰는 가구의 부담을 낮췄고 2안보다 3단계 요율을 높게 잡아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 혜택은 줄였다. 3안을 적용할 경우, 여름철 전기 요금이 최대 50%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스탠드형 에어컨(소비 전력 1.84㎾)을 하루 12시간 트는 가정의 한 달 전기 요금(사용량 1004㎾h)은 54만3250원에서 26만4940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진다. 전기를 갑자기 많이 쓰는 가구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는 혜택이 적다. 월 300㎾h를 쓰는 가구는 전기 요금이 현재나 변경 이후나 4만4390원으로 똑같다.

    폭염 등 특정 시기에만 갑자기 전기를 많이 쓰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전기를 많이 써 늘 높은 요금을 내던 가구들은 이번 요금제 변경으로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한전 수입 최대 1조2000억원 감소

    정부는 '찜통 교실' '냉동 교실' 논란을 낳은 교육용 전기 요금도 평균 15~20% 낮추고 유치원도 같은 수준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인상이냐 인하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던 산업용 전기 요금은 이번 요금 개편에서 제외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업용 전기 요금은 원가를 상회하고 있어 추가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기 요금 개편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율을 1~3% 정도로 추산했지만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올여름 전력 수요가 최고치에 달했을 때 예비 전력이 722만㎾(예비율 8.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응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누진제 완화 등에 따른 전기 요금 수입 감소분은 한국전력이 부담한다. 누진제 완화에 취약 계층 지원 등까지 포함하면 이번 전기 요금 체계 개편으로 한전 수입은 최대 1조2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전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 11조34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세웠고, 올해는 3분기까지 영업이익을 10조7000억원 냈다.

    정부의 세 가지 안 모두 가정 전기 요금 부담은 줄였지만 평균 할인 폭은 야당이 제안한 개편안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야당 안을 따르면 한전 수입 감소액이 1조6000억원에 이르면서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말했다.

    이번 요금 개편이 '선심성 정책'에 그쳤다는 비판도 있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최고 11.7배에 달하는 징벌적 누진율은 조정하되 원가보다도 훨씬 싼 구간의 요금은 현실에 맞게 조정한다는 원칙으로 요금제 개편에 나서야 했는데 모두의 요금을 깎아주면서 논란을 피해갔다"며 "유가 등 원자재 값 상승으로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때 그 부담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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