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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의 실험, 분필·책 대신 '아이패드'로 수업하니…성적이 25% ‘껑충'

  • 박성우 기자
  • 입력 : 2016.11.25 06:00

    “여러분, 코드번호 XXXX입니다. 출석체크 해주세요. 다음 주 과제는 아이튠즈U(iTunesU)에 올려놓았으니,확인해보세요. 자 수업 시작할께요. 아이패드 켜주세요.”

    지난 22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양어대학 강의실. 강의실로 들어선 고영훈 한국외대 동양어대학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교수의 손에는 두꺼운 책이 아닌 ‘아이패드’ 하나뿐이었다. 40여명쯤 돼 보이는 학생들의 책상 위에도 아이패드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출석체크도 남달랐다. 교수님이 아이패드에서 ‘스마트출석부’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뒤 표시된 코드번호를 학생들에게 알려주자, 학생들은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코드번호를 입력해 출석체크를 했다.

     고영훈 한국외대 동양어대학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가 아이패드로 자신이 만든 인도네시아어 교육 앱북을 소개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고영훈 한국외대 동양어대학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가 아이패드로 자신이 만든 인도네시아어 교육 앱북을 소개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한국외대가 플립 러닝(일명 거꾸로 교실) 기법을 적용한 이색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플립 러닝이란, 전통적인 수업방식과는 반대로 학생들이 교수가 제공한 강연 영상 등으로 미리 학습을 하고 강의실에는 실습 위주로 수업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외대 변화의 중심에는 고 교수가 있다.

    고 교수는 플립러닝을 위해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어 교육 교재를 ‘앱북(Appbook·앱 형태의 전자책)’으로 만들었다. 고 교수의 동영상 강의를 담은 이 앱북에는 글을 읽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면 현지인의 발음을 들어보는 기능, 학생이 자신의 발음을 녹음하고 인공지능 기술의 발음 정확성을 평가하는 기능 등도 탑재돼 있다.

    고 교수는 “미국과 유럽 등 교육 선진국조차 인도네시아어 수업은 책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면서 “좀 더 재미있게 가르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앱북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앱북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수업에 한번 적용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학교 측에서 흔쾌히 지원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수업은 수강생 4~5명씩 그룹을 만들어 진행된다. 학생들은 각자 집에서 아이패드를 활용한 교재로 예습한 뒤, 강의 시간에는 다른 학생들을 가르친다. 모르거나 막히는 문제가 있다면 교수님에게 질문하기도 한다. 학생이 마치 교수처럼 다른 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예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과의 소통과 강의자료 배포, 과제제출 등은 아이패드내 교육애플리케이션(앱)인 ‘아이튠즈U(iTunesU)’를 통해 진행된다.

    고 교수는 말레이·인도네시아어 기초회화 수업의 경우 A반과 B반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A반은 예년 수업처럼 책을 활용한 강의 중심으로 진행했고 B반은 아이패드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B반의 경우 개강 첫날 수강생에게 아이패드를 한 대씩 대여해줬다.

    지난 1학기동안 수업을 진행한 뒤,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패드를 활용한 B반 학생들의 성적이 A반에 비해 25% 정도 더 높게 나왔다. 학생 참여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성적분포 역시 B반이 A반에 비해 고르게 나타났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지난 1학기 수강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이패드를 활용한 선수학습 후 활동 효과’에 대해서 수강생의 89%가 만족을 표시했다. 또 학생 스스로 학업성취도를 묻는 질문에는 89%가 ‘좋다’고 대답했다. 특히 아이패드를 활용한 다른 스마트러닝 수업에 참여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95%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외대는 플립러닝의 학습 효과가 좋다고 판단, 내년부터 동양어대학에 속한 8개과 학생 2000여명에게 이 수업법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고영훈 한국외대 동양어대학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가 강의평가 한 학생의 인터뷰를 듣고 있다. /박성우 기자
    고영훈 한국외대 동양어대학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가 강의평가 한 학생의 인터뷰를 듣고 있다. /박성우 기자
    고 교수는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만큼 자칫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할 수도 있어 수업 방식을 조금씩 진화시키고 있다"면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강의자료나 교육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강단에 선지 22년 동안 책으로만 강의를 해왔기 때문에 거꾸로교실에 대한 부담이 많았지만, 달라진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서 강의를 준비하는 저조차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아이패드로 교육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학생들이 앱북과 동영상 강의를 통해 혼자 공부를 할 수 있고, 수업시간에는 학생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다른 교육을 할 수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한국외대의 실험은 인도네시아 현지에까지 소문이 났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뉴스전문채널 ‘메트로TV’에서는 ‘한국의 말레이어 교육’에 대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고 교수는 “인도네시아와 한국과의 관계가 좋고, 국내 거의 모든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공장 등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어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인데, 언어를 공부할 수 없는 곳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앱북이나 아이패드를 통한 교육을 통해 인도네시아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는 아이패드만 사용하는 100% 페이퍼리스(Paperless) 수업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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