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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2017]② 패스트 프리미엄 "사먹지만, 대충 먹지 않는다" 고급화된 간편식, 반외식 시대 열린다

  • 배정원 기자
  • 조현정 인턴기자

  • 입력 : 2016.11.24 14:00 | 수정 : 2016.11.28 09:00

    불확실성의 시대, 트렌드를 읽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전문가들은 10년 뒤 미래는 알수 없지만, 바로 당장 내년의 경제, 사회 모습은 지난 한해만 돌이켜봐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선비즈는 올해 이슈를 기반으로 더치페이, 패스트 프리미엄, 뉴식스티, 긱 이코노미, 로보어드바이저, 자발적 가난 등 2017년을 지배할 총 12개의 트렌드를 뽑아 내년을 준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오픈 키친 형태의 인테리어를 통해 고급화 전략을 시도한 바스버거 내부/사진=조현정 인턴 기자
    오픈 키친 형태의 인테리어를 통해 고급화 전략을 시도한 바스버거 내부/사진=조현정 인턴 기자
    광화문 소재의 한 수제버거 레스토랑에 들어서니 1만원이 넘는 메뉴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여름 뉴욕에서 날아온 셰이크쉑버거 열풍 이후로 햄버거는 더이상 ‘혼자서 간편하게 한 끼 때우는’ 저렴한 음식이 아니다. 음식재료부터 비싼 값어치를 한다. 이곳은 당일 직송으로 배달온 싱싱한 채소와 국내산 돼지고기,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해온 허브까지 고급 레스토랑 못지 않은 고급 재료를 사용한다.

    논현동에 위치한 한 샌드위치 가게도 마찬가지. 샌드위치 하나가 6000~8000원 선인 이곳은 이탈리아 셰프가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고, 레시피는 뉴욕에서 공수해 왔다. 빵부터 매장에서 직접 굽고 소스 하나에만 9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속에 들어가는 치킨은 오븐에서 로스팅하고 손으로 찢어 버무려 넣었다.

    버거 세트(바스버거 세트) 모습/사진=조현정 인턴 기자
    버거 세트(바스버거 세트) 모습/사진=조현정 인턴 기자
    ‘브랜드가 없는게 브랜딩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이른바 가성비 시대지만, 오히려 프리미엄 바람은 더 거세다. 가장 서민적인 음식으로 여겨지던 어묵도 고래사어묵·삼진어묵·삼호어묵 등 프리미엄 어묵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냉동식품에서는 비비고 왕교자 같은 프리미엄 라인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며, 삼립식품은 ‘재미스’라는 프리미엄 잼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국내산 딸기의 용량을 대폭 늘리고 꿀을 첨가했으며 용기 디자인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에게 맡겼다.

    이러한 프리미엄 상품의 등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성비가 트렌드인 시대 흐름에 어긋나는 예외적인 현상으로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사실 프리미엄화는 가성비 시대에 필연적인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을 패키지에 적용한 딸기쨈 ‘재미스’/사진=삼립식품 제공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을 패키지에 적용한 딸기쨈 ‘재미스’/사진=삼립식품 제공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성비를 높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가격을 낮추거나, 성능을 높이는 것. 전자가 저가격화 전략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가치화 혹은 프리미엄화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특히 혼자 살수록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간단한 음식 하나도 영양과 맛에 신경 쓴 프리미엄 시장이 내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수요와 1인 가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내년 요식업계 주요 트렌드는 ‘패스트 프리미엄(fast premium)’과 ‘반(半)외식의 다양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스트 프리미엄은 패스트푸드와 프리미엄이 합쳐진 말로, 간단하게 혼자서 식사를 하더라도, 건강하고 알차게 즐기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소비 형태다. 따라서 기존에 ‘한 끼 때우는’ 의미의 도시락, 분식은 매년 더 좋은 음식재료와 고급스러운 포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반외식은 마트 혹은 편의점에서 조리된 음식을 사오거나, 배달시키거나, 레스토랑에서 포장해온 음식을 데워먹는 것을 의미한다. 즉, 마치 나만이 레스토랑 즐기듯 외식 메뉴를 집에서 편하게 먹는 방식이다.

    ◆ 한끼를 먹어도 SNS에 사진 한장 남길 정도로 폼나게…새로운 음식문화에 반응하는 젊은층

    패스트 프리미엄 트렌드에 대해 소비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제 버거 가게에서 식사를 즐기던 직장인 박주형(31세)씨는 “비싸더라도 맛있는 걸 먹고 싶다. 요즘 음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평상시에도 프랜차이즈 버거가 아니라 수제버거 쯤은 먹는걸 보여줘야 폼이 난다”라고 말했다.

    매장에서 직접 구운 빵과 수제 스프레드로 만들어진 고급 샌드위치/사진=조현정 인턴기자
    매장에서 직접 구운 빵과 수제 스프레드로 만들어진 고급 샌드위치/사진=조현정 인턴기자
    새롭게 등장한 식문화를 발 빠르게 경험해 트렌드 세터가 되고 싶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많은 사람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음식을 먼저 맛보고 싶어하는 심리다. 직장인 신은동(26세)씨는 “특이한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해서 아직 유명하지 않은 이태원의 작은 식당을 즐겨 찾아요. 그곳에서 ‘와사비 버거’처럼 생소한 메뉴를 봤는데, 재미있는 발상이더라구요.”라고 말했다.

    비트윈브레드 샌드위치의 맛을 내는 소스의 모습. 한 소스 당 9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사진=조현정 인턴기자
    비트윈브레드 샌드위치의 맛을 내는 소스의 모습. 한 소스 당 9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사진=조현정 인턴기자
    요식업계 관계자들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적은 돈으로 부릴 수 있는 작은 사치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패스트 프리미엄이 기존 레스토랑을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광화문 전문점 ‘바스버거’의 서경원 대표는 “15년 전 미국의 셰이크쉑버거와 인앤아웃을 통해 패스트 프리미엄이란 개념을 알게 됐다. 음식 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추고 소비 계층을 넓혀가는 현상인데, 당시 미국에서는 ‘패스트 캐주얼’이라는 용어를 썼다.

    특히 한국 소비자에게는 음식뿐 아니라 인테리어, 가게 분위기,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에 사치를 누릴 수 있게끔 기존 프랜차이즈의 획일화된 실내구조가 아니라 파인 다이닝같은 분위기를 내도록 컨셉을 잡았다. 가격의 차이가 기존 식당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패스트 프리미엄 레스토랑이 기존 식당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집에서도 외식 음식을 편하게 즐겨…요리와 뒤처리 수고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

    배달앱 등의 발달로 포장 외식이 확대되고 다양화되면서 개인 취향에 따라 고급화된 포장 외식을 즐기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방문 외식 지출비용은 2015년 1만3450원에서 올해 1만1235원으로 줄어든 반면 배달 외식은 지난해 1만4003원에서 올해 1만4983원으로 급증했다.

     GS25의 ‘명가소갈비도시락’/사진=GS25 제공
    GS25의 ‘명가소갈비도시락’/사진=GS25 제공
    강남 논현동에서 고급 샌드위치 가게 ‘비트윈브레드’를 운영하는 이동은씨는 간단하게 사서 먹을 수 있는 테이크아웃 메뉴가 앞으로 더 활성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많은 손님이 퇴근길 매장에서 샌드위치를 포장해 가는데, 적은 돈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비트윈브레드를 즐겨 찾는 직장인 김소영(30·논현동)씨는 퇴근 후 혼자서 저녁을 즐기는 게 직장인의 큰 낙이라 한다. “장보고, 음식을 만들고, 치우려면 몇시간이나 걸리 잖아요. 사실 요리하는데 드는 노동력을 고려한다면, 프리미엄 샌드위치가 비싸서 못먹을 정도는 아니예요. 집에서 드라마 한 편 보면서 간단하게 먹고 치우면 하루를 마무리 하기 정말 좋아요.”

    주부들은 반외식 트렌드를 반기는 분위기다. 5살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주부 한미연(32·반포동)씨는 배달 음식의 가성비가 날로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배달 음식이라고 하면 치킨, 피자, 자장면 등 고열량 식품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태국음식, 한식, 일식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남편과 아이도 좋아해요. 이젠 바깥 음식으로 밥 차린다고 불량주부 소리 들을 일은 없어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외부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가구당 월평균 식비는 50만9430원인데, 이 중 42%에 해당하는 21만4163원을 외식 및 배달로 지출하고 있다.

    ◆ 쉽게 조리해 먹는 가정간편식 빠르게 성장 중…“밖에서 사먹는 음식은 해롭다”는 고정관념 줄어들어

    국내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HMR) 시장 규모(라면류 제외)/그래픽=조선DB
    국내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HMR) 시장 규모(라면류 제외)/그래픽=조선DB
    최근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유례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마트 등에서 구입해 짧은 시간에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대체식품을 말한다. 메뉴도 갈비탕, 부대찌개, 볶음밥, 곤드레밥, 닭강정, 도시락 등 선택이 폭이 넓다. 2015년 기준 국내 간편식 시장의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간편식 시장이 더 성장해 올해는 2조3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정간편식 규모가 커진 이유로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를 꼽았다. 1990년 9%에 불과했던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지난해 27.2%로 증가했다. 2인 가구(26.1%)보다 흔한 가구 형태다. 통계청은 2035년 전체의 34.3%가 1인 가구일 것으로 전망했다. 맞벌이 부부의 비중은 2010년 41.4%에서 2015년 43.9%로 증가했다.

    그 결과 유통업계는 가정간편식 시장을 잡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2013년 이마트에서 런칭한 ‘피코크’다. 이마트 전용 브랜드였던 피코크는 최근 소셜커머스 같은 기타 유통채널에도 진출하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홈플러스의 ‘싱글즈프라이드’,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또한 자체 간편식 브랜드로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간편식의 원조격인 ‘3분요리’를 보유한 오뚜기 역시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 초 한식뷔페 올반의 인기메뉴를 가정간편식으로 만들어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죽 전문점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작년부터 편의점과 홈쇼핑 공략해 ‘아침엔본죽’과 ‘아침엔SOUP’을 판매하고 있다. 부대찌개 프랜차이즈 놀부도 올해 8월까지 편의점을 통해 판매하는 가정간편식의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과 맞벌이 가구 비중/그래픽=조선DB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과 맞벌이 가구 비중/그래픽=조선DB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맞벌이 가구 비중이 모두 상승한 점과 한국의 최저 임금 상승률을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봤을 때, 아직 외식의 비중이 더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간편식과 외식 시장은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과거와 비교해 소비자들의 외부 음식에 대한 거부감 역시 줄어들고 있다. 2015년 기준 즉석조리 식품 구입 경험은 74.6%로, 2011년 40.5%에 비해 4년 만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간편조리식이 외식 자체보다 저렴한 점도 한몫했다. 행정자치부와 이마트몰 자료에 따르면 냉면의 외식 가격이 평균 8154원인데 비해 가정간편식은 1495원으로 나타났다. 비빕밥도 외식과 간편가정식이 각각 7808원, 3650원으로 차이가 크다. 삼계탕(외식:1만3538원, 간편식:6980원), 자장면(외식:4731원, 간편식:2990원)도 마찬가지다.

    ※참고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7(미래의창), 2017 대한민국 트렌드(한국경제신문), 2017 트렌드 노트(북스톤), 라이프트렌드 2017(부키), 모바일 트렌드 2017(미래의창), 대한민국 토탈 트렌드 2017(예문), 2017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알키),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2017(이콘), 2017 한국을 바꾸는 7가지 ICT 트렌드(한스미디어), 빅피처 2017(생각정원), 2017 대예측(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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