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휴대폰 제조사로 성장한 중국 화웨이가 LG유플러스와 손잡고 한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다. 중국 휴대폰 브랜드가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 시장에서 화웨이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화웨이는 23일 오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스마트폰 론칭 행사를 개최하고 자사의 프리미엄 모델 ‘P9’과 ‘P9 플러스’를 공개했다. P9은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린955 옥타코어 칩셋과 3000밀리암페어아워(mAh) 용량의 일체형 배터리(P9 플러스는 3400mAh)가 탑재된 제품이다. 오는 12월 2일 LG유플러스가 단독 출시한다.
이날 화웨이는 행사 내내 P9의 우수한 카메라 성능을 강조하며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보다 애플 아이폰을 더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 “극강의 카메라폰”…사진작가 초청해 성능 홍보
P9 시리즈는 화웨이가 올해 4월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지난 7개월 동안 해외에서 90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P9은 출시 당시 독일 카메라 명가(名家) ‘라이카’의 카메라 모듈을 탑재한 제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기기 전면과 후면에는 각각 800만 화소와 1200만 화소(듀얼) 카메라가 달려있다.
이번 국내 행사에서도 화웨이는 P9의 카메라 성능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발표 무대에 오른 조니 라우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한국지역 총괄은 “P9은 색감을 정밀하고 정확하게 표현해낸다”며 “광학 렌즈와 센서 성능도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P9 후면에 장착된 듀얼 카메라는 실제 색감을 표현하는 RGB 카메라와 흑백 카메라로 구성돼 있다. 라이카는 뛰어난 표현력의 흑백 카메라 기술로 유명한 회사다. 여기에 고속으로 움직이는 대상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콘트라스트 포커스와 조리개값을 손쉽게 조정할 수 있는 광구경 기능 등이 사용자의 촬영을 지원한다.
화웨이는 P9의 셔터 사운드와 사용자인터페이스(UI), 폰트 등을 라이카 제품과 동일하게 했다고 전했다. 사용자에게 실제 라이카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프로모드에서는 셔터 스피드, 노출, ISO 등을 사용자가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유명 사진작가 오중석씨도 참석했다. 오씨는 P9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공개하며 P9 카메라의 우수함을 전문가 입장에서 설명했다. 오씨는 “P9은 역광(逆光) 상황에서도 피사체의 색감을 충분히 표현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화웨이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택 기준 3가지 중 하나가 카메라라며 앞으로도 카메라 성능 향상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조니 라우 총괄은 “사진 촬영시 일반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이 80%에 이른다”며 “P 시리즈의 카메라는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 9월 라이카 본사가 위치한 독일 웨츨러에 ‘막스 베렉 이노베이션 랩(연구소)’을 설립한다고 전한 바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립자 겸 회장은 “앞으로 데이터 트래픽의 90% 이상을 이미지와 영상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막스 베렉 이노베이션 랩을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의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 “아이폰보다 뛰어난 P9”…2위 애플 견제
이번 행사에서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판매량 기준) 사업자인 애플을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애플은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선 애플부터 따라잡은 다음 1위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가령 화웨이는 P9의 얇은 베젤(테두리)과 우수한 색재현율 등을 소개하면서 아이폰6s와 비교한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화웨이에 따르면 P9의 베젤은 1.7mm인데 반해 아이폰6s의 베젤은 4.29mm다. 색재현율은 P9 96%, 아이폰6s 72%로 화웨이 제품이 더 뛰어나다.
또 화웨이는 P9 시리즈의 배터리 지속성을 소개할 때도 아이폰6s와 비교하는 방식을 택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P9 플러스의 경우 평범하게 사용하면 한번 충전으로 이틀간 쓸 수 있지만, 경쟁사 제품(아이폰6s 플러스)은 1.53일에 그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을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화웨이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7%다. 이는 7.7%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포인트 성장한 것이다.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13%에서 11.5%로 낮아졌다.
리처드 유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연히 “애플은 3년 안에, 삼성전자는 5년 안에 넘어서겠다”고 단언하고 있다.
P9의 국내 시장 출고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유럽 시장 출고가는 32기가바이트(GB) 모델이 599유로(약 75만원), 64GB 모델이 649유로(약 81만원)였다. LG유플러스는 P9이 출시된 지 반년 이상 지난 점을 고려해 국내 출고가를 50만~60만원대로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P9 시리즈는 화웨이의 플래그십 모델인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며 “모바일 유통망에서도 P9 확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