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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2017]① 더치페이가 바꾼 일상…선배는 다행 vs. 가게 주인은 죽을맛

  • 배정원 기자
  • 조현정 인턴기자

  • 입력 : 2016.11.22 14:00 | 수정 : 2016.11.28 09:41

    불확실성의 시대, 트렌드를 읽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전문가들은 10년 뒤 미래는 알수 없지만, 바로 당장 내년의 경제, 사회 모습은 지난 한해만 돌이켜봐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선비즈는 올해 이슈를 기반으로 더치페이, 패스트 프리미엄, 뉴식스티, 긱 이코노미, 로보어드바이저, 자발적 가난 등 2017년을 지배할 총 12개의 트렌드를 뽑아 내년을 준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문가들은 내년 2030세대뿐 아니라 4050세대, 연인 사이, 갑을 관계에서도 더치페이가 일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사진=조선DB
    전문가들은 내년 2030세대뿐 아니라 4050세대, 연인 사이, 갑을 관계에서도 더치페이가 일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사진=조선DB
    지난 16일 광화문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든 직장인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각자 계산할게요.” 맞은편 계산대의 종업원은 익숙하다는 듯 곧바로 이렇게 답한다. “카드 먼저 계산 해 드릴까요?” 이날 기자가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10팀 중 절반에 가까운 4팀은 각자 자신의 몫을 계산하는 ‘더치페이(Dutch pay·각자부담)’를 했다.

    식당도 다르지 않다. 밀려드는 더치페이에 일일이 계산하기가 어려워 아예 ‘더치페이 불가’라고 써 붙여 놓은 곳도 있었다. “잔고 넉넉한 사람?”, “난 이따 계좌로 쏴줄게”, “토스 쓰니?” 서로 잔고를 확인하고 계좌이체를 약속하며 그날 먹은 음식의 값을 나누어 계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 직장인 사이에서 자리 잡은 더치페이 문화…매번 선배가 사야 할 이유 없어

    “김영란법은 더치페이법이다”라고 말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언급처럼 더치페이 문화가 젊은 직장인 위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뿐 아니라 4050세대, 연인 사이, 갑을 관계에서도 더치페이가 일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30세대 직장인들은 대부분 더치페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주민식(인천시 중구 운서동·26세)씨는 더치페이를 꼭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예전에는 나이가 많거나 남자라는 이유로 밥값을 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어요. 이런 문화는 사실 매번 얻어먹는 입장에서도 좋은 게 아니에요. 나이가 어린 부하직원, 혹은 여자의 능력을 낮춰보다 보면, 그들의 자존감 결여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거든요. 어떻게 보면 윗사람이 계산하는 문화 자체가 가부장적인 사고를 만든다고 봐요. 더치페이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앞으로 좀 더 평등한 직장생활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직장인들은 모바일앱 토스를 이용해 점심값을 나눠 낸다./사진=토스 제공
    요즘 직장인들은 모바일앱 토스를 이용해 점심값을 나눠 낸다./사진=토스 제공
    매번 나이가 어린 팀원들에게 밥을 사야 하는 선배 직장인 역시 더치페이가 반갑다. 팀내 중견급 직장인 한영석(서대문구 북가좌2동·36세) 씨는 더치페이 덕에 지갑 사정이 좋아졌다고 한다. “예전엔 후배들이랑 밥 먹고 나서 ‘각자 계산해주세요’라고 말하면 면이 안섰거든요. 요즘은 오히려 후배들이 먼저 더치페이를 하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혼밥·혼술족’이 대세인 요즘 더치페이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를 절충하는 가장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요즘 직장인들은 과거와 비교하면 집단행동이 줄었다. 회식을 꺼리고 건 물론이고,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것도 다반사다. 더치페이 문화는 함께 모이면서 계산은 따로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으로 개인주의를 선택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050세대 역시 더치페이 문화에 관대하다. IMF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1998년 2030세대였던 그들은 과거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치페이 바람이 불었던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가 이어지면서 지금의 4050은 선뜻 “내가 쏠게”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익명을 요구한 종로구 한 은행 지점장 A는 “부서원들과 밥 먹는 비용을 회사에서 따로 지원받기는 하지만, 매번 점심마다 식사에 5000원이나 하는 커피까지 마시고 나면 예산이 쪼들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점심에 운동을 다니거나, 다른 외부 일정을 잡아서 직원들과 밥 먹는 일을 피한 적도 종종 있다.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회식이 아닌 이상 자기가 먹은 밥은 스스로 계산하고 최소한 커피값이라도 내려는 분위기가 있는데,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데이트 시 남자가 돈을 내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생각은 그만… 더치페이가 평등한 관계 만든다

    연인 사이에서도 더치페이는 필수다. 2016년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서 20대 대학생 8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이트 비용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바람직한 데이트 비용 분담률을 5 대 5로 꼽은 응답자가 58.4%였다. 더치페이를 선호하는 비율은 2014년 41.7%, 2015년 54.7%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카카오는 더치페이 활성화를 유도하는 '카카오페이 밥톡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직장 동료 또는 지인들과 점심 식사 후 밥값을 정산할 때,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랜덤 후식 쿠폰을 100% 지급하는 이벤트다.
    카카오는 더치페이 활성화를 유도하는 '카카오페이 밥톡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직장 동료 또는 지인들과 점심 식사 후 밥값을 정산할 때,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랜덤 후식 쿠폰을 100% 지급하는 이벤트다.
    취업준비생 이미연(부산 금정구 남산동·26세)씨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학생 입장에서 매번 한쪽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면,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저 둘다 아직 취직을 안 한 상황이예요. 그래서 매번 칼같이 더치페이를 하죠. 남자가 반드시 계산해야 한다는 생각하지 않아요. 여자든 남자든 더 여유 있는 쪽이 상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대학생 홍학균(영등포구 당산동·24세)씨는 더치페이가 평등한 남녀관계를 만드는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더치페이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데이트비용은 남자가 내야 한다’는 사소한 관습들로 인해 ‘여자는 수동적인 존재다’라는 남녀차별적인 무의식이 오는 것이라고 봐요. 경제적 여건에 따라 누군가 조금 더 내고 덜 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각자의 비용은 스스로 지출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이 나눠 계산하는 대신 커플 통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학생 고상준(동작구 흑석동·26세)씨는 “매번 1 대 1로 나눠서 결제하다 보면 정없어 보이잖아요. 그래서 커플 통장을 이용하죠. 통장 속에 여자친구의 돈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아니깐 데이트할 때 함부로 낭비하지도 않고, 이런 식으로 서로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한 테이블당 카드 네 번씩 긁어야 하는 가게는 죽을맛…핀테크가 답이다

     이철원 기자
    이철원 기자
    다만 가계 주인들은 바쁜 점심때에 한 테이블당 총액을 명수대로 나누고, 여러 개의 카드를 받아 계산해야 하는 더치페이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부 식당에서는 따로 계산할 수 없다는 표지를 걸어 두기도 한다. 식당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게 그 이유다.

    종로구 당주동에서 우동 전문점 종업원 B씨는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지불하려는 더치페이 자체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번거롭다. 얼른 계산을 해 드려야 하는데, 여러 명이 한줄로 길게 서 있으면 가게 내부가 번잡스럽기만 하고, 가장 큰 문제는 한명씩 나눠 지불하다 보면 헷갈려서 잘못 계산할 수가 있다. 덜 내고 모른 척 우르르 나가버리면 가끔 화가나기도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C씨는 “요즘 절반 이상이 더치페이를 하는 것 같은데, 회전율 높고 바쁜 점심때에 너도나도 계산해달라는 모습을 보면 속이 타기도 한다. 계산하랴 서빙햐라 상치우랴 너무 바쁘다. 한 명이 전부 계산하는 테이블이 고맙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중식당에‘각자 계산 불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조선DB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중식당에‘각자 계산 불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조선DB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핀테크(fintech)가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맞춰 금융권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은행들은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모바일 플랫폼에 각자 계산과 간편 송금 기능을 속속 도입했다.

    KB국민은행 ‘리브’, 우리은행 ‘위비뱅크’, NH농협은행 ‘올원뱅크’, IBK기업은행 ‘아이원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앱에서 각자 계산 서비스를 선택한 후 식비 총액과 인원수를 입력하면 각자의 금액이 자동으로 계산되고,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상대방에게 실시간 송금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은행 모바일 플랫폼의 각자 계산 서비스 이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리브’는 올해 6월 출시 후 9월 27일까지 일평균 가입자가 약 4천500명이었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된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는 일평균 가입자가 5천400명으로 약 20% 증가했다.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일평균 가입자 수가 늘었다. 8월 출시 후 9월 27일까지는 일평균 4천800명 정도였으나, 9월 28일부터 10월 17일까지는 일평균 가입자가 약 9천 명으로 88%가량 증가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을 기점으로 모바일 플랫폼 가입자가 증가한 것은 각자 계산 서비스와 간편 송금 기능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SSG페이 더치페이 기능 실행화면. / SSG페이 제공
    SSG페이 더치페이 기능 실행화면. / SSG페이 제공
    유통업체들도 자사의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각자 계산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신세계그룹으로 올해 10월 초 자사의 모바일 간편결제 앱 ‘SSG페이’에 각자 계산과 간편송금 기능을 추가했다. 총액과 인원수를 입력하면 각자 낼 돈이 빠르게 계산되고 결제내역은 각자의 SSG 앱으로 전송된다. 이 내역을 받았지만, 통장 잔액이 부족한 사람들은 미리 충전해뒀던 선불결제 수단 SSG머니로도 송금할 수 있다.

    각자 계산을 도와주는 ‘더치페이 종결자’ ‘더이페이 간편계산기’ ‘뿜빠이’ ‘링마이빌’ 등의 모바일 앱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들 앱도 여럿이 식사한 뒤 총액과 인원수를 입력하면 각자 결제할 액수를 빠르게 알려준다. 상세한 내역은 카카오톡 등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상대방에게 전송할 수 있다.

    참고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7(미래의창), 2017 대한민국 트렌드(한국경제신문), 2017 트렌드 노트(북스톤), 라이프트렌드 2017(부키), 모바일 트렌드 2017(미래의창), 대한민국 토탈 트렌드 2017(예문), 2017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알키),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2017(이콘), 2017 한국을 바꾸는 7가지 ICT 트렌드(한스미디어), 빅피처 2017(생각정원), 2017 대예측(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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