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16’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의료 분야 활용, 병원의 미래, 인공지능 활용 신약 개발’을 주제로 두번째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왼쪽),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오른쪽)가 3일 서울 소공동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16에 참석해 의료분야의 Ai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송시영 연세대 의과대학 학장이 좌장을 맡았고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 백승욱 루닛 대표, 김현준 뷰노코리아 이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 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은 “암치료에 투입되면서 케이스(사례) 연구를 하고 있는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왓슨)는 내년 무렵 전체 암 종류의 85% 이상을 진단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9월 IBM의 암진단 AI 솔루션인 왓슨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왓슨은 방대한 분량의 정·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들이 암환자들에게 데이터에 근거한 개별화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길병원은 매년 5만명의 암환자를 치료하고 있어, 왓슨이 수많은 사례를 익히는 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길병원은 첫 단계로 왓슨을 유방암, 폐암, 대장암, 직장암 및 위암 치료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단장은 “현재 왓슨은 여러 의사들과 함께 진료방향을 결정하는 다학제 암진료에 투입돼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축적하는 상태”라며 “왓슨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진료를 제공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면서 환자의 심리안정과 의료비 절감에 탁월한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이날 일반 의사와 왓슨 간의 영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단장은 “아직 환자의 치료를 책임지는 주체는 의사이고, 왓슨은 보조적인 수단에 가깝다”며 “왓슨과 인간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 각자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이용해 협업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송시영 연세대 의과대학 학장, 백승욱 루닛 대표, 김현준 뷰노코리아 이사

이날 행사에는 신약을 개발하는데 AI 기술을 도입한 스탠다임의 김진한 대표도 참석했다. 스탠다임은 현재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기존의 생물학적인 해석에 기반한 약물 개발과는 달리 질병 때문에 생긴 분자, 세포 수준의 변화를 학습해 약물 후보물질 데이터 속에 잠재된 약물의 치료 패턴을 추출하는 게 핵심이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인간이 풀어내기에는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AI에 맡기면 문제해결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며 “또 여러 개의 AI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 다양한 파라미터(변수)를 가지고 계산할 수 있어 다양한 약물을 빠르게 발견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곧 시간과 비용 절감 및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스탠다임은 지난 3월 영국의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최한 AI 신약 개발 경쟁 프로그램 ‘드림 챌린지’에서 70여개 참가팀 가운데 중간순위 1위를 기록했다. 완성된 버전의 인공지능 신약 개발 프로그램 스탠다임 솔루션은 약 2년 뒤인 2018년께 출시될 예정이다.

오픈토크 패널로 참석한 AI 영상진단 전문기업인 뷰노코리아 김 이사는 의료산업에서 AI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인구 천명당 의료진 수는 OECD 평균 의사수보다 적고 인구고령화 등의 문제로 AI가 의사를 서포트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의 방대한 데이터와 의사들의 풍부한 경험을 인공지능으로 학습하고 1, 2차 의료기관에 보급해 사회 전반적으로 의료 효율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세계 최초의 AI 기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제품 개발 중에 있는 다른 질병에 대한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는 의료산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AI 발전이 더딜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 대표는 “의료 데이터의 경우 환자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함부로 접근이 불가능하고 데이터 공개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조차 없어 AI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과 컨펌 작업이 필요해 다른 분의 AI 기술에 비해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이 인공지능의 의료 분야 활용, 병원의 미래, 인공지능 활용 신약 개발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시영 연세대 의과대학 학장,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 백승욱 루닛 대표, 김현준 뷰노코리아 이사

다음은 오픈토크 일문일답.

송시영 연세대 의과대학 학장(이하 송시영)=인공지능은 여러 분야에서 이미 활용 중인데, 의료 쪽에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의료 쪽에서 AI를 실용화를 봤을 때 비의료 부문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백승욱 루닛 대표(이하 백승욱)= 2013년 회사를 설립할 때는 의료 쪽이 아니라 다른 분야 이미지를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의료 쪽으로 분야를 바꾸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른 사업의 경우 많은 데이터를 얻는 데 비용도 적고 접근성이 높아, 일하기가 편했습니다. 하지만 의료의 경우 환자의 프라이버시 문제로 데이터 접근이 어렵고 굉장히 제한돼 있습니다.

또 의료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조차 없기 때문에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검증과 컨펌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점은 의료계의 AI 기술이 다른 사업에 비해 발전속도가 뒤처지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송시영= AI를 이용한 의료 관련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김현준 뷰노코리아 이사(이하 김현준)= 기존 생태계에 없던 제품을 새롭게 내놓는 게 어렵습니다. 사실 큰 시장은 아니지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제품을 출시했을 때 잠재적 구매자들이 많지 않습니다.

AI 영상 진단 분야는 영상 판독이 핵심인데 기존 의사들이 의료기관에서 버는 돈의 일부를 굳이 진단 보조격인 인공지능에 지불하지 않을 겁니다. 또 법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어떻게 사업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이하 이언)= 병원에 경영 측면으로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AI 진단 도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IBM 왓슨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제도적 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왓슨의 의견을 듣고 다학제진료를 하지만, 왓슨 자체가 큰 가치를 준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암환자 가족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합니다.

송시영= 이언 단장에게 묻습니다. 길병원에서 왓슨을 도입하고자 많은 토의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보험수가 적용에 관한 의견이 있었나요.

이언= 보건복지부에서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입장이 나왔기 때문에 수가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는 현재 전혀 없습니다. 왓슨이 좀더 활성화되면 신의료기술로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합니다. 당분간 의료수가 문제는 뒤로 밀려 있을 것 같습니다. 환자들이 왓슷에 대해 만족감을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수가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송시영=백 대표께 질문합니다. 이미지데이터 관련해 패션의류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의료로 오면서 겪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진입 노하우는 어떻게 되나요.

백승욱= 저희는 이미지 분석 기업으로 패션 산업에 고민 없이 들어갔더니 기술력이 필요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의료산업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의료 산업은 기술력에 집중하면 제품 경쟁력을 얻을 수 있고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는 곳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의료가 전문 분야라는 점입니다. 의료, 생명공학 기반 지식이 없다 보니 진출 초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현대 의학의 모든 지식과 디테일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지만, 업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시영= 왓슨의 활용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이언= IBM과 왓슨 도입을 협의한 뒤 현재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내달부터 정식 데이터가 쌓일 것 같습니다. 암센터에 먼저 투입된 뒤 산부인과에도 적용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