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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납품 대신 세계시장 뚫으니 영업이익률 7~8배

  • 성호철 기자
  • 심현정 기자

  • 입력 : 2016.11.03 03:10

    [도전, 글로벌 창업] [3·끝] 세계1위 달리는 기술 벤처

    창업 초기부터 내수보다 해외로… 매출에서 수출 비중 80%~99%
    브랜드 인지도는 다소 약해도 경쟁사 압도하는 기술력 인정
    높은 영업이익을 R&D에 투자해 첨단 기술서 앞서는 선순환 이뤄

    지문 인식 기술업체 슈프리마는 지난달 면적 16㎟(가로·세로 각 4㎜) 초소형 지문 센서를 개발했다. 애플 아이폰7에 탑재된 지문 센서(약 27㎟)보다도 훨씬 작다. 국내 벤처의 기술력이 애플의 벽(壁)을 넘어선 것이다.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는 "지문 인식 시장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창업 때부터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기보다는 세계시장에서 승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부터 내수보다 세계에 승부를 건 기술 벤처들이 연이어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슈프리마·넥스트칩·고영테크놀러지·레이·인바디 등 국내 기술 벤처들은 각자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것과 함께 높은 영업이익률이라는 과실을 따먹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식 하도급 구조에 얽매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수출 비중이 많게는 99%에 달할 정도다.

    11년째 세계 1위… 글로벌 강자 속출

    검사장비 제조업체 고영테크놀러지는 지난 5월 세계 최대 차(車) 부품업체 보쉬에 자동차용 검사장비를 5년간 독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전 세계 보쉬 공장에 이 회사의 3차원 검사기(SPI)가 들어간다. 이 검사기는 전자 부품의 회로기판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하는 장비다. 고영테크는 2006년부터 11년째 이 시장의 세계 1위다. 고객사는 전 세계 1800개 기업이다. 전자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거의 모두 이 회사 제품을 쓰는 셈이다.

    창업 초기부터 세계로 나가 승부한 기술 벤처들이 속속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올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부품 전시회에서 고영테크놀러지 현지 직원들이 판매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사진 위).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치과협회 전시회에서 이상철(오른쪽 끝) 레이 대표가 현지 바이어들에게 치과용 3D 프린터 신제품 ‘레이 덴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아래).
    창업 초기부터 세계로 나가 승부한 기술 벤처들이 속속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올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부품 전시회에서 고영테크놀러지 현지 직원들이 판매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사진 위).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치과협회 전시회에서 이상철(오른쪽 끝) 레이 대표가 현지 바이어들에게 치과용 3D 프린터 신제품 ‘레이 덴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아래). /고영테크놀러지·레이
    폐쇄회로TV(CCTV)에 쓰이는 영상처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넥스트칩이 세계 1위다. 이 회사의 매출 85~90%가 해외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최근에는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영상처리 반도체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현재 폴크스바겐 등 해외 자동차 업체와 부품 공급 협상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김경수 사장은 "세계 어디를 가든 CCTV 2대 중 1대에 우리 회사 반도체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인바디는 세계 체성분 분석기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인체 체성분을 측정할 때 인간의 몸을 한 덩어리로 봤다. 때문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단면적이 커 오차가 발생했다. 인바디는 대신 신체를 다섯부위로 세분화했다. 누워 측정하던 기존 방식도 바꿨다. 대신 맨발로 기기에 올라서 가벼운 전기가 흐르는 손잡이를 잡으면 체성분이 분석되는 제품을 내놨다. 3년 전 해외시장에 본격 뛰어들어, 지금은 메이저리그(MLB) 등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의 절반 이상이 인바디 제품을 쓸 정도로 자리 잡았다. 매출은 3년간 2배로 뛰었고 수출 비중은 70%를 넘었다. 차기철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는 약했지만 경쟁사에 비해 확연히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치과용 컴퓨터단층촬영장비(이하 CT) 업체 레이는 작년 매출의 99%가 해외에서 나왔다. 레이의 강점은 치과용 CT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래 10여년 전만 해도 치과용 촬영에는 X레이가 쓰였지만 레이의 이상철 대표가 2004년 치과용 CT에 사용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CT를 활용하면 3차원(입체)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제품 개발이 늦어져 시로나 등 경쟁사 제품이 내수 시장을 장악해버리자 해외시장에 올인했다. 이상철 대표는 "앞으로 이비인후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식 대기업 하도급 벗어나 세계 나간 강소기업

    글로벌 창업에 성공한 기술 벤처들은 영업이익률이 10~30%에 이른다. 국내 제조업 평균(3~4%)보다 훨씬 높다. 또 높은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첨단 기술 개발을 앞당기는 선순환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술 벤처 기업들 정리 표
    예컨대 슈프리마는 작년에 349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95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27%로, 일반 제조업 기업(3~4%)의 7~8배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 중 74%가 연구 인력이다. 넥스트칩(영업이익률 14%·작년 기준), 고영테크놀러지(19%), 인바디(29%) 등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강소 기업의 창업자들은 "높은 영업이익률의 비결은 한국식 대기업 하도급 구조에서 탈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넥스트칩의 김 사장은 "세계적으로 한발 앞섰거나 독특한 기술로 창업했다고 해도, 국내 대기업 납품에 의존하면 한계가 있다"며 "초기에 몸집을 키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벤처기업답게 해외시장에 도전해야 탄탄한 강소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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