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이노베이션] 지능정보기술이 정밀 의료 혁명 이끈다

조선비즈
  • 김민수 기자
    입력 2016.11.03 06:00

    “2025년 147조원 시장 잡자”선진국들 공격 투자

    알파벳·GSK 합작 등 글로벌 전쟁 시작
    국내도 조선대·KISTI 협력 등 AI 바람

    전 세계 신약 시장에서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198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이 회사는 1999년 신종플루 치료제‘타미플루’로 혜성 같이 신약 시장에 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가 2011년 C형 간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던 제약 회사 파마셋을 인수, 불과 2년 만에 C형 간염 치료제‘소발디’를 시장에 내놓았다는 점이다. 혁신 신약으로 인정받은 소발디는 한 알에 1000달러에 달한다.

    길리어드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임상시험으로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이 회사는 의학 전문 빅데이터 분석업체 메디데이터와 함께 클라우드로 환자 정보를 수집, 분석하도록 임상시험을 설계했다. 2015년 기준 다국적 제약 회사 매출 1위는 노바티스였지만, 성장률 및 이익률 1위는 단연 길리어드였다. 길리어드의 순이익률은 49%에 달한다.

    인도 마니팔 병원의 S.P. 소마셰카(S.P. Somashekar) 암센터장은 IBM 인공지능‘왓슨’과 연결된 태블릿PC로 환자를 진료한다. 환자의 검사 자료를 분석, 왓슨의 진단 결과와 적절한 치료법을 환자에게 보여준다.
    인공지능(AI) 컴퓨터‘왓슨(Watson)’을 개발한 IBM의 지니 로메티(Ginni Rometty) 회장은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월드 오브 왓슨(World of Watson) 2016’에서 왓슨의 혁신 사례를 직접 소개했다. 그는“이스라엘의 세계 최대 복제약 전문업체 테바와 함께 만성질환인 천식을 획기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3년 내 만들겠다”고 했다. 왓슨으로 날씨, 공기 오염도 등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천식 증상이 언제 나타날지 환자한테 미리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변방에 머물던 빅데이터와 AI 등 지능정보기술이 헬스케어 혁신의‘주연 배우’로 떠올랐다. 맞춤형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정밀의료’가 새 의료 패러다임으로 부상하면서 헬스케어와 첨단 정보기술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미국 뉴욕 아이칸 의대의 생물정보학 권위자 에릭 샤트 교수는“더 많은 유전체 데이터가 축적되면 말기 암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이는 수학과 컴퓨터 덕분”이라고 말했다.

    ◆ 147조원 정밀의료 시장을 선점하라

    정밀의료 시대에서 개인 유전체 분석과 임상 사례, 질병 진단 등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데 지능정보기술이 필수적이다.

    최근 정밀의료를 미래 전략 분야로 인식하고 태동기인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유전체 분석을 통한 치료 개선 등 정밀의료 분야에 2억 15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 주도로‘이노베이션(Innovation) 25’를 만들어 2025년까지 의료 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연합(EU) 연구 프로그램‘호라이즌(Horizon) 2020’을 통해 2020년까지 헬스케어 분야에 78억유로를 투자키로 했다.

    영국 로열런던병원은 지난 4월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한 70대 여성 대장암 환자의 종양 제거 수술 장면을 전세계에 생중계했다. 수술 현장 밖에서도 생생하게 수술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정밀의료 비즈니스를 둘러싼 글로벌 기업 간 전쟁도 시작됐다.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의 생명과학 분야 자회사 베릴리라이프사이언스와‘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를 내세웠다. 베릴리는 지난 8월 글로벌 제약사 GSK와 합작회사‘갈바니바이오일렉트로닉스’를 설립했다. 생물학과 전자공학을 결합해 암을 진단하는 바이오 센서를 개발한다는 게 목표다.

    알파고로 유명세를 탄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는 지난 7월 영국 무어필드안과병원과 협력을 발표했다. 딥마인드는 무어필드병원이 보유한 환자 수백 명의 눈 스캔 데이터와 증상, 치료 등을 AI에게 학습시킨 뒤 의사가 미처 보지 못한 증상을 알려준다. 시력을 잃거나 실명이 될 수 있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게 목표다. 딥마인드는 올해 8월 영국 런던대 병원과도 협력해 두경부암 방사선 치료를 설계하는 데 딥러닝 기술을 이용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에는 세계 정밀의료 시장 규모가 14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뇌 영상 분석하면 치매도 조기 진단

    최근 국내에서도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정밀 의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조선대 치매예측기술국책연구단(이하 연구단)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딥러닝 기반의 뇌 영상 분석을 통한 치매 조기 진단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연구단이 5년간 확보한 약 1만6000건의 다양한 뇌 영상을 딥러닝 기술로 분석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보통 뇌 영상으로 질환을 진단했다. 뇌 영상에서 특정 부분에 변화가 있으면 환자의 유전적 요인에 관계없이 같은 질환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치료법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

    미국 피츠버그대 공대의 조성권, 니틴 샤르마(Nitin Sharma) 교수팀은 1mm 길이의 작은 드론으로 인체 내에서 약물을 이동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드론은 약물이 필요한 지점에 정확히 약물을 방출한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단은 수천 명 환자들의 뇌 영상과 유전체(게놈)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렇게 모은 빅데이터로 환자의 유전적 변이와 뇌 손상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해 치매 조기 진단 알고리즘을 내놓겠다는 것이 연구단의 계획이다. 이건호 연구단장(조선대 교수)은“AI는 헬스케어 분야 혁신의 확실한 보증 수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병원과 지능정보기술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9월 IBM의 암 진단 AI‘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5만 명 이상의 암 환자를 치료하는 가천대 길병원은 이르면 11월부터 AI 암 진단을 시작한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7월 AI 암 치료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미국 스탠포드대 의과대학과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헬스케어 스타트업 뷰노와 함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폐질환 조기진단 기술을 확보했다.
    삼성서울병원도 벤처 루닛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유방암, 결핵 등의 조기진단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은“빅데이터와 AI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서“AI가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진 못하겠지만 정밀의료를 구현하는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유전체 정보, 진료 및 임상 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 건강 정보를 활용해 환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말한다. 진료의 정확도와 치료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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