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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低價 제품이란 없다… 銀제품 하나에도 창의성·스타일 살아 숨쉬게

  • 이혜운 기자

  • 입력 : 2016.10.29 03:06

    5 Questions
    티파니의 성공 비결
    프레데릭 쿠메날 명품 보석·시계 브랜드 '티파니' CEO

    프레데릭 쿠메날 명품 보석·시계 브랜드 '티파니' CEO
    프레데릭 쿠메날 명품 보석·시계 브랜드 '티파니' CEO. /티파니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727번지. 아틀라스 청동시계가 입구에 걸린 티파니 매장 안으로 한 커플이 들어간다.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필요한 건 반지. 하지만 남자가 가진 10달러로 살 수 있는 건 은(銀)으로 된 전화기 핀(다이얼을 돌릴 때 사용하는 핀)이 전부였다. 보다 낭만적인 것이 필요했던 남자는 과자 상자 안에서 발견한 장난감 반지를 꺼내 보여주며 여기에 글을 새겨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직원은 살짝 당황하지만 "티파니는 매우 이해심이 많다"며 이름 이니셜을 말해주면 내일 아침까지 새겨 준다고 말한다.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한 장면이다. 현대 간접광고(PPL) 마케팅의 효시로도 꼽히는 이 영화에는 명품 보석·시계 브랜드인 티파니가 추구하는 경영 철학인 가격과 고객에 대한 개방성 등이 담겨 있다.

    전 세계 명품의 대부분은 유럽에서 탄생했다. 프랑스나 영국 왕가에 납품하던 물건들이 자연스럽게 명품 브랜드가 됐다. 한 브랜드가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안목이 높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왕가도 없고, 역사도 짧은 미국은 명품이 탄생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다.

    티파니는 1837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뉴욕 브로드웨이에 연 팬시 문구점이 그 시작이다. 아버지에게 받은 1000달러로 시작한 이 가게의 첫날 판매액은 4.98달러. 지금은 연간 41억달러(약 4조6700억원·지난해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달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층에 있는 티파니 매장에서 방한한 프레데릭 쿠메날(Cumenal·58)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경영 비법을 물었다. 프랑스 출신으로 티파니 합류 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모엣샹동 CEO를 역임한 그의 영어 발음에선 프렌치 발음이 살짝 묻어났다.

    低價 제품이란 없다…
    ―유럽 보석 브랜드들이 지배하던 세계 명품 시장에서 티파니가 선도 브랜드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고객과 가격대의 차별화다. 유럽 명품은 폐쇄적이다. 귀족적인 콘셉트로 초기엔 소비자도 귀족만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티파니는 개방적이다. 미국 동부 출신인 창업자가 뉴욕이 가진 세련된 감성을 널리 알리자는 것이 창업 목적이었다. 처음엔 보석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그릇 등 다른 제품도 함께 소개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뉴욕은 당시에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강렬한 매력을 가진 도시였다. 유럽 명품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너는 어디 출신이니?'라고 묻는 느낌이다. 하지만 티파니는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처럼 지금 당장 살 수 없어도, 문을 열고 들어가 꿈을 키울 수 있다. 그런 개방성이 티파니의 DNA다."

    ―티파니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으로 '명품의 민주주의'를 이뤘다고도 한다. 그런데 실버 등 저가(低價) 제품이 '명품(luxury)'이라는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나.

    "명품이라고 판단하는 요소가 가격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급 재료로 최상의 디자인을 적용해 만든다면 그 물건은 가격과 관계없이 명품이다. 우리에게 저가의 제품은 없다. 적절한 가격대의 제품들만 있을 뿐이다. 최고급 은으로 솜씨 좋은 장인들이 만든 350달러 반지도 창의력과 스타일이 좋다면 명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부모님께 부동산을 물려받아 현금이 많은 젊은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적 수준이 높고 직장에 취업해 돈을 벌지만 아직은 비싼 보석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지는 못한 젊은이들도 있다. 우리는 이런 젊은이들에게도 티파니가 가지는 창의력과 스타일을 블루 박스에 넣어 선물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티파니 드림(dream)'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강(强)달러와 홍콩 명품 시장의 붕괴로 매출 타격을 많이 받았다. 시계 부문에서는 스와치와의 협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인수·합병(M&A)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티파니가 어느 그룹으로부터 얼마에 제안을 받았다는 식의 루머가 돌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M&A에 대해 논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재정은 탄탄하고, 현금 유동성이 좋으며 1만2000명의 인재와 창의력이라는 명료한 경영 원칙이 있다. 우리가 가지지 않은 걸 가진 기업을 발견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현 상태에서는 우리가 새로 얻을 것이 없다. 이는 주주들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물론 최근 달러 가치 강세 등으로 티파니가 타격을 받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다. 환율은 우리가 바꿀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체성인 '창의력'에 집중하고 그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시계 사업은 티파니가 문을 연 지 30년 정도 지난 1868년에 스위스에 시계 공장을 세우고 시작했다. 아직 미국에 스위스 시계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 획기적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스위스에 있는 시계 공장 운영이 당시엔 쉽지 않았고, 결국 파텍 필립에 공장을 넘겨주게 됐다. 최근 진행한 스와치와의 시계 사업 협업은 지금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협업으로 우리는 시계 사업에 대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시계 부문에서는 역사도 있고, 역량도 갖췄으니, 앞으로는 큰 성과가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티파니의 성공 DNA

    ―보통 명품 기업과의 인터뷰에서는 '유산(heritage)'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오늘 인터뷰에서는 '창의력'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온다.

    "창의력은 티파니의 중요한 철학이다. 티파니 제품 중에는 최초가 많다. 밴드 위에 다이아몬드가 들어 올려져 있는 전형적인 결혼반지도 티파니에서 탄생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의미를 담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만든 것이다.

    티파니는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매장 디자인에도 창의력을 담는다. 티파니의 매장은 다른 명품 매장과 다르다. 고급스러움만 강조하지 않는다. 뉴욕 매장만 해도 LED 조명과 친환경적인 목재, 재활용 자재들이 사용됐다. 디자인 요소들도 달걀 껍데기, 분필, 파스타, 나뭇잎, 모래, 실 뭉치 등 일상적인 것들이다. 이런 일상 속에서 우아함을 찾아내는 건 티파니의 소중한 부분이다."

    ―저(低)성장 시대 명품 보석 사업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전 세계가 저성장으로 힘들지만, 보석·시계 산업은 커지고 있다. 에르메스·디오르 등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보석·시계 부문 비중을 늘리고 있다. 난 이런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본다. 결국 명품은 정신과 예술, 문화와 역사, 국제 관계 등을 모두 담고 있는 하나의 결정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그런 요소들을 티파니 경영에 녹이려고 한다. 티파니 창업자 가문은 1970년대를 마지막으로 티파니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떠났다. 그럼에도 티파니의 정체성이 한결같이 유지되는 건 경영자들이 기업을 경영하는 원칙이 같기 때문이다. 그 원칙은 명품 브랜드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문화를 엮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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