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최순실씨, 독일서 뒷바라지한 시중은행 지점장 인사 개입 의혹

  • 송기영 기자
  • 입력 : 2016.10.28 15:31

    국정개입 논란을 빚고 있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오랜 기간 KEB하나은행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가 독일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이 은행 독일 현지법인의 도움을 받았고, 최씨의 관계사들도 이 은행과 오랜 시간 거래했다는 것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곳도 KEB하나은행의 압구정지점이다. 독일에서 최씨 사업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KEB외환은행 현지 법인장은 귀국 후 초고속으로 임원 승진을 했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KEB하나은행이 최씨의 금융 뒷바라지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EB하나은행 독일 법인장이 최씨 현지 법인을 지원한 사람”이라며 “이 사람이 최근 임원급으로 승진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사업, 하나은행 현지법인이 지원” 증언… 현지 법인장은 초고속 승진

    최근까지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슈미텐 비덱타우누스 호텔/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까지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슈미텐 비덱타우누스 호텔/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치권과 금융권의 말을 종합하면, 최씨는 독일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KEB하나은행 현지법인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지난해 8월 독일에서 ‘마인제 959((Mainsee 959)’를 인수해 ‘비덱(Widec)’ 전신인 ‘코레(CORE) 스포츠’를 설립했다. 이후 코레스포츠를 비덱스포츠로 이름을 변경했다.

    독일 지역지 타우누스차이퉁은 “정보원이 최씨가 독일에 세운 법인 ‘비덱스포츠’를 조사한 결과, 비덱이 슈미텐에서 14개의 다른 법인을 등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최씨가 독일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KEB하나은행 독일 현지법인장인 L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L씨는 2004년부터 줄곧 독일 현지 지점에서 근무했다. K대학 독어독문학과 출신인 그는 독일 현지 K대학 교우회 임원을 맡기도 했다.

    은행 내에서도 L씨가 최씨의 사업 진행 과정에서 일부 자문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L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최씨에게) 여러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며 “다만 보통 현지법인이 교민들에게 제공하는 수준의 도움인지, 이를 넘어서 편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L씨의 귀국 후 행적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L씨는 7년 독일 생활을 마치고 지난 1월 귀국해 KEB하나은행의 핵심 지점인 삼성타운 지점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지점장으로 인선된 지 한 달만인 지난 2월 임원급인 글로벌 담당 본부장으로 이동했다. 독일에서 귀국한 뒤 2달 만에 이뤄진 파격 승진 인사다. KEB하나은행은 L씨의 승진을 위해 글로벌본부를 두팀으로 쪼개기도 했다. 기존 본부장이 1본부장, L씨가 2본부장을 맡는 식이다.

    은행 관계자는 “L씨가 독일 현지법인에서 좋은 실적을 올렸고, 회사가 글로벌 분야를 확대하면서 그를 본부장으로 발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씨와 은행에 대한 의혹들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은행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딸 유라씨, 본인 명의 평창 땅 담보로 거액 외화대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가 설립한 서울 청담동 '더블루케이' 사무실/사진=연합뉴스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가 설립한 서울 청담동 '더블루케이' 사무실/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12월 28일 유라씨가 본인 명의 강원도 평창군 땅으로 대출 받은 곳도 KEB하나은행이다. 유라씨는 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에 이 땅을 담보로 잡고 유로화 대출을 받았다. 유라씨가 설정한 채권 최고액은 28만9200유로다.

    은행이 통상 부동산 담보 대출을 해줄 때 실제 대출액보다 20% 가량 높게 담보권을 설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유라씨는 약 25만유로(3억2000만원)의 돈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 유라 씨가 담보로 제공한 토지는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842(1197㎡)와 848(9309㎡), 산184(6만474㎡), 산190(5653㎡), 산191(5만㎡), 산191-1(3만8200㎡), 산191-2(7007㎡), 산193(2만7967㎡) 등 7필지다.

    유라씨는 이들 토지를 최씨와 공동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돈을 빌린 주체는 최씨로 추정된다. 최씨 모녀는 평창 땅을 담보로 빌린 은행 돈을 독일 현지 호텔과 주택을 매입하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소유한 스포츠마케팅업체 더블루케이도 KEB하나은행과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당은 더블루케이의 직원과 이 회사에 소속된 운동 선수들이 KEB하나은행의 계좌를 주로 이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민주당은 더블루케이가 운동 선수들과 전속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지급할 때도 KEB하나은행 서울 강남 모 지점에서 일괄 계좌를 개설한 정황을 포착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이런 내용을 일부 파악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야당은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최씨가 부동산 담보로 KEB하나은행에서 외화 대출을 받은 경위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을 통해서 경위를 파악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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