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노벨상? 죽은 나무에 물 줄 용기 있어야죠"

  • 박건형 기자

  • 입력 : 2016.10.24 03:05

    [올 노벨 물리학상 코스털리츠 교수]

    "세상을 바꾸는 연구는 조건 없는 지원에서 탄생
    10년간 초전도 연구 매달려… 40년 후 노벨상으로 결실"

    "(노벨상 수상과 같은) 뛰어난 연구 성과를 바란다면 죽은 나무에 물을 붓고 자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74)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23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상을 바꾸는 연구는 조건 없는 지원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무모한 과학자와 이들의 황당한 연구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환경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털리츠 교수 본인도 20대(代)에 당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초(超)전도 분야를 연구했다. 초전도는 아주 낮은 온도에서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는 상태를 뜻한다. 그는 "당시엔 어디에 쓰일 연구를 하고 있는지 나조차 몰랐다"면서 "동료 물리학자들도 우리 연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버밍엄대학교는 1970년부터 1981년까지 10년 넘게 코스털리츠 교수의 연구를 지원했다. 그 결과가 40년 뒤 노벨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젊은 박사 후 연구원에 불과했던 내가 버밍엄대에서 있었다는 것,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 모두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가 지난 4일 수상자 발표 직후 핀란드 알토대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무모한 도전에서 세상을 바꿀 연구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가 지난 4일 수상자 발표 직후 핀란드 알토대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무모한 도전에서 세상을 바꿀 연구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코스털리츠 교수는 대표적 친한파(親韓派) 과학자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고등과학원 방문교수로 매년 2~3개월씩 한국에 머물렀다. 그는 한국 과학자들에게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면 (연구 주제를 정할 때) 도박을 하라"고 조언했다. 자신은 어떤 분야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을지, 얼마나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지 재고 따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운이 좋아서 노벨상을 받았지만 실패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컸다"면서 "(내 연구가) 진정으로 과학을 좋아한다면 해볼 만한 도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렵기로 유명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중에서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역대 최고 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일상적인 3차원 세상이 아닌 점이나 평면과 같은 1·2차원에서도 초전도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규명한 공로로 데이비드 사울레스 워싱턴대 명예교수, 덩컨 홀데인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그 스스로도 "워낙 복잡한 수학에 기반을 둔 연구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설명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초연구와 응용이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혁신적인 기초 연구는 결국 세상을 바꾸는 응용 기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노벨상 위원회도 "코스털리츠 교수 등이 혁신적인 신소재와 양자 컴퓨터 같은 미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코스털리츠 교수의 연구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소재 개발로 이어졌고 기존 컴퓨터보다 수억 배 이상 빠른 양자 컴퓨터의 기본 원리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정조차 받지 못했던 마이너리티(소수파)의 과학이 많은 새로운 발견의 시작이 되고 더 큰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이달 31일 방한해 내년 초까지 고등과학원에 머무르며 한국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이번 방문에서 특별한 일정이 있냐고 묻자 "예전처럼 아내와 함께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의 섬들을 둘러볼 계획을 짜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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