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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의 야심작 '포그 컴퓨팅'...사물 인터넷·빅데이터 시대의 새 패러다임

  • 방성수 기자
  • 입력 : 2016.10.23 06:00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 빅 데이터(Big Data)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세상에는 디지털 기기 수십 억대가 매일 쏟아내는 엄청난 데이터가 무서운 속도로 쌓이고 있다.

    디지털 학자들은 우리가 ‘모든 사물들이 연결되는 세상(IoT)’에서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세상(IoE, Internet of Everything)’으로 전환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가 더 멀리, 더 깊이, 더 빠른 속도로 디지털 세계로 빨려 들어갈 것이란 예측이다.

    포브스(Forbes), 테크 크런치(Tech Crunch) 등 외신들은 최근 "사물 인터넷 시대를 맞아 ‘Fog Computing'이 뜨고 있다”며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에 이어 또 하나의 디지털 네트워크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그 컴퓨팅은 테크 크런치가 주최한 올해 컨퍼런스(Structure 2016) 주제로 선정됐다.

    디지털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새로 등장한 포그(Fog·안개) 컴퓨팅이란 뭘까? 구름 컴퓨팅(Cloud Computing)이란 개념도 아직 생소하고 헷갈리는데 안개 컴퓨팅이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

    IBM 클라우드 센터 내부 모습./사진=블룸버그
    IBM 클라우드 센터 내부 모습./사진=블룸버그
    시스코가 2014년 제시...“사물 인터넷 시대 등장한 또 하나의 네트워크”

    '모든 무선 디지털 기기들이 하늘 위 구름(Cloud)에 각각 연결, 데이터를 주고 받다 보니 이제 하늘은 너무 혼잡하고 속도도 늦다. 우리 주변에 안개(Fog)처럼 떠돌며 작동하는 새로운 디지털 네크워크가 필요하다.'

    포그 컴퓨팅은 2014년 1월 미국의 시스코가 처음 제안했다.

    시스코 IoT그룹의 제품 솔루션 마케팅 총괄 임원인 로베르토 데라모라(Roberto De La Mora) 수석이사는 "포그 컴퓨팅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서비스를 네트워크의 말단부(edge)로 확장한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포그는 네트워크 장비의 연산과 스토리지 자원에 접근하는 서비스 인프라다. 클라우드처럼 데이터 연산, 스토리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클라우드처럼 느껴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컨대 중앙 서버로 운영되는 클라우드와 지역적으로 분산된 사물 인터넷 기기들을 중간에서 연결하고 매개하는 또 하나의 네트워크다. 중앙(Cloud Server) 보다 주변(edge, 개별 기기)에 더 주목한다는 뜻에서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령 클라우드 컴퓨팅은 노트북, 핸드폰, 태블릿, 게임기 등 모든 디지털 기기들이 각각 서버와 연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클라우드 컴퓨팅)를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면 포그 컴퓨팅은 노트북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파일을 다운로드한 뒤 노트북과 연결된 핸드폰과 태블릿의 소프트 웨어를 업데이트한다.


    시스코의 야심작 '포그 컴퓨팅'...사물 인터넷·빅데이터 시대의 새 패러다임
    ‘디지털 데이터 소화 불량'의 대안으로 등장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은 지금 '심각한 디지털 데이터 소화 불량'을 앓고 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2015년 현재 세계에 보급된 사물 인터넷 기기는 12억개, 2020년까지 54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5년 만에 디지털 기기가 4.5배나 늘어난다는 예측이다.

    디지털 기기들이 생산하는 데이터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보잉 747기가 한번 비행에서 생산하는 정보량은 500기가바이트나 된다. 핵 발전소, 반도체 공장, 자율 주행차 보급을 감안하면 데이터가 쌓이는 속도는 더 가파르다. EMC 등 클라우드 기업들은 “2년 마다 디지털 세계가 두 배로 커지고 있다. 2020년까지 축적될 데이터는 40 조 기가바이트(1 기가 바이트(GB)=1024 MB)”라고 예상한다.

    디지털 전문가들은 아무리 크고 빠른 데이터 저장, 통신 장치로도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정보가 쌓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무선 통신망 속도는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IT 전문가인 클리스토퍼 밈스(Christopher Mims)는 "현재 데이터 증가 속도는 4G로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지금 속도로는 고속철도에서 생산되는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 무선으로 주고받으며 각종 리스크를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물 인터넷 시대로의 진입이 속도를 내면서 하늘 위의 몇 몇 구름들(아마존,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기업) 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 속도, 안전성, 보안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린다 스테드뮬러(Lynda Stadtmueller) 프로스트 앤 설리반(Frost & Sullivan)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가공과 관리 과점에서 볼 때도 포그 컴퓨팅이 거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가공, 유용한 정보를 찾는 빅 데이터 분석에 가장 적절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 집집 마다 달린 스마트 계랑기가 핵심 정보만 클라우드 서버에 보내고 나머지 데이터 트래픽은 별도로 관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IBM 클라우드 센터 내부 모습./사진=블룸버그
    IBM 클라우드 센터 내부 모습./사진=블룸버그
    ARM, Cisco, Dell, Intel, Microsoft 등 디지털 거인들 연합군 결성

    새 사업 기회를 발견한 글로벌 기업들도 발 빠르게 포그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 들었다.

    ARM, 시스코, 델, 인텔,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린스턴 대학과 함께 2015년 11월 ‘Openfog Consortium(오픈포그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인텔의 사물 전략 최고 책임자(Chief IoT Strategist)인 제프 페이더스(Jeff Faders)가 초대 대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의 속내는 다양하다. 데이터 프로세싱 칩 제조사인 ARM, 델은 사물인터넷 게이트웨이 분야 경쟁력 강화를, 모바일 전환 과정에서 망신당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물 인터넷의 OS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인텔과 시스코는 디지털 패러다임 변환의 주도권을 놓을 생각이 없다.

    네트워크 전문가인 클라스 멀텐스(Klass Mertens)는 “2020년 즈음에는 생산되는 데이터의 3분의 1이 클라우드를 비켜갈 것”이라며 “"포그 컴퓨팅의 등장으로 작은 기술 기업들에게 큰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구름과 안개에 덮힌 세상?

    이준정 서울대 공대 교수는 "포그 컴퓨팅은 보안, 사생활 보호,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클라우드 컴퓨팅 보다 더 유리하다”며 "앞으로 단말 장치나 인공지능도 이용자의 가치관이나 개성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웹(Web)과 앱(App)이 주도하던 시기에는 이용자 데이터 확보가 절실했다. 고객 정보를 가진 기업들, 가령 아마존, 이베이, 구글, 애플이 디지털 시장에서 창출되는 이익을 싹쓸이 했다. 사물 인터넷의 여명기에도 그랬다.

    하지만 어느새 이용자 데이터는 넘치는 반면, 생산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문제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포그 컴퓨팅은 데이터 과잉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의 고민과 대책의 일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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