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골프장 회원권 시장이 된서리를 맞았다. 일부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올해 초보다 3분의1 토막이 나기도 했다.
김영란법은 골프 접대에 대해선 예외를 두지 않고 금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골프 접대의 경우 선물이 아닌 ‘편의 제공’에 해당해 5만원 이하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골프장 관계자들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골프 접대가 사라지면 매출의 약 20~30%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주말 전국 골프장 예약률은 평소보다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당장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급락하지 않겠지만 기업 등 법인 수요가 급감해 회원권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국가공무원윤리법’ 도입 이후 골프 회원권 가격이 폭락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김영란법 골프 접대 금지…회원권 가격 급락 조짐
에이스회원권거래소가 20일 발표한 골프장회원권 거래지수는 682.5를 기록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인 5월 20일(720.5)과 비교하면 38포인트(5.3%) 하락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는 전국 116개 골프장이 발행한 회원권 가격으로 지수를 만들어 2005년 1월 1000을 기준으로 등락을 체크해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들어 7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다가 최근 하락세에 있다. 특히 9~10월은 골프 극성수기로 회원권 거래가 활발한 시기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수세가 실종됐다.
골프장별로 보면 경기도 용인 Y골프장의 경우 올해 초 3000만원에 거래되던 회원권이 1000만원으로 3분의1 토막이 났다. 충북 청주의 T골프장도 회원권 가격이 올해 초보다 43.75% 하락했다. 올해 초 9800만원에 거래되던 용인 P골프장 회원권 시세는 7800만원으로 20.41% 내렸다. 이 밖에 청주 G골프장과 세종시 S골프장의 회원권 가격도 각각 21.43%, 18.84% 떨어졌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는 “보통 10월은 골프 성수기라 회원권 거래가 활발하지만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거래가 잘 안 되고 있다”며 “법인들이 사려는 무기명 회원권 거래는 아예 자취를 감추었고 개인 회원권도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 '일본판 김영란법' 도입 후 日 골프 회원권 가격 94% 폭락
접대를 위해 골프장 회원권을 갖고 있던 기업은 난감해졌다. 일부 기업은 홍보담당 부서의 회원권을 회수해 처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A기업 홍보 임원은 “회원권 사용처의 대부분이 김영란법에 저촉돼 회원권이 무용지물이 됐다”며 “홍보실에 배정된 회원권을 조만간 반납하면 회사가 회원권을 처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0년 일본판 김영란법인 ‘국가공무원윤리법’이 도입된 이후 골프 접대가 크게 줄어들면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급락했다.
일본 골프회원권거래소협동조합이 317개의 골프장 회원권 가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990년 2월 평균 4883만엔에 달했던 회원권 가격은 2003년 6월 248만엔으로 94.3%나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