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3D 프린터, 바이오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는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을 세계 25위라고 평가한다. 대만(16위), 말레이시아(22위), 체코(24위)보다 낮다. UBS는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개막을 맞아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연한 노동시장 ▲기술 수준 ▲교육 시스템 ▲사회간접자본 ▲법적·제도적 문제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5개 요소를 바탕으로 139개국의 경쟁력을 평가했다. 스위스·싱가포르·네덜란드·핀란드·미국이 1~5위를 차지했고, 일본은 12위, 독일 13위였다.

한국의 순위를 크게 끌어내린 결정적 요소는 '경직된 노동시장'이다. 기술 수준(23위), 교육 시스템(19위), 사회간접자본(20위) 등의 순위는 상위권에 올랐지만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는 83위였다. 중국·러시아·태국보다도 뒤처진 순위다. 보고서는 "경제구조가 유연하고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 국가가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중·일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수준을 비교해봐도 한국이 우위를 점한 분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코노미조선과 산업연구원이 동북아 3국의 5개 신성장동력 기술 수준을 비교한 결과, 일본이 로봇·바이오·자율주행차·3D프린팅 분야에서 1위, 중국이 드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지만 절대 액수로 보면 주요국에 훨씬 뒤처진다"며 "자동차 산업의 경우 독일이 R&D에 연간 40조원, 일본이 25조원, 미국이 20조원을 쓰는데, 우리는 고작 6조원을 투자한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위기는 이미 우리 기업의 저조한 성적표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상장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06~2010년 연 9.7%에서 2011~2015년 연 1.8%로 떨어졌다. 일본·미국·중국·독일 등 주요국은 같은 기간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높아졌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금융 IT 학과 특임교수는 "4차 산업혁명 열풍을 타고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젊은 인재들이 노트북 하나 들고 창업에 매달리는데, 우리 청년들은 호주 서북부 사막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며 "40년 평준화 교육의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