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제이슈

꼬여가는 英-EU 협상...힘얻는 '하드 브렉시트' 10문10답

  • 황윤태 인턴 기자
  • 입력 : 2016.10.18 10:52 | 수정 : 2016.10.18 18:13

    영국 내에도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13일 영국 의회 앞에서 한 시민이 유럽 연합기를 흔들고 있다. /블룸버그 제공
    영국 내에도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13일 영국 의회 앞에서 한 시민이 유럽 연합기를 흔들고 있다. /블룸버그 제공
    투표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가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지도자들은 다가오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와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입장은 ‘하드 브렉시트’에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 (현지시간) 9개 질문을 통해 영국과 유럽의 브렉시트 협상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추가로 1개 질문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하드 브렉시트의 한국에 대한 영향을 물었다.

    ① 하드 브렉시트란 무엇인가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협상에서 나올 수 있는 결과 중 하나다. 영국이 유럽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단독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상품과 서비스 시장이 영국 단독 시장으로 분리되는 절차다. 영국의 독자 입법 역시 가능해진다. 가장 중요한 이민 정책 역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새로운 무역 협정과 산업 간 교류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유럽 시장으로부터 분리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유럽 국가들과의 거래에서도 전세계에 통용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관세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은행들 역시 현재 누리던 EU 역내에서의 간편한 금융 절차를 더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다.

    ② 소프트 브렉시트(Softer Brexit)와는 무엇이 다른가

    소프트 브렉시트는 영국이 일정 부분 EU 역내에서 관세의 자유를 누리면서 EU와 공동 시장을 지금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국은 계속 EU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동시에, 노동 이동 등 일정한 부분에서 독립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소프트 브렉시트의 가장 비슷한 모습은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유럽 경제권 안에 속해있지만, 유럽 연합 회원국은 아니다.

    ③ 왜 브렉시트 방법이 문제인가

    투자자들은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메이 총리가 탈퇴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우려를 표명했다. 우려는 당일 환율 시장에서 파운드화가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하드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은 가장 큰 교역 상대를 잃게 된다. 이는 성장률의 둔화를 가져오고,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 되면서, 현재 적자 상태인 영국의 재정안정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영국 산업 협회(The confederation of British Industry)와 영국 도소매 협회(British`s Retail Consortium)은 EU 시장에서 떠나게 되는 것에 대해 경고했었다. 금융권 역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합 시장에서 이탈하게 되면, EU 소속 국가들의 고객에게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팔 수 있는 ‘패스포팅 권리(passporting right)’를 잃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④ 메이 총리의 입장은

    지난 2일 메이 총리는 “영국 기업들에게 거래에 대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현재와 같이 유럽 단일시장을 운영하게 하며, 유럽 기업들이 영국에서도 똑같이 사업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은, 영국은 이민 통제를 다시 포기하기 위해 EU를 떠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속내도 비쳤다. 메이 총리의 발언들은 이민자 제한이 자유 무역보다 더 큰 협상 목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⑤ 의회는 동의했나

    우선 의회는 메이 총리의 행보에 제동을 건 상태다. 의회는 메이 총리의 탈퇴 계획을 논의하고 표결에 붙이기로 결의했다. 메이 총리도 집권 보수당 역시 브렉시트 이후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몇몇 의원들은 정밀 조사(scrutiny)를 주장하고 있다. 핵심은 의회 주류가 메이 총리의 계획보다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메이 총리는 탈퇴 협상 진행 여부에 대한 표결에는 반대해 왔다. 사법부 역시 브렉시트를 내각이 단독으로 처리해도 되는지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⑥ EU와 영국 사이의 협상에 왜 제동이 걸렸나

    EU의 특수성 때문에 협상이 시작되기 어렵다. EU는 무역, 관습, 안보 그리고 글로벌 자본 흐름까지 여러 분야에서 회원국들과 협력하고 있다.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통합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회원국이 탈퇴한 전력이 없기 때문에, 이 모델이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영국의 메이 총리가 맞춤식 협상을 원하고 있다. 유럽 단일 시장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은 산업 간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과 같은 일부 부문에서는 이미 EU를 떠나는 것과 새로운 영속적인 관계 사이의 간극을 매울 과도기전인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⑦ ‘하드 브렉시트’라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하드 브렉시트와 소프트 브렉시트를 제대로 구별하는 것은 지난 6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부터 거론됐다. 존 레이스 UBS 통계 전략가는 지난 2월 블룸버그 라디오에서 “소프트 브렉시트는 우정을 의미한다”며 “빠른 무역 협정의 재설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하드 브렉시트는 “험난한 협상 과정과 무역 장벽의 설치를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⑧ 향후 전망은 어떻게 되나

    지난 10일,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하드 브렉시트의 실현 가능성을 70%로 내다봤다. 이전의 55%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헤지펀드 알제브리스의 알베르토 갈로 투자전략가는 하드 브렉시트의 확률을 60%로 계산했다. 나아가 하드 브렉시트가 불황을 가져오며, 국내총생산(GDP)의 7.5%에 달하는 1400억파운드가 경제에서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튜어트 잭슨 브렉시트 장관 보좌관은 “정부는 예산 지출, 이민, 법 제정, 유럽 재판소로부터의 사법적 독립 등에 관해 타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반대로, 유럽 각국 정부들은 “자유로운 노동력 이동 없이 단일 시장은 없다”며 입을 모았다.

    ⑨ 타협의 여지는 없나

    양측 간 긴 협상을 통해 궁극적인 합의안이 도출될 예정이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영국이 이민 제한을 포기하고 특정 분야에서 단일 시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들은 역내에서 비슷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경쟁국들이 있기 때문에 맞춤형 타협안을 도출할 수도 있다.

    ⑩ 하드 브렉시트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영국과 유럽 연합 간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하드 브렉시트가 실현된다면, 영국과도 새로운 경제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한-EU FTA(자유무역협정)에서도 제외된다”며 “이에 따른 협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영국과 무역 특혜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유일호 경제 부총리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은 꾸준히 한-영 FTA 추진을 거론하고 있지만, 김 위원은 “한-영 FTA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FTA를 추진할 필요는 없다”며 “브렉시트 현실화 전에, 정부 당국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차분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