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을 초대형 국적 선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자금 투입을 추진하고 있다.
14일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벌이는 컨설팅은 쉽게 말해 한진해운 급 초대형 해운사로의 발전 방안을 검토하는 작업”이라며 “컨설팅 결과에 따라 각종 선박 확대 및 해운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이며 한진해운 자산 인수는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오는 11월 중순 현대상선 발전 방안을 골자로 한 컨설팅이 마무리되는 대로 선대조정, 터미널 인수 등을 추진해 한진해운 공백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일부 선박 외에는 추가적인 자산 인수는 효용성을 따져 면밀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 "2M과 항만운영권 협상 이후 현대상선 확대 방안 확정"
현대상선은 현재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를 주축으로 중장기 발전 방향 등을 수립하고 있다. 컨설팅은 오는 11월 중순 완료될 전망이며, 컨설팅을 골자로 본격적인 현대상선 외형 확대가 추진될 전망이다.
컨설팅은 현대상선의 ▲원가경쟁력 하락 원인 분석 ▲선박 확충 ▲재무구조 개선 ▲터미널 운영 계획 변경 및 일부 터미널 인수 여부 등을 골자로 수립될 예정이다.
관건은 2M으로부터 운항 배정을 얼마나 많이 받을 수 있는지에 달렸다. 현대상선은 현재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 MSC 등이 주축이 된 해운동맹 2M 가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가입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를 수립했고 내년 4월부터 2M에 소속되어 운영을 시작한다.
일각에선 머스크와 MSC가 현대상선의 2M가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공백이 생긴 미주노선을 현대상선에 부여하기보다는 직접 선박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것이다.
정부 및 채권단, 현대상선은 이런 우려가 기우라고 일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머스크, MSC와 항만 운영권에 대해 협상을 벌이고 있고 가입까지 큰 문제가 없다"며 "특히 유일하게 남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항만운영권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기 위해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2M 항만 운영권 협상 결과를 토대로 컨설팅을 확정할 방침이다. 자금 지원은 지난 8월 유상증자 추진으로 대주주가된 산업은행이 맡는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1조400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4.15%로 최대 주주가 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이제 유일하게 남은 국적 선사다”라며 “현대상선을 한진해운과 합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적극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한진해운 급 초대형 국적선사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 "현대상선 컨설팅, 한진해운 자산인수 목적 아냐"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미주 노선 운영권 인수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일부에선 컨설팅 결과 이후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주노선 운영권을 현대상선이 인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실제 추진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운영권을 현대상선이 산다고 해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한진해운은 한진해운의 1만TEU급 선박 일부만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라고 말했다.
현대상선과 반대로 한진해운은 현재 법원이 추진 중인 미주노선 운영권 매각 이후 나머지 자산은 청산 철차를 밟을 예정이다. 법원은 한진해운을 미주노선 운영권을 가진 법인으로 축소시킨 뒤 법인 형태로 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미주노선 운영권, 물류 운송 시스템 등 대부분 매각 대상이 무형 자산이라 매각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해운 자산 매각에 우선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인수 의지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한진이나 삼성전자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