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recall)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다시 부른다는 이야기다. 생산된 제품의 결함이 치명적일 때 보상해 주는 소비자보호제도 중 하나다. 일반적인 애프터서비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결함이 발생했을 때 회사는 리콜을 결정하게 된다. 특정 모델만 리콜을 할 수도 있고 전량을 회수할 수도 있다.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리콜이 달가운 일은 아니다. 회수하는 데도 돈이 들고, 회수된 제품을 수리하거나 폐기하는 데도 돈이 든다. 고치거나 새 상품을 다시 소비자와 대리점에 배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일반적인 목적이라는 점에서 리콜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임에 틀림없다.

삼성전자가 최근 이러한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맞았다. 삼성전자가 생산, 판매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폭발하는 등 제조상의 결함이 발견됐고 소비자의 제보가 잇따랐다. 결국 삼성전자는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리콜은 현명한 결정일까. 먼저 존슨앤드존슨의 성공적인 리콜사례를 통해 삼성전자의 사태를 돌아보자. 존슨앤드존슨의 제품 중 타이레놀(Tylenol)이라는 약이 있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 및 해열 효과가 있는 두통약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일반 의약품이다.

타이레놀의 비극은 1982년 가을에 발생했다. 타이레놀을 복용한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존슨앤드존슨에 시카고 지역의 타이레놀을 리콜하라고 요청했다. 존슨앤존슨은 시카고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서 타이레놀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타이레놀을 회수한 존슨앤드존슨은 바로 성분분석과 유통 경로에 주목해 내부 조사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생산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며 유통 과정에서 누군가 약에 독극물을 주입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생산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그 약을 먹고 사망했다면 누가 다시 사 먹겠는가. 당연히 이후 타이레놀의 시장점유율은 급락했다. 35%에 육박하던 시장점유율은 한자릿수로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존슨앤드존슨은 멈추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이런 우려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런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존슨앤존슨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며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제조 기업들이 가장 관심 있게 관리하는 것이 바로 제품의 ‘원가’다. 제품의 원가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일반적으로 원가는 제품의 품질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원가가 비싼 제품이 품질도 좋고 원가가 싼 제품은 내구성 등 품질이 조악할 우려가 높다.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원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손해 혹은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제품 원가 상승은 곧 제품의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슨앤드존슨은 소비자의 신뢰를 제품 원가보다 높은 가치로 잡았다. 타이레놀의 제품 원가를 높이면서 추락한 소비자의 신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포장 용기를 제조 과정에 도입해 유통과정에서의 변질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고 문구 등도 포함시켰다.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타이레놀은 진통제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했다. 존슨앤드존슨의 빠른 대처는 타이레놀에 대한 소비자 신뢰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사례는 기업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발 빠른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른바 ‘도요타 페달 게이트’로 불리는 도요타의 리콜 사태를 살펴보면 신속한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도요타 역시 리콜 권고를 받고난 직후 미국 전역에서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고 리콜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도요타는 점유율과 판매량 모두 급락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차량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과거의 리콜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 리서치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도요타가 미국에서 판매량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좋은 품질’이었다.

이제 삼성전자의 사례를 살펴보자. 갤럭시노트7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터리 결함 문제로 전량 리콜을 시행 중이다.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다. 이는 도요타와 타이레놀의 사례와 같은 성공적인 리콜의 공통 요소 중 하나를 삼성전자가 시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소비자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우선 소비자가 안심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타이레놀이 유통 과정에서 들어간 독극물을 통해 피해를 입은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장재를 바꾼 것과 같이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의 외부 케이스 등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과열상태를 소비자가 알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이상의 배터리 온도가 감지되면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 비행기나 차량에 설치돼 있는 블랙박스와 같이 휴대전화가 폭발했을 경우, 그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일종의 블랙박스 기능 등을 추가하는 것도 좋은 대응책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전량 리콜 결정이 잘못을 시인한 꼴이 돼 오히려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정확한 폭발원인 규명을 통한 안전성 조사 등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 단추로 리콜을 선택한 것은 삼성전자의 뜻깊은 첫걸음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리콜을 발판삼아 품질경영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

앞선 타이레놀 사례처럼 원가 상승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품질 상승이 곧 소비자의 신뢰 회복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리콜을 계기로 높은 품질을 달성하는 것을 제 1목표로 하다 보면 예전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